비닐은 플라스틱...“깨끗하게 분리배출해야”
소각과 매립...비닐의 환경 영향은?

역사 이후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열 아홉번째 시리즈는 비닐입니다. 가볍고, 편리하고, 깨끗하고, 심지어 가격도 저렴한 비닐(봉투 등)은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비닐과 환경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요? [편집자 주]

비닐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깨끗하게 펼친 상태로 버려야 한다. 크기보다 이물질이 비닐 재활용에서는 더 중요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사람들은 비닐을 많이 쓰고 그만큼 많이 버린다. 비닐은 다들 알다시피 분리배출 품목이고 실제로 재활용이 비교적 잘 되지만 다른 물건으로 다시 만드는 방법 대신 한 번 쓰고 불에 태워지는 비닐이 더 많다. 비닐의 자원순환구조는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사람들은 비닐을 많이 쓰고 그만큼 많이 버린다. 비닐은 다들 알다시피 분리배출 품목이고 실제로 재활용이 비교적 잘 되지만 다른 물건으로 다시 만드는 방법 대신 한 번 쓰고 불에 태워지는 비닐이 더 많다. 비닐의 자원순환구조는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1회차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비닐 사용량은 맣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1인당 일회용 비닐봉투를 약 460개 사용한다. 무게로 따지면 9.2Kg에 해당하는 양이다. 연간 사용하는 비닐봉투는 약 235억개로 20L 종량제 봉투에 담아 한반도 면적의 약 70%를 덮을 수 있다. (플라스틱 대한민국:일회용의 유혹 보고서.2019)

비닐류 쓰레기는 연간 50만톤 넘게 배출된다. 한겨레21이 지난 8월 환경부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비닐류 생활쓰레기 선별량은 56만 2,400톤이다. 이 중 30만 3,524톤이 재활용돼 53.77%(선별량 대비) 재활용률을 기록했다.

◇ 비닐은 플라스틱...“깨끗하게 분리배출해야”

비닐은 플라스틱이다. 흔히 사용하는 비닐봉투나 포장용 비닐은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이다. 막걸리병 등에 사용되는 소재와도 같다. 그래서 우리는 비닐을 분리배출한다. 하지만 비닐만 모은다고 아무렇게나 내놓아도 되는 건 아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등이 제작한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에 따르면 비닐포장재와 1회용 비닐봉투는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구는 등 이물질을 제거해 배출해야 한다. 흩날리지 않도록 봉투에 담아 배출하고 비닐류 수거함에 있다면 그곳에 따로 모아야 한다. 깨끗하게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제대로 분리배출된 비닐은 재활용된다. 다른 제품의 재료로 재활용하는 (물질재활용) 사례도 있지만 열회수 등 (에너지재활용)의 형태로 더 많이 처리된다. 폐비닐을 파쇄하고 세척해 녹여서 작은 알갱이로 만들어 다른 물질의 재료로 사용하거나 이물질을 걸러낸 비닐 성분을 분쇄하고 압축해 고효율 연료로 만드는 기술 등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태워서 그 열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자원순환 측면에서 보면, 열을 한 번 내기 위해 태우는 것 보다 다른 제품의 재료로 활용해 소재의 수명이 더 길어지는 게 환경적으로는 유리하다 하지만 비닐의 경우 에너지재활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국장은 지난 7월 비닐 관련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비닐이 깨끗하게 분리배출 됐다면 도로면 아래 관 등에 활용하는 등 물질재활용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태워서 열을 얻는 열회수, 에너지회수라는 명목으로 처리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비닐에 묻거나 들어있는 이물질이 많다 보니 선별하는데 효율이 높지 않다고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 소각과 매립...비닐의 환경 영향은?

일상 속에서 많이 버려지는 라면 비닐이나 과자 비닐도 에너지재활용 형태로 처리된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이 과거 본지에 이 문제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김 이사장은 당시 “라면봉지나 과자봉지는 이물질이 묻어있거나 여러 가지 색깔로 글씨나 그림 등이 인쇄돼 있어서 재활용품 질이 떨어져 물질재활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쉽게 말하면 ‘다시 쓰기 좋을 만큼 깨끗한(?)’ 비닐이 아니어서 그걸 가지고 재활용하면 재활용 제품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에너지재활용 자체를 문제삼을 이유는 없다. 김 이사장도 “(라면봉지 등은) 에너지재활용에 주로 사용한다”면서 “에너지재활용도 정부 재활용분류에 의한 엄연한 재활용 방법인 만큼, 물질재활용이 어렵다고 해서 ‘재활용이 안된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혹시 비닐을 태우는 과정에서 환경 유해물질이 배출되는 문제는 없을까? 이에 대해 김태희 국장은 지난 7월 “과거 PVC 염소 때문에 그런 얘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소각 시 유해성 문제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처리 과정의 문제로 보면 소각보다 매립 시 환경적 문제가 더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비닐의 자원낭비 측면을 지적한다. 비닐의 경우 원래 재활용품으로 분리배출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깨끗하게 배출되지 않아서 대부분 소각장으로 들어가 재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줄어들고 자원낭비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앞서 환경부 등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구는 등 이물질을 제거해 배출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줄여야 산다’ 3편에서는 생분해 비닐과 에코백 등 일회용 비닐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제품들의 환경 영향에 대해 보도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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