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인수대금 1조원 할인 ‘빅딜’ 거절에 사실상 인수 무산

 
아시아나는 9월 중순부터 몇몇 일본 노선에 투입되는 비행기를 지금보다 작은 기종으로 바꾸기로 했다. (아시아나 페이스북 캡처) 2019.7.30/그린포스트코리아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사실상 무산됐다.(본사DB)/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의 매각 무산으로 주인을 잃은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해 ‘플랜B’를 가동하고 긴급수혈에 나선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인 산업은행 등은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인수의지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HDC현산이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실사를 고수하는 입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전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정몽규 HDC현산 회장에 인수대금 1조원 할인이라는 ‘빅딜’을 제안했지만 HDC현산이 이를 거부하고 재실사라는 완고한 입장을 유지하며 제안을 거부한 것이다.

HDC현산과 채권단이 의견조율에 실패하면서 10개월을 끌어온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은 결국 물거품이 됐다. 계약 해지 통보만 남겨 놓고 있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거래가 최종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인 산업은행 관리 체제로 넘겨진다. 이후 정부의 기안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통해 지원이 이뤄진다. 기안기금을 통한 지원은 정책기관이자 채권단인 산은을 통해 집행된다. 

산은 또한 길 잃은 아시아나항공을 구제하기 위한 긴급수혈에 돌입했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을 직속 관리체제에 두는 ‘플랜B’를 가동해 최소 2조원 규모의 기안기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딜브레이크가 선언되면 즉각 기안기금을 투입할 것”이라면서 “투입 규모는 대략 2조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HDC현산이 ‘노딜’로 끝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집하는 반전이 일어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아시아나항공의 올 상반기 부채규모는 11조5459억원에 달하며 부채비율은 2366%에 이른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최소 1년간 2조원을 갚아야하는 만큼 인수를 통해 취할 이익보단 리스크가 크다.

아시아나항공의 현재 신용등급은 최하위 투자등급인 ‘BBB(불확실검토)’ 단계다. 이 마저도 HDC현산의 인수에 따른 기대치가 반영된 등급이다. 매각이 최종 무산되면 추가 등급하락으로 당장 상환해야 할 자산유동화증권(ABS)만 7000억원에 달한다. ABS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매출채권, 부동산 등의 유·무형 유동화자산(Underlying Asset)을 기초로 발행된 증권을 말한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가 발행한 영구채 50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6000억원을 지원했으며, 올해 4월에도 영구채 3000억원이 포함된 1조700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영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산은과 수은은 영구채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전환사채(CB)를 각각 9399만1174주, 3705만1827주를 보유하게 됐다. 주식으로 전환하면 각각 26.53%, 10.46%의 지분율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산은과 수은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보유 지분은 총 36.9%로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다. 

여기에 기안기금을 통해 2조원이 추가로 투입되면 사실상 정부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절반가까이 소유하게 된다.

계약이 최종 무산되면 이 회장이 HDC현산의 법적책임을 언급한 만큼 추후 법정공방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달 초 “매각 무산의 모든 법적 책임은 현산에 있다”면서 “더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면서 HDC현산 측에 인수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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