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언론은 1020독자와 소통할 수 있나?
[기자수첩] 언론은 1020독자와 소통할 수 있나?
  • 이한 기자
  • 승인 2021.04.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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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는 X세대다 그리고 MBC는 11번이다. 뜬금없이 뭔 소리냐 싶겠지만 X세대 기자는 MBC가 11번이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그냥 안다. 어쩌면 어릴 때 누군가 한번 가르쳐 준 적이 있을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뉴스데스크’는 11번이고 ‘무한도전’도 11번에서 봤다. 요즘 핫한 ‘놀면뭐하니’도 MBC가 만든 콘텐츠다. 유산슬로 시작해 싹쓰리와 환불원정대, 그리고 유야호의 MSG워너비까지 흘러온 꿀잼 예능 놀면뭐하니 말이다. 혹시, 당신도 MBC와 놀면뭐하니가 한 방에 연결되는가?

기자의 사촌동생은 Z세대다. 그 아이도 놀면뭐하니를 좋아한다. 환불원정대에 꽂혔고 최근 방송에서 계속 언급된 가수 김정민이 누군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고 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사촌동생은 MBC가 11번인지 모른다.

더 놀라운 건, 그 아이는 MBC라는 이름 자체에 관심이 없다. 그냥 아무데서나 ‘놀면뭐하니’를 검색하면 온갖 영상을 볼 수 있고 TV에 대고 틀어달라고 말만 해도 재방중인 채널을 찾아주는데 굳이 방송사를 따질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미취학 아동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보고 자란 세대여서 그런가보다. X세대와 Z세대의 분명한 차이다. 모래시계는 SBS고, 사랑을 그대 품안에는 MBC였던 기자, 오분순삭에서 썸네일을 내려보다 재밌을 것 같으면 보고 아니면 패스하는 Z세대 말이다.

갑자기 MBC 얘기를 꺼낸 건, 기자가 직접 느낀 두 세대의 넓은 격차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기자는 인터넷, 그러니까 네이버나 다음을 ‘뉴미디어’로 보고 일했다. 하지만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을 보고 자랐다. 그들은 페메와 릴스로 소통하고 전화를 거는 대신 DM을 보낸다. 그러고 보니, 최근 인터뷰한 청년 기후활동가들을 섭외할 때도 기자는 늘 DM을 보냈다.

Z세대 활동가들은 사무실이 없고 홈페이지도 없었다. 대신 그들은 인스타그램이 있었다. 그들과의 컨택포인트는 ‘다이렉트 메시지’였다.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기자보다 더 윗세대였던 어떤 선배는, 인터뷰이를 섭외하려고 이메일을 보내는 기자에게 온갖 잔소리를 늘어놓은 적이 있다.

그 선배의 얘기는 이랬다. ‘이메일 하나 덜렁 보내놓으면 성의가 보이지 않는다. 전화로도 부족하니 직접 찾아가서 만나라. 약속을 잡지 못하면 현장에 찾아가서 기다려라. 안 되면 손편지라도 전하고 와라’

대충 무슨 말인지 짐작은 했지만 마음 깊이 공감하지는 못했다. 기자는 중요한 건 메시지의 내용이지 형식이 아닌데다, 이메일이 형식에서 어긋난 소통방법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시절 선배에게는 그렇지 않았나보다. 세대차이였다. 그 시절 선배가 겪었을 세대차이를 기자도 겪었다. ‘아니 여기는 도대체 메일주소를 어디서 찾아야 되는거야? 홈페이지 없나?’ 라는 생각을 처음에는 기자도 했으니까 말이다.

Z세대에게 인터넷 신문은 뉴미디어가 아니라 레거시 미디어다. MBC가 11번인지 모르는, 심지어 MBC라는 이름이 입에 자연스럽게 붙지도 않는 세대라면 더욱 그렇다. 그들은 PC로 뉴스를 찾아보지도 않을거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어도 언론사 사이트를 검색해 들어와 장문의 뉴스를 읽고 있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이 지점에서 기자는 큰 숙제와 마주한다. 수많은 플랫폼과 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 채널에 둘러쌓여 사는 세대에게 어떻게 내가 만든 뉴스를 전달할 것이냐다. 여러 매체를 거치며 ‘디지털을 강화하자’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자’ ‘탐사보도에 주력하자’는 얘기를 듣고 또 직접 했지만 실제로는 디지털을 강화하지 못했다. 영상 올리고 카드뉴스를 부지런히 업로드 했지만 새로운 세대의 문법을 따라가는 건 쉽지 않았다.

기자의 숙제지만 매체의 숙제기도 하고, 감히 말하면 언론의 숙제기도 하다. 기자는 800여명 규모의 환경 관련 단톡방에서 활동하는데, 그곳 유저들이 공유하는 수많은 콘텐츠 중에서 언론사 기사 비율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

그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하나로 온갖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또 순식간에 수백명과 나눈다.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꼼꼼히 훓어보며 기사를 스크랩하던 과거의 세대와 확실히 다르다. 마우스 스크롤을 내려가며 기사를 검색하던 세대와도 다르다. 이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좋은 환경기사나 경제기사를 전달할 수 있을까? 이런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기사는 뭘까?

종이신문은 레거시 미디어고 인터넷매체가 뉴미디어인 시대를 기자는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신문도 종이처럼 전통적인 매체다. MBC에 관심 없고 포털에 접속하지 않고도 온갖 정보를 한꺼번에 보는 Z세대가 밀려온다. 그 사이 기자는, 그리고 언론은 또 한 살씩 나이를 먹는다. 먹어가는 나이만큼 예비 독자들은 더 어려진다. 우리는 그들의 눈과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 그린포스트코리아가 늘 관심 갖는 숙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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