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바다, 푸르른 5월...동요 가사 속 봄 풍경과 실제 지구 모습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광화문 등에서는 여러 행사가 열렸다. 인류는 동요 가사 속의 '푸른 하늘' 또는 '초록빛 하늘'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 (공민식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광화문 등에서는 여러 행사가 열렸다. 인류는 동요 가사 속의 '푸른 하늘' 또는 '초록빛 하늘'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 (공민식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옛날 어린이들은 ‘5월은 푸르다’고 노래했다.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파란 하늘빛 물이 든다’는 아름다운 노랫말도 있었다. 추억 속 동요 가사에 나오던 ‘자연’은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인류는 그 풍경을 동요 속 가사처럼 되돌려놓을 수 있을까? 아름다운 동요 가사 풍경과 실제 현실을 소개한다.

◇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5월은 푸르구나”
(윤석중 작사 윤극영 작곡, 어린이날 노래 中)

지난 4월 22일은 제50주년 ‘지구의날’이었다. 날짜상 5월은 아니지만 5월을 불과 일주일여 앞둔 완연한 봄이었다. 이날 서울 광화문 등에서는 한국채식연합 등 여러 단체들의 환경관련 퍼포먼스가 개최됐다. ‘지구를 아껴쓰자’는 취지의 많은 행사가 열린 이 날, 서울 하늘은 푸른빛이 아니라 회색빛이었다. 

흐린 날씨 탓이었다. 운이 나빴다. 맑은 날이었으면 우리가 아는 ‘하늘색’ 풍경이 펼쳐졌을 확률도 있었다. 1990년대에도 ‘회색빛 하늘’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있었으나 그렇다고 지구 하늘이 모두 회색빛으로 변한 건 아니니까. 하지만, 기후변화가 하늘색과 날씨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특히 최근에는 역대급으로 따듯한 3월과 반대로 추운 4월이 이어졌다. 인류는 푸른 5월을 되찾을 수 있을까?

◇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파란 하늘빛 물이 들지요, 어여쁜 초록빛 손이 되지요”
(박경종 작사 이계석 작곡, 초록바다 中)

최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해양수산부와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해양 보호구역을 확장하라’는 내용의 서한과 서명을 전달했다. 전체 바다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주장이다. 세계 여러 나라들은 바다를 접한 해안가의 환경에는 일부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해안가를 벗어난 곳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태평양 한가운데 거대한 ‘쓰레기 섬’이 떠다니거나 해양생태계 파괴로 인해 생물다양성이 위협받는 등 여러 환경 관련 이슈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바다로 쓸려간 쓰레기가 해양을 오염시키고, 플라스틱 등이 해양동물의 먹이가 되면서 생태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 파란 하늘색과 닮은 깨끗한 바다를 되찾는 게 인류의 숙제다.

◇ “나뭇잎 사이 초록빛 빗방울 또로록 나를 보며 살며시 인사를 하죠”
(채기병 작사 채기병 작곡, 빗방울 中)

2013년 6월 전라남도 여수시의 한 농촌마을에 검은 비가 내렸다. 30여분간 쏟아진 검은 비로 농작물과 토양이 오염됐다. 빗방울이 떨어진 자리에서는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고, 마을 인근 폐기물업체 매립지에서 날아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기 중에서 카드뮴 등 중금속이 미세먼지와 결합해 비가 되어 내린다. 비와 함께 내려온 미세먼지가 식물 잎에 달라붙어 광합성을 방해하고, 강한 산성비가 석회암이나 대리석까지 부식시켜 문화재 등에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미국 산림청이 1989년 이후 30여년간 연구한 결과, 산성비는 초목의 수분 흡수량을 늘려 지구의 물 순환 구조를 바꾸고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회색하늘에서 내리는 흙비와 산성비를 초록빛 빗방울로 다시 바꿀 수 있을까?

◇ "산도 들도 나무도 파란잎으로, (중략) 파아란 하늘보고 자라니까요"
(어효선 작사 한용희 작곡, 파란 마음 하얀 마음 中)

회색 하늘과 쓰레기가 쌓인 바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의 환경평가를 진행하는 CDP CEO 폴 심슨은 “2019년 말 발생한 호주 산불이 최근 기후 변화와 관련된 이상 기후 현상의 한 예시”라고 말했다. 국내를 비롯해 해외 여러나라에서 일어나는 산불도 건조한 날씨가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관련이 깊다고 본다.

실제로 호주는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덥고 건조한 날씨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바싹 말라버린 숲과 초원은 작은 불씨로도 쉽게 불이 붙는다. 큰 화재는 산과 나무를 태우고 근처의 산소까지 태워 주변에 강한 바람을 불러 일으킨다. 그 바람과 불길은 동물과 사람까지 위협한다. 산과 들과 나무를 다시 파란잎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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