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 중심 신사업이 부른 젊은 리더 시대··· 대기업 임원 '세대교체' 본격화

삼성, AI·로봇·반도체 이끌 30~40대 기술 임원 대거 발탁 유통가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도 젊은 리더진 전면 배치 흐름 기술 혁신·글로벌 경쟁력 확보 위해 젊은 리더 필요··· 구조적 변화

2025-11-26     임호동 기자
전문성을 갖춘 1970~1980년대 임원을 대거 발탁하며 세대교체에 나서고 있는 국내 주요 기업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올해 연말 주요 그룹 임원 인사에서 ‘세대교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급변하는 기술환경과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전문성을 갖춘 1970~80년대생 리더들을 과감히 전진 배치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는 AI·로봇·반도체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기술 인재를 중용해 미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겠다는 포석이 담겨 있다는 평가다. 

◇ 삼성, 40대 부사장·30대 상무 대거 발탁

삼성전자는 25일 부사장 51명, 상무 93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 등 총 161명을 승진시키는 내용의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40대 부사장 발탁 확대와 기술 리더 전진 배치다.

DX부문 로봇 전문가인 권정현(45) 삼성리서치 로봇인텔리전스팀장이 40대 부사장에 올랐다. 그는 로봇 핵심기술 개발과 로봇 AI 기반 인식·조작 기술 경쟁력 확보를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DS부문에서는 이병현(48) 메모리사업부 D램 PA2그룹장, 이강호(48) 파운드리사업부 PA3팀장, 정용덕(49)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MI기술팀장 등이 40대 부사장 대열에 합류했다.

30대 상무 승진도 눈에 띈다. 김철민(39) DX부문 MX사업부 시스템 퍼포먼스그룹장과 이강욱(39) 삼성리서치 AI모델팀 상무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흐름은 주요 계열사에서도 나타났다. 같은 날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도 40대 여성인 김희정 부사장과 30대 여성인 안소연 상무가 창립 이래 최연소 여성 임원으로 승진했다.

◇ 유통·식품가, 오너 3·4세 경영 전면 배치

세대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부분은 식품·유통업계다. 식품·유통 대기업에서는 오너 3·4세 체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30~40대 후계자들이 미래 성장 전략과 글로벌 사업을 중심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SPC그룹은 최근 2026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허진수(1977년생) 부회장·허희수(1978년생) 사장 체제를 완성했다. 허진수 부회장은 파리바게뜨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며 해외 확장을 이끌어왔다. 올해 7월 출범한 'SPC 변화·혁신 추진단' 의장도 맡고 있다. 허희수 사장은 배스킨라빈스·던킨 브랜드 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며 멕시칸 푸드 브랜드 치폴레의 국내·싱가포르 도입을 성사시켰다.

이외에도 CJ그룹에서는 이선호(1990) 미래기획실장이 올해 9월 CJ지주사 내 신설된 미래기획실 실장으로 복귀해 중장기 전략과 미래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농심은 신상열(1993) 미래사업실장이 내년 1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오너 3세 승계 구도가 공고해졌다. 삼양식품에서는 전병우(1994) 전무가 글로벌 불닭 브랜드 확장과 해외 공장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26일 인사를 발표하는 롯데그룹에서는 신유열(1986)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의 사장 승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신 부사장은 그룹의 신기술·신사업·바이오 전략을 총괄하며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등을 겸임하고 있다.

◇ 미래 사업 준비하는 주요기업, 세대교체 더 빨라진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주요 기업 전체의 인사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최근 대기업 인사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며,  국내 주요기업들은 젊은 리더를 전면에 배치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인사에서 1970년대생 사장 5명을 배출했다. 12월 초 발표 예정인 부사장 이하급 인사에서도 사업·R&D·생산 등 기술·현장 중심 인사가 강화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 3~6명이 승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부사장 중 1970년대생 비중은 현재 32%이며, 이번 인사를 거치면 40%대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AI 동맹 등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기술·기획형 젊은 임원이 대거 등용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AI·바이오·클린테크 등 'ABC' 신성장축 강화를 공표한 만큼, 이번 인사에서도 이러한 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LG전자 부사장급 중 1970년대생 비중은 현재 약 20%에서 내년 30%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소는 "현재 국내 100대 기업에서 해당 연령대 임원은 약 100명이 활동 중으로, 내년에는 이들 임원 층이 한층 두터워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은 AI·반도체·로봇·바이오 등 기술 중심의 산업 재편 속에서 기업들이 기술 적응력과 글로벌 경험을 갖춘 젊은 리더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체된 내수 시장과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M&A·신사업 발굴 능력, 디지털 기반 경영 혁신 역량이 차세대 리더의 핵심 자질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