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미세먼지 농도 개선됐지만 ‘대기정체’로 고농도 발생은 늘어
지구 온난화로 대기 순환 시스템 붕괴하며 ‘창문 없는 방’ 현상 심화

대기정체가 심화하면서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낮아졌지만 시야를 흐리게 할 정도의 고농도 발생 횟수는 되레 늘고 있다. 미세먼지에 갇힌 4일 서울의 하늘 모습. (사진=채석원 기자)
대기정체가 심화하면서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낮아졌지만 시야를 흐리게 할 정도의 고농도 발생 횟수는 되레 늘고 있다. 미세먼지에 갇힌 4일 서울의 하늘 모습. (사진=채석원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안병옥 고려대 교수(OJERI·환경생태공학부 특임교수)는 최근 한 언론사에 기고한 글에서 미세먼지 문제가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심각해진 건 아니라고 했다.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1년 전보다 10% 가까이 줄었고, 서울시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 역시 최근 3년간 하락하면서 1995년 공식 측정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이처럼 낮아지고 있음에도 미세먼지가 과거보다 심해진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있다. 대기 정체. 안 교수는 몇 년 전부터 공기 확산과 흐름을 방해하는 대기 정체 현상이 자주 나타나면서 시야를 뿌옇게 흐릴 정도의 ‘고농도’ 발생 횟수도 함께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기 정체는 대체 왜 발생하는 것일까.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는 이 같은 대기오염 문제가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이인성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4일 홈페이지에 ‘미세먼지 감옥에 갇힌 한반도, 대기정체의 정체는?’이라는 글을 올려 대기오염을 줄이려면 대기오염 배출원을 줄이고, 대기오염을 심화하는 온실가스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구는 적도와 차가운 극지방의 열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해류와 대기를 순환시키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 중요한 역할을 바람과 비가 해왔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지방 온도가 올라가면서 적도와의 온도 차가 점점 줄다 보니 대기를 순환시키던 바람과 비의 역할이 점점 약화하는 것. 그 결과 대기가 더 순환되지 않고 한 자리에 오래 머무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창문 없는 방’ 같은 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환기되지 않는 방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답답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대기정체 현상도 마찬가지다. 이 캠페이너는 “대기가 정체되면 발전소, 차량, 공장 등 다양한 대기오염 배출원에서 같은 양의 미세먼지를 뿜어내도 오염 물질이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서 “적은 양이라도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캠페이너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공장 굴뚝 등에서 고체 상태의 미세먼지로 나오는 경우와 가스 상태로 나온 물질이 공기 중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발생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석탄, 그리고 차량 배기가스는 고체 상태의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의 가스 형태의 물질을 내뿜어 햇빛, 수증기, 오존, 암모니아 등과 결합하는 화학반응을 통해 2차 초미세먼지를 생성한다는 점에서 더욱 해롭다.

수도권만 하더라도 대기 중 2차 초미세먼지가 전체 초미세먼지 발생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매우 심각하다. 문제는 화석연료를 태우면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대기정체의 원인인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도 함께 배출한다는 것이다. 이 캠페이너는 “인간 활동으로 생성되는 온실가스 배출의 90% 이상이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배출된다”면서 “미세먼지가 온실가스가 증가하는 추세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캠페이너는 “중요한 것은 대기오염의 원인과 심화 요인이 무엇인지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라며 “대기오염을 줄이려면 대기오염 배출원을 줄이고 대기오염을 심화하는 온실가스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기오염은 꼼수로 해결할 수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대기오염 배출원을 줄이면서 지구온난화를 발생시키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라며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매연과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것이 가장 빠르고 현실 가능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어느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앞으로 중국 정부는 오염물질 배출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한국 정부와 협력해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jdtimes@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