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여야 산다 #공장식 축산 ②] 식탁과 기후변화의 밀접한 관계
[줄여야 산다 #공장식 축산 ②] 식탁과 기후변화의 밀접한 관계
  • 이한 기자
  • 승인 2020.12.0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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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축산의 환경적 영향에 대한 여러 지적
축산업 배출 온실가스, 교통 분야보다 더 많다?
“전염병·바이러스 등 팬데믹 현상과 밀접” 지적도
소비 줄이기 어렵다면, 얻는 방법을 바꾸자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번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아홉 번째 시리즈는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동물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공장식 축산’입니다. [편집자 주]

인류는 동물로부터 고기와 가죽 등을 얻는다. 육류는 3대 영양소 중 하나인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이고 가죽 등은 생활 속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귀한 소재다. 하지만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우리가 그것을 얻는 과정에 대해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는 동물로부터 고기와 가죽 등을 얻는다. 육류는 3대 영양소 중 하나인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이고 가죽 등은 생활 속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귀한 소재다. 하지만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우리가 그것을 얻는 과정에 대해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인류는 동물로부터 고기와 가죽 등을 얻는다. 육류는 3대 영양소 중 하나인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이고 가죽 등은 생활 속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귀한 소재다. 하지만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우리가 그것을 얻는 과정에 대해서다.

제러미 리프킨은 <육식의 종말>에서 하루에 1억 3700만 마리, 해마다 500억 마리의 가축이 도축되고 있다고 썼다. 책이 출간된 게 18년 전이니 지금은 더 늘었을 수 있다. 여기서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동물이 살아가는 공간과 그들이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한 문제, 많은 동물을 키우고 도축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환경적인 영향, 그리고 동물이 사는 환경이 인류의 삶과 건강에 미칠 수 있는 또 다른 영향 등이다.

육식과 환경은 어떤 영향이 있을까.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11월 ‘세계 비건의 날’을 맞아 후원자 등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공장식 축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온실가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메탄과 이산화질소의 근원”이라고 언급면서 “동물 사료로 쓰이는 콩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열대우림에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은 무분별한 개간으로 서식지를 잃고 위기에 처했다”라고 경고했다.

◇ 소비 줄이기 어렵다면, 얻는 방법 바꾸자

당시 그린피스가 보낸 이메일 논조는 육식을 줄이는 소비자들의 실천이었다. 그린피스는 “우리가 소비하는 엄청난 양의 육류가 가져오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기후재앙을 피할 수 없다”라고 언급하면서 “지금 변화하지 않는다면 이번 태풍, 홍수, 산불과 같은 이상기후가 더 자주, 더 격심하게 찾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육식과 축산업의 환경 영향을 언급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다. 기후변화 문제를 오랫동안 취재한 경험이 있는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자신의 저서 <2050 거주불능 지구>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탄소배출 줄여 기온상승을 목표만큼 억제하더라도 산업자본주의 시스템이 지난 100여 년에 걸쳐 입힌 손상을 복구하려면 수많은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화석연료 없이 돌아가는 경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완벽히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해야 하며, 농업체계를 새롭게 구상해야 하고, 심지어 육식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육식이 저런 문제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호주의 환경운동가 산드라 크라우트바슐도 자신의 저서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에서 육식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비닐로 포장된 육류를 바라보고 있으면, 포장 문제에 앞서 더 근본적인 질문에 맞닥뜨린다”면서 “우리는 정말 육류를 이렇게 많이 필요로 하는가”라고 썼다. 물론 저자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를 실천하는 사람으로서 고기를 구매할 때 ‘품질은 친환경 수준이어야 하고 비닐로 포장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는데, 그러다 보니 육류나 가공육 소비는 자연스럽게 줄었다고 했다.

하지만 포장 쓰레기를 줄이는 관점에서만 접근한 건 아니다. 저자는 동물에게 무엇을 먹이고 사육 과정에서 어떤 행동을 동물에게 가하는지, 축사에서 도살장까지의 수송경로가 어떻고 도살장의 상황은 어떤지를 소비자가 모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목초지를 확보하려고 숲을 훼손하고 곡물 사료를 확보하기 위해 결과적으로 인류의 식량 부족을 가져오는 문제도 지적했다. 다른 장에서는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고 있는 이 ‘약탈적 풍요’에 대해 어떻게 입장을 정리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교통 분야보다 더 많다?

이런 의견들은 환경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해외 단체 월드워치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13%가 교통 분야에서 발생한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문제가 환경 분야에서 얼마나 자주 다뤄지는지를 생각해보면, 온실가스에서 교통이 차지하는 비율이 꽤 높다고 볼 수 있다.

갑자기 자동차 얘기를 하는 이유는, 축산업이 교통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주장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해외 단체 월드워치연구소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51%가 축산업과 육류산업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지난 7월 본지 인터뷰에서 위 자료를 인용하면서 “가축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가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축산업 등을 위해 수분만에 축구장 크기의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매년 우리나라 크기 정도의 열대우림이 사라지며 이 과정에서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라고 말했다.

축산업과 기후변화의 연결고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거세다. 동물권행동 카라도 지난해 홈페이지를 통해 이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카라는 2018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를 인용해 “가축이 내뿜는 메탄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 내용은 본지도 <줄여야 산다> 시리즈 전편 기사에서 인용한 바 있다.

당시 카라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3배 더 기후에 악영향을 미친다”라고 지적하면서 “기후변화가 걱정돼 태양광 패널을 지붕에 설치했지만 저녁 메뉴로 스테이크를 구워 먹었다면 제대로 행동했다고 볼 수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공장식 축산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는 사실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여러 곳에서 오랫동안 지적해 온 목소리이기 때문다. 인류가 자원을 얻고 소비하며 남는 걸 버리는 과정은 모두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데, 공장식 축산은 그 과정에서 여러 영향을 미친다는 게 중론이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공장식 축산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는 사실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여러 곳에서 오랫동안 지적해 온 목소리이기 때문다. 인류가 자원을 얻고 소비하며 남는 걸 버리는 과정은 모두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데, 공장식 축산은 그 과정에서 여러 영향을 미친다는 게 중론이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축산업이 기후에 영향...달라진 기후는 다시 축산에 영향

축산업, 특히 공장식 축산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는 사실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여러 곳에서 오랫동안 지적해 온 목소리이기 때문다. 인류가 자원을 얻고 소비하며 남는 걸 버리는 과정은 모두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데, 공장식 축산은 그 과정에서 여러 영향을 미친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축산업이 정말로 기후변화에 영향을 준다면, 그렇게 생겨난 기후변화는 축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까? 달라지는 기후와 그로 인해 요동치는 날씨는 축산업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적인 손해를 입힐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월 19일 블로그에 <기후가 달라지면 경제도 움직인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게재했다. 연재물인데, 해당 게시물은 축산업 관련 내용을 다뤘다. 해당 게시물에 따르면, 폭염으로 남원 온도가 39.6도까지 올랐던 지난 2018년, 한 계사에서만 3,000만 마리가 폐사하는 등 전국에서 833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미국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날씨가 더워지면 가축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성장이 정체되고 번식을 잘 하지 않으며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8월 발표한 <농업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온실가스 배출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는 30년 전인 1988년과 비교해 연평균 기온과 강수량이 증가하고 일조시간은 줄었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업재해 피해면적도 늘었다. 이에 따라 농업재해가 확대되고 농작물 재배작법 및 방제대책 시행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태풍과 장마 등이 이어지면서 축사가 침수되거나 가축이 폐사하는 사례도 늘었다. 올해 집중호우 기간에도 비를 피해 지붕위에 올라간 소의 모습 등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축산업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그렇게 변한 기후가 다시 축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순환고리다. 조사처는 같은날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 2020’의 농업부문 주요 내용과 과제> 보고서에서 “농축산물 생산 전 과정에 걸친 저탄소 기술 적용, 새로운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 “전염병 바이러스 등 팬데믹 현상과도 관련” 지적도

공장식 축산이 전염병 바이러스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이원복 대표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저병원성으로 시작했다가 변종을 일으켜 고병원성으로 바뀌어 사람에게 감염된 것처럼 위험한 바이러스의 공장이나 창고 역할을 (공장식 축산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과거로 시계를 돌려보자. 한겨레는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지난 2009년 <공장식 축산업 괴물바이러스 키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한겨레는 당시 기사에서 “최근 10년 사이에 서로 다른 인수공통 전염병이 연이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하면서 “한 품종의 동물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장식 축산업이 인수공통 전염병의 발생과 전파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21년 전의 상황에 대해서도 이런 지적이 있었다는 의미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올 4월 발표한 <환경 파괴로 늘어나는 전염병 현황 및 대응 방안> 자료에서도 이런 내용이 드러난다. 보고서는 “영국 가디언지가 코로나 바이러스 유발 원인 중 하나로 공장식 축산(factory farming)을 지목했다”고 언급하면서 “식량 생산의 산업화에서 소외된 일부 소규모 농가들이 생계를 위해 야생동물 거래를 늘려 나갔고, 대규모 공장과 농장들에 밀려 점차 야생지역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박쥐 등에서 발생하는 야생 바이러스에 접촉되는 밀도와 빈도가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보고서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 가축 전염병이 퍼지면 사육 동물의 공장식 밀집 사육과 유전자 다양성 결여 때문에 급속도로 확산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축산으로의 전환과 함께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는 정책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축이 밀집 사육되는 환경에서는 (가축)전염병 등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근 지역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다른 농가들까지 대규모 살처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시 입법조사처 역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조류독감 등 가축 전염병 관련 살처분 비용으로 3조 7000억원을 지출했다”고 지적하면서 “농가와 정부에 경제적 부담이 되고 관련자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대형 살처분 대신 선제적인 예방 방식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줄여야 산다 공장식 축산> 3편에서는, 친환경 축산과 식물성 고기 확보 등에 나선 사례들을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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