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엇갈린 기후변화 대응…시중은행 앞장서고 '공적 금융기관' 뒷짐
금융권의 엇갈린 기후변화 대응…시중은행 앞장서고 '공적 금융기관' 뒷짐
  • 박은경 기자
  • 승인 2021.03.1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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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달성하려면 석탄발전사업에 대한 현실적 대안 제시돼야
국제사회의 탄소중립이 가속화되면서 저탄소 기술혁신 제도 지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금융권이 기후변화 대응에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시중은행과 공적 금융기관이 기후변화 대응에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이 앞장서는 반면 공적 금융기관은 석탄화력발전사업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온도차가 벌어지는 원인은 정부의 대안없는 '탄소중립'에 있다.

15일 그린피스 등에 따르면 정부가 공적 금융기관인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석탄화력발전사업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3조6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도 위배된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025년까지 약120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밝힌바있다. 그러나 이들 국책은행을 통해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되면, 이를 통해 배출될 온실가스는 정부 감축목표의 15배인 2억톤에 달한다.

문제는 기후 위기뿐만이 아니다. 석탄화력발전사업의 사업성이 떨어지며 손실폭도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지난 10년간 한국전력과 산업은행 등을 통해 투입한 석탄화력발전사업 투자 규모는 수십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이로 인해 6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고, 현재 국책은행을 통해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석탄화력발전사업도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2일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 또한 '석탄이 싼 전기와 일자리를 주던 시절은 끝났다'며 전 세계 국가에 석탄발전 투자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탄소중립과도 어긋나는 행보로, 정부의 글로벌 정책에도 걸림돌이 됐다. 정부는 오는 5월 녹색성장과 지속가능발전 등을 논의하는 국제적 민관 연대체인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정상 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존 회원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연합(EU) 주요국과 중국에까지 회의 참석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국 사이에서는 '해외 석탄발전 투자를 계속하는 한국이 의장국을 맡아 탄소중립 논의를 주도하는 것이 과연 맞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석탄산업에 투자했던 중국과 일본도 최근 발을 빼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공적 금융기관을 통해 석탄화력발전사업 투자를 지속하며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공적 금융기관과 정부가 모순된 행보를 보이는 것과 달리 민간 금융기관은 시중은행 주도로 기후변화 대응을 이끌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국내 금융사 최초로 탈석탄금융을, 뒤이어 신한금융지주가 탄소배출제로 선언하며 현재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주까지 5대 금융지주사가 모두 합류했다. 또 이들 지주사는 이사회내 전문 ESG위원회를 설치해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역량을 확대하고 있으며 신한금융지주는 탄소배출제로 실천과정을 담은 ESG보고서를 연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지난 9일에는 5대 지주사뿐만 아니라 일부 공적금융기관을 포함한 112개 금융사가 기후금융과 탄소중립을 지지하며 탈석탄금융을 약속했다. DG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등이 참여했으며 공적 금융기관 중에서도 IBK기업은행,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한국교직원공제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한국지방재정공제회가 동참했다.

글로벌 사회에서도 기후변화를 이끄는 건 금융권이다. 현재 블랙록을 포함한 전 세계 1100여개의 투자기관은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 철회를 선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해외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 수출 지원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운용중이다. 또 G20 금융안정위원회는 지구의 온도를 2℃ 낮추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에 관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그러나 무작정 공적 금융기관과 발전소를 탓할 수만은 없다. 발전사들도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힘쓰고 있는 데다, 석탄 퇴출 움직임이 거센데 반해 정부가 탄소중립 전환에 따른 이렇다 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은 "유럽의 경우 석탄채권이 등급이 높지 않은데 반해 우리나라는 한전과 한전 자회사 및 석탄발전회사 등의 채권 신용등급이 높다"며 "이는 한전 등의 지배주주가 정부인 데다 아직 석탄발전을 통한 전력사업 등이 수익이 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석탄을 통한 전력사업이 수익이 발생하는 걸 알기 때문에 석탄발전사업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정말 탄소중립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이를 가능하게 하는 현실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석탄발전과 원전을 통한 전력생산을 낮추면 전기세가 올라가고 이에 따른 다양한 이해관계가 발생하지만 이는 정부가 언젠가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으로 말로만 탈석탄이 아닌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mylife144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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