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리더를 만나다] AI·데이터·과학으로 무장한 해양쓰레기 해결사, 홍선욱 오션 대표 인터뷰
경남 통영 작은 비영리단체가 세계적 명성 SCI 논문 20편, UNEP 인증...과학으로 쓰레기 해결 승부 "기업들, 쓰레기 줍기만 말고 근본 대책을"
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바다를 지킨다. 10년간 SCI 논문 20편을 쓰고, 유엔환경계획(UNEP) 인증을 받았다. 아시아 공무원들이 배우러 오는 곳... 세계적 대학이나 정부기관 얘기가 아니다. 경남 통영에 본부를 둔 토종 비영리 민간단체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이하 오션)의 이야기다.
올해로 창립 16년을 맞는 오션은 캠페인성 활동을 뛰어넘어 과학적 데이터 수집과 분석으로 정부에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는 조직이다.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시민들이 해양쓰레기 데이터를 모으면 AI가 이를 분석한다. 해외 쓰레기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는 오션을 이끄는 홍선욱 대표를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에서 만났다.
▶모바일 앱으로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한다고 들었습니다.
"'바다기사단' 프로젝트입니다. 바다를 지키는 시민이라는 뜻이죠. 오션은 시민들이 과학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같은 이름의 앱을 만들었어요. 참가자들은 '스카이나이츠(드론 촬영)', '테라나이츠(해안 쓰레기 측정)', '아쿠아나이츠(해저 쓰레기 촬영)', '어반나이츠(배수구 쓰레기 촬영)' 등 네 개 분과 중 하나를 선택해 활동합니다. 현장에서 찍은 쓰레기 사진을 AI가 즉시 분석하죠. 데이터가 쌓이면 쓰레기의 유형과 발생 패턴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 위에서 진짜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쓰레기 문제에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해양쓰레기는 양도 많고 종류도 다양합니다. 치우기만 해선 없어지지 않아요. 근원을 제거해야죠. 그러려면 쓰레기의 종류와 성격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가장 영향이 큰 근원지를 제거하면 해양쓰레기를 확실히 줄일 수 있어요. 캠페인성으로 줍고 치우면 참가자들은 '뭔가 했다'는 만족감을 얻겠지만, 실질적 효과는 미미합니다. 장기 모니터링을 통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분석, 이게 해양쓰레기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길입니다."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합니다.
"해양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해양수산개발원에서 일했어요. 업무차 23개 시민단체를 접촉하면서 해양구조단을 알게 됐죠. 그들의 활동에 흥미를 느껴 가입했고, 해양쓰레기 조사와 예방활동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다 좀 더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뜻이 맞는 분들과 오션을 만들었습니다."
▶장기 모니터링으로 국내 해양쓰레기 주범을 찾았다죠.
"2008년부터 해양수산부 '국가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사업'에 참여하면서 전국 바다에 부표가 5000만 개나 된다는 걸 알았어요. 그런데 이 부표가 우리 바다를 오염시키는 최대 원인이었습니다. 약한 재질의 스티로폼이라 금방 부서지거든요. 스티로폼 가루가 바다를 떠다니고, 해양동물이 그걸 먹습니다. 결국 물고기를 먹는 인간도 위협받는 거죠. 우리가 조사 결과와 함께 친환경 부표 교체를 제안했고, 부표 교체 정책과 어업인 교육으로 이어졌어요. 현재 전국 부표의 60%가 친환경 부표로 바뀌었습니다."
▶부표 외에 바다를 위협하는 쓰레기는 어떤 것이 있나요.
"낚시쓰레기와 밧줄입니다. 환경부 의뢰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주요 낚시터를 조사했어요. 가장 많은 게 낚싯줄과 낚시바늘이었습니다. 부산, 통영 등 5곳에서 2달간 조사한 결과만 봐도 엄청나요. 무려 5891개의 낚시쓰레기가 발견됐습니다. 낚싯줄이 가장 많았고 납추도 상당했어요. 비닐봉지와 담배꽁초도 많이 나왔고요. 낚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런 쓰레기는 바다새 같은 해양생물에 큰 피해를 입히죠. 바늘이 몸에 걸리고 부리나 혀에 박히는 일이 많이 발생합니다.
밧줄은 더 위험합니다. 많은 사람이 스티로폼만 미세플라스틱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밧줄이 더 심각해요. 수천 가닥의 얇은 플라스틱 섬유를 꼬아 만든 밧줄은 버려진 뒤 바다 속에서 미세 섬유 형태로 쪼개집니다. 해양생물들이 플라스틱 섬유 가닥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죠. 결국 이건 인간 식탁으로 돌아옵니다. 밧줄에 걸려 죽은 물고기를 바다거북이나 물범 같은 해양생물이 먹으면 그들의 생명도 위태로워집니다. 바다 속에서 밧줄은 생태계를 위협하는 존재예요. 게다가 바다를 떠다니는 폐밧줄은 선박 프로펠러에 엉켜 사고를 일으킵니다. 최근 10년간 해양사고의 10% 정도가 밧줄 감김 사고입니다."
▶SCI 논문을 20편이나 발표했더군요.
"오션은 해양쓰레기 데이터 수집에 그치지 않고 그걸 바탕으로 과학적 연구를 진행합니다. 단순한 감시 활동을 넘어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려는 거죠. 그러다 보니 국내외 학술지에 논문을 29편을 썼고 그 가운데 20편이 SCI급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성과가 지난 4월 발표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국가들의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표준화 작업 연구입니다. 우리 연구팀은 전 세계 21개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분석해 표준화된 프레임워크를 개발했어요. 이 연구가 해양 분야 SCI 저널인 '마린 폴루션 불러틴'에 실렸죠."
▶동아시아 여러 나라와도 협력한다고 들었습니다.
"필리핀 마닐라만 해양쓰레기 관리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해양환경공단과 함께하는데, 오션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공단은 선박 건조 등 대규모 지원을 맡았어요. 현지 대학이 데이터를 수집하면 오션은 현지 공무원들과 연구하고 해결책을 찾습니다. 한국과 필리핀을 오가며 총 11차례 워크숍을 열었어요. 그렇게 개발한 정책 중 하나가 '물질회수시스템'입니다. 주민들이 폐기물을 깨끗이 씻어 가져오면 포인트를 적립해 생필품과 교환할 수 있게 한 거죠. 수거한 플라스틱은 분류해서 공장으로 보내 의자, 책상, 분리수거함 등을 만듭니다. 이 프로젝트는 공적개발원조(ODA) 우수사례로 선정됐어요."
▶국제 협력이 중요한 이유가 무언가요?
"전 세계 바다는 이어져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서해안 쓰레기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건너온 거고, 한국이 버린 쓰레기는 일본 동쪽 해안으로 떠내려가죠. 동아시아 쓰레기는 태평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합니다. 그래서 2011년부터 동아시아 여러 나라 단체들과 온라인 세미나를 시작했어요. 연구 내용을 발표하고 대안을 함께 찾고 있습니다. 우리와 세미나를 하던 대만 그린피스 일부 회원은 오션 같은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어요. 대만 정부 공무원들도 찾아와 프로젝트 협력을 제안했습니다."
▶UNEP 인증 기관이라고 합니다. 국제 기관의 인증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UNEP가 오션 활동을 높이 평가해 인증 기관으로 지정했습니다. UNEP 인증 민관 기관은 정보 자료를 직접 받아볼 수 있고, 환경 관련 국제회의에 옵저버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어요. 대표적인 게 국제플라스틱총회 참석입니다. 첫 회의부터 최근 제네바 총회까지 계속 참가했죠. 국제회의에 참가하면 현장에서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글로벌 환경정책 흐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 활동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해수부 장관이 전시 작품을 껴안은 일화도 유명합니다.
"2022년 부산에서 열린 UNEP 국제해양폐기물컨퍼런스 얘기입니다. 오션이 UNEP와 공동으로 연 행사였는데, UNEP 본부가 있는 미국 외 지역에서 처음 열린 컨퍼런스였어요. 부대행사로 해양쓰레기의 위험을 알리는 미술 작품전도 열었죠. 전시작 중 쓰레기 더미에서 걸어나오는 인간 형상 조각이 있었어요. 개막식에 참가한 당시 해수부 장관이 그 작품을 보고 덥석 안아줬습니다. 쓰레기로 고통받는 인간에게 해양정책 책임자로서 위안을 주고 싶었다는 뜻이었습니다."
▶해양쓰레리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얼까요.
"기업입니다. 기업이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양쓰레기 대부분은 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일부잖아요. 제품 생산 단계부터 플라스틱이나 비닐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페트병, 비닐봉지 등을 쓸 경우에도 낱개 포장을 줄여 포장재 사용량을 줄여야 해요. 또한 포장재를 단일 재질로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재활용이 쉽습니다. "
▶많은 기업들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사용하거나 ESG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니 바닐을 사용한다고 홍보를 하지만 사실 그건 효과가 없어요. 실제 분해되기까지 2년이나 걸리거든요. 생분해성 플라스틱 조각을 생명체가 먹으면 생명이 위태로워지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요즘 기업들이 ESG 활동을 많이 하고 있긴 합니다. 실제 많은 기업이 오션을 찾아와 해양쓰레기 관련 활동을 상담합니다. 그런데 대개 직원들과 쓰레기 줍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과학적이고 조직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해양쓰레기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사실 해수부는 해양오염 정책에 상당히 적극적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해수부와 '국가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냈어요. 그런데 2023년 말 갑자기 그 사업이 중단됐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예산을 모두 삭감한 겁니다.
그래서 작년엔 오션과 시민단체 자원봉사자들이 예산 지원 없이 스스로 데이터 수집 활동을 벌였어요. 그런데 참여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작년엔 40%대로 내려갔고, 올해는 20% 정도일 것 같아요. 새 정부에서 예산을 복원해주길 기대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15년간 정부와 시민이 함께 쌓은 성과가 무너질 수 있어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중점을 둘 활동은 무엇인가요.
"'열일캠페인'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 바다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쓰레기 10개 종류를 10분의 1로 줄이자는 뜻을 담았어요. 14년간 모니터링 결과 스티로폼 부표, 밧줄, 플라스틱 음료병과 뚜껑, 비닐봉지, 비닐식품포장, 노끈 등 6개 종류가 가장 많았습니다. 거기에 낚시쓰레기, 담배꽁초, 불꽃놀이 용품, 장어통발 등을 더해 10개 종류의 쓰레기를 집중적으로 줄이자는 겁니다. 캠페인 대상은 일반 국민이고요. SNS를 활용해 바닷가 10가지 쓰레기의 문제점과 실천 방법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한 앱을 활용해 젊은이들이 손쉽게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홍선욱 대표는
홍선욱 대표(58)는 서울대 해양학과 학부와 대학원에서 해양학을 전공했다. 이후 늦은 나이에 부경대에서 생태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한국해양구조단에서 본격 바다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2008년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을 창립, 국내외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데이터수집과 연구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해양쓰레기에 대한 논문 이외에 『우리 바다 이야기』, 『바다로 간 플라스틱』 등의 저서와 『플라스틱이 온다』를 번역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