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간 촬영한 '제주 경주마 학대' 영상 지난달 이어 추가 공개
생명학대방지포럼 "세계인들 '케이학대'라는 표현으로 문제 지적"

21일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가 공개한 '제주 경주마 학대' 영상 캡처.
21일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가 공개한 '제주 경주마 학대' 영상 캡처.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병욱 기자] 지난달 국내 경주마들의 '학대 도축' 현장을 폭로했던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가 관련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21일 생명체학대방지포럼(대표 박창길)에 따르면 PETA 미국 본부는 10개월간 진행한 ‘경주마 학대’ 조사 과정에서 촬영한 영상을 이날 추가로 공개했다.

앞서 페타는 지난달 2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국 경주마들이 경마에 동원되다 노쇠하거나 부상으로 인해 퇴출되면 잔인하게 도살되는 비극적 운명을 폭로했다. 이 영상은 페타가 한국에서 널리 행해지는 순종 경주마 도살현장을 10개월간 직접 촬영한 것이다.

당시 공개된 영상에는 퇴출되거나 주인에게 버려진 경주마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말들이 반복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강제로 도살장에 끌려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특히 같은 트럭에 실려 도착한 순종마 2마리가 강제로 도축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나오는데, 두 마리 중 수컷인 ‘에어 블레이드’는 동료였던 암 망아지 ‘로얄 리버’가 기절 당해 한 쪽 다리가 묶인 채 공중으로 들어올려지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지켜봤다.

또 도축장에 끌려온 말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모습, 상처를 입어 핏자국이 묻은 모습, 심지어 경주 트랙에서 방금 끌려와 다리에 경기용 보호장비를 그대로 하고 있는 모습 등도 나온다.

이러한 공포스러운 학대 장면들이 공개되자 국제적인 분노를 샀다. 호주와 미국 언론매체에서 한국 내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경주마 도축을 주요 기사로 다뤄 수십만명의 세계인들이 한국마사회에 항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날 새로 공개된 영상에는 지난달 공개하지 않았던 부분이 포함돼 있다. 말들에 대한 심한 구타 장면이 나오는데, 한 장면에서는 말들이 3분간 머리를 구타당한다. 또한 새로 공개된 영상에서는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말 세 마리가 도축되는 장면도 나온다. 그 중 한 마리는 다른 말이 지켜보는 바로 앞에서 도축 된 뒤 장비로 공중에 들어올려진다.

현재 이 사건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이 조사를 진행중이다.

페타는 또한 유명한 씨수말인 '메니피(23)'의 새끼말인 '포스타'(6)가 지난 2월 도축장에 끌려와 거칠게 도축시설 안으로 내몰리는 장면도 공개했다. 페타가 입수한 도축기록에 따르면 '포스타'는 말고기를 위해 도축된 메니피의 새끼 22마리 가운데 1마리였다.

국내 최고 씨수말이었던 ‘메니피’는 13일 오전 렛츠런팜 제주에서 폐사했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제주에 따르면 메니피는 당일 오전 9시쯤 한 차례 교배를 마친 뒤 노화에 따른 심정지로 쇼크사했다.

페타는 메니피가 지난해 교배했던 136마리 씨암말 중 한마리와 교배하는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지난달 페타의 폭로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는 페타 미국 본부에서 요청한 경주마 은퇴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캐시 귀예르모 페타 수석부총재는 "한국마사회는 미국의 더러브렛 사후복지협회의 기준을 본보기로한 종합적인 경주마퇴역체계를 디자인해야 한다"면서 “한국마사회가 말고기 산업을 포기하기 전에는 국제사회에서 한국 경마산업은 정육점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창길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국제적인 관광지로서 제주도의 이미지가 더럽혀졌다"며 "많은 한국인들은 기존에 모르고 있던 경주마들의 학대와 구타, 도축에 충격을 받았고, 세계인들이 언급한 '케이학대(K-Cruelty)'라는 표현이 당황스럽지만, 말들에 대한 잔인한 취급방식이 계속되고 동물보호법 위반 사례가 법 집행기관에 의한 책임있는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한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마사회 관계자는 페타의 지적과 관련해 "마사회에서는 말고기 산업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wook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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