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롯데짜장면, 1984년 짜파게티로 이어진 역사
짜장라면 다 합쳐도 짜파게티 하나가 더 많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짜파구리 열풍에 농심 실적 쑥쑥
당분간 독주 예상...짜파게티 아성 깰 2인자는 누구?

‘엘 클라시코’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펼치는 매치를 뜻합니다. 두 팀은 전통의 명문 구단이자 오랜 라이벌로 통해서 이 매치는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곤 합니다. 경기 내용은 매우 치열하고 때로는 그라운드에서 거친 행동이 오가기도 합니다.

라이벌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라는 뜻입니다. 치열하게 다투고 때로는 선의의 경쟁도 펼치는 사이겠지요. 얄궃은 운명 때문에 누군가는 1등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이나 자질을 갖추고도 늘 2등에 머물기도 합니다. 어쩌면 ‘지기 싫은 상대’를 표현하는 말이 될 수도 있겠네요.

재계에도 라이벌이 있습니다.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거나, 서로 비슷한 상황 또는 처지에 놓여서 늘 비교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들 역시 ‘엘 클라시코’에 나선 선수들처럼 어떻게든 상대를 꺾기 위해 치열하게 다툽니다.

재계의 라이벌들은 역사적으로 어떤 관계를 쌓았을까요. 그들은 지금 어느 분야를 두고 경쟁하고 있으며 다가올 미래에는 관계가 어떻게 변할까요. 국내 재계 대표 라이벌들의 사연과 치열했던 다툼을 소개합니다. 아홉 번째는 짜장라면 시장에서 오랫동안 독주하고 있는 짜파게티입니다. [편집자 주]

 

국내 라면시장 넘버2는 짜파게티다. 짜파게티는 짜장라면 시장에서 독보적 강자고, 라면시장 전체에서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어지간한 소비자라면 한번쯤은 ‘짜파게티 요리사’였다는 얘기다. (농심 홈페이지 캡쳐 후 합성)/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라면시장 넘버2는 짜파게티다. 짜파게티는 짜장라면 시장에서 독보적 강자고, 라면시장 전체에서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어지간한 소비자라면 한번쯤은 ‘짜파게티 요리사’였다는 얘기다. (농심 홈페이지 캡쳐 후 합성)/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국내 라면 시장의 독보적인 강자가 있다. ‘신라면’이다. 그러면 2위는 누굴까. 진라면 매운맛이나 안성탕면, 삼양라면 같은 이름을 떠올린다면 틀렸다. 국내 라면시장 넘버2는 바로 짜파게티다. 짜파게티는 짜장라면 시장에서 독보적 강자고, 라면시장 전체에서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다들 ‘짜파게티 요리사’라는 얘기다.

짜파게티는 경남과 경북을 제외한 전국에서 대부분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안성탕면의 입지가 탄탄한 부산과 영남지역에서만 점유율 3위다. 짜파게티는 수도권에서 진라면 매운맛, 강원과 충남에서 육개장사발면, 호남에서 삼양라면을 각각 제치고 점유율 2위에 오른 스터디셀러다. 만일 신라면이 없었다면 국내 라면 중 최고 인기제품일 수도 있었다.

농심은 홈페이지를 통해 짜파게티가 “대한민국 짜장라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짜장라면 넘버원 브랜드”라고 소개한다. 실제로 이 제품은 ‘일요일엔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라는 광고 카피로 소비자들에게 익숙하게 다가왔고 출시 후 30여 년 동안 줄곧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2019년에는 1,8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2000억 원을 넘나들 것으로 예상된다. 짜파게티는 지금까지 약 75억개 팔렸다. 5천만명이 모두 150개씩 먹어야 나올 수 있는 숫자다. 누적 판매량으로는 신라면과 안성탕면에 이어 국내 3위다. 농심은 “지금까지 판매된 짜파게티를 모두 일렬로 연결하면 지구를 40바퀴 돌 수 있다”라고 밝혔다.

◇ 1970년 롯데짜장면, 1984년 짜파게티로 이어진 역사

짜파게티의 역사는 1984년으로 올라간다. 공식적인 연차로 따지면 올해 제품 나이는 서른일곱이다. 그런데 농심이 인스턴트 짜장면 개발에 몰두한 건 그보다 더 오래된 얘기다. 농심은 1970년부터 짜장면을 국내 최초로 인스턴트화 했다. 1970년 2월에 롯데짜장면을 출시했고 1978년에는 삼선짜장면, 1983년에는 농심짜장면을 각각 출시했다.

출시 초기 롯데짜장면은 라면 시장 강자가 아니었다. 시장 반응은 좋았고 출시 후 하루 최고 9000박스를 생산할 만큼 주문이 밀려들기도 했지만, 당시 라면 업계 1위였던 삼양의 벽은 넘지 못했다. 당시 신춘호 농심 회장은 심기일전하는 각오로 사명을 농심으로 바꾼 삼선짜장면도 출시했다. 롯데와 라면의 이미지가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적극 수용한 것.

당시 제품들은 문제가 있었다. 스프가 면에 잘 섞이지 않고 뭉치는 문제였다. 잘 풀어지라고 물을 많이 남기면 맛이 싱거워졌다. 농심은 연구를 거듭하다 ‘그래뉼 공법’을 라면 스프 제조에 처음 도입했다. 모래처럼 고운 가루 타입 과립 스프가 그때 나왔다. 중앙일보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연구원이 커피를 마시다가 ‘커피 알갱이처럼 만든 스프’를 떠올리고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고 한다.

짜파게티는 출시 당시 기존 짜장라면보다 50원 비쌌다. 이름도 소비자에게 익숙한 짜장면이 아니라 스파게티를 연상시키는 단어로 낯설었다. 하지만 짜파게티는 출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짜파게티 출시 당시를 기억한다는 60대 소비자 유모씨는 “당시 아들이 유치원생이었는데, 짜파게티라는 이름을 좋아하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짜파게티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도전자들이 속속 나섰다. 출시 이듬해인 1985년에는 삼양식품 짜짜로니가 나왔다. 이국적인 멜로디의 ‘삼양 짜짜로니’라는 광고 카피가 ‘짜파게티 요리사’ 못잖게 인기를 끌었다. 짜스면과 모두짜장 등 비슷한 느낌의 짜장라면들도 출시됐다. 1988년에는 짜호띵이 출시됐고 오뚜기에서도 짜장박사와 일미짜장면을 출시하며 시장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짜짜로니를 제외하고는 모두 수명이 길지 못했다. 짜파게티의 시장 점유율이 워낙 견고해서다. 시장에서 오랫동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여러 도전자와의 경쟁을 모두 물리친 제품들이 있는데, 짜파게티 역시 그런 사례다.

짜파게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여러 형태의 변형된 레시피로 인기를 끌어왔다. 다양한 레시피가 인기를 끈 덕분에 이른바 ‘모디슈머’ 열풍의 원조로도 꼽힌다. 사진은 짜파게티 키워드로 검색한 인스타그램 모습. (인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짜파게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여러 형태의 변형된 레시피로 인기를 끌어왔다. 다양한 레시피가 인기를 끈 덕분에 이른바 ‘모디슈머’ 열풍의 원조로도 꼽힌다. 사진은 짜파게티 키워드로 검색한 인스타그램 모습. (인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짜장라면 다 합쳐도 짜파게티 하나가 더 많다?

11월 26일 현재, 인스타그램에 짜파게티를 검색하면 게시물 21만개 이상 검색된다. 다른 제품과의 차이가 크다. 짜짜로니와 오뚜기 진짜장이 5000여개, 농심이 출시한 짜왕이 3만 4000여개 검색된다는 걸 고려하면 독보적인 숫자다. 타 제품 중 상대적으로 언급량이 많은 짜왕도 짜파게티에서 파생된 짜파구리(4.8만) 게시물 숫자에 미치지 못한다. 유명 브랜드 짜장라면 언급량을 모두 더해도 짜파게티 하나가 더 많다. 시장에서의 관심도가 크게 차이 난다는 의미다.

짜장라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짜파게티의 입지는 지난 수년간 두차례에 걸쳐 업그레이드 됐다. MBC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서 윤후와 김성주의 먹방, 그리고 아카데미 4관왕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의 영향 때문이다.

짜파게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여러 형태의 변형된 레시피로 인기를 끌어왔다. 다양한 레시피가 인기를 끈 덕분에 이른바 ‘모디슈머’ 열풍의 원조로도 꼽힌다. 모디슈머는 영어 Modify와 Consumer의 합성어로 자신의 기호에 맞게 조리법을 바꿔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농심은 홈페이지에 게재한 인포그래픽 형태의 동영상 광고를 통해 짜파게티 레시피 후기가 1만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체다치즈와 계란프라이를 얹은 ‘짜치계’가 실제 분식집 등에서 판매되기도 했고 냉동 만두소를 넣어 조리해 먹는 방법도 유튜브 등에서 화제가 됐다. 인기 요리연구가 백종원은 양파를 많이 넣은 ‘양파게티’ 레시피로 주목 받기도 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변형 레시피가 너구리와 함께 끓인 ‘짜파구리’다. 2013년 방영된 예능에서 가수 윤민수 아들 윤후가 맛있게 먹는 모습이 방영되며 대대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윤후가 여행차 찾아간 동네 이장님 집에서 짜파게티를 먹고 다른 여행지에서는 아나운서 김성주가 끓여준 짜파구리를 먹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짜파구리는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듯, 짜파게티 독주에 힘을 실었다.

◇ 짜파구리 열풍에 농심 실적도 쑥쑥

올해 초에는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 속 메뉴로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끌었다. 소고기를 넣은 영화 속 레시피가 국내외에서 동시에 인기를 끌고 번역가가 짜파구리를 ‘람동’이라는 단어로 번역했다는 사실도 화제가 되면서 인지도와 매출이 동반 상승했다. 올짜파게티 2월 매출은 15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첼리와 바레인, 수단 등에서 새롭게 짜파게티 수입을 요청해 수출국이 총 70개국으로 늘었다. 현재 짜파게티는 안양과 안성, 구미, 부산, 미국 LA와 중국 상해 등 국내외 6개 공장에서 생산된다.

짜파게티는 농심의 실적도 이끌었다. 농심의 올해 상반기 미국법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성장한 1억 6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신라면 블랙이 해외 사이트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으로 선정되는 등의 이슈가 있었으나 짜파구리 효과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 베트남에서도 영화 기생충이 인기를 끌면서 현지 극장과 대형 마트에서는 짜파게티와 너구리 관련 행사가 이어졌다. 베트남 현지 대형 마트에서는 “농심 라면이면 무엇이든 좋으니 최대한 많이 입점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는 얘기도 들렸다. 농심은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함께 조리해야 하는 불편함 등을 고려해 단일 상품 짜파구리도 선보였다.

이런 과정에서 짜파게티의 국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32.5% 올랐다. 이미 지난해에 전년 대비 약23% 성장한 1,850억 원의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신라면에 이어 시장 2위에 오른 바 있고, 그 후 올해는 2위 입지를 더욱 다져가는 모양새다. 농심은 내심 짜파게티 연간 매출 2000억 원 달성을 내다보고 있다.

11월 26일 현재, 인스타그램에 짜파게티를 검색하면 게시물 21만개 이상 검색된다. 다른 제품과의 차이가 크다. 짜짜로니와 오뚜기 진짜장이 5000여개, 농심이 출시한 짜왕이 3만 4000여개 검색된다는 걸 고려하면 독보적인 숫자다. 타 제품 중 상대적으로 언급량이 많은 짜왕도 짜파게티에서 파생된 짜파구리(4.8만) 게시물 숫자에 미치지 못한다. 유명 브랜드 짜장라면 언급량을 모두 더해도 짜파게티 하나가 더 많다. 시장에서의 관심도가 크게 차이 난다는 의미다. (농심 홈페이지 다운로드)/그린포스트코리아
11월 26일 현재, 인스타그램에 짜파게티를 검색하면 게시물 21만개 이상 검색된다. 다른 제품과의 차이가 크다. 짜짜로니와 오뚜기 진짜장이 5000여개, 농심이 출시한 짜왕이 3만 4000여개 검색된다는 걸 고려하면 독보적인 숫자다. 타 제품 중 상대적으로 언급량이 많은 짜왕도 짜파게티에서 파생된 짜파구리(4.8만) 게시물 숫자에 미치지 못한다. 유명 브랜드 짜장라면 언급량을 모두 더해도 짜파게티 하나가 더 많다. 시장에서의 관심도가 크게 차이 난다는 의미다. (농심 홈페이지 다운로드)/그린포스트코리아

◇ 당분간 독주 예상...짜파게티 아성 깰 2인자는 누구?

짜파게티는 오랫동안 라면 브랜드 2위, 짜장라면 1위를 지켜왔다. 2010년에는 1인가구 증가 추세 등에 맞춰 광고 카피를 ‘ (기존에는 일요일) 오늘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로 바꿨다.

부침은 있었다. 짜파게티는 지난 2014년에 1,588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신라면에 이어 라면시장 2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2015년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300억 원 이상 감소하며 2위 자리를 진라면에 내줬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제조사 ‘농심’ 때문이었다.

2015년 농심은 프리미엄 짜장라면 짜왕을 출시했다. 기사 서두 인스타그램 언급량 부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짜왕은 타 브랜드 짜장라면보다 더 높은 관심을 끌었다. 문제는 짜왕이 짜파게티 구매층을 흡수한 것. 짜파게티는 2016년에도 매출이 200억 원 이상 줄면서 매출 1,000억 원대가 위태로워지기도 했다.

짜파게티는 2017년부터 다시 일어섰다. 프리미엄 라면 인기가 다소 주춤한 사이 전통적인 짜장라면이 다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매출이 회복됐다. 이후 짜파게티는 다시 진라면을 3위로 밀어내고 라면시장 2위에 올랐다. 농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조달청이 조사한 군납용 라면 납풍량 1위는 짜파게티 큰사발이다.

짜왕과 더불어 오뚜기에서도 진짜장을 출시했으나 짜파게티의 시장을 크게 잠식하지는 못했다. 이연복 셰프를 내세운 팔도 짜장면, 가성비를 내세운 삼양 국민짜장, 노브랜드에서 출시한 짜장라면, 오뚜기 북경반점 등 여러 제품이 시장에서 경합 중이지만 짜파게티의 점유율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짜파게티의 독주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짜파게티의 아성을 위협할 짜장라면 넘버2는 누가 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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