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산업부 장관, HD현대 R&D센터서 미래 함정·잠수함 기술 점검

졸리 장관·주한대사, 글로벌 1위 조선 기술 확인·협력 논의 “HD현대, 캐나다의 최적 파트너··· 산업 전반 협력 확대 모색”

2025-11-25     신종모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16년 대한민국 해군에 인도한 장보고-Ⅱ(214급) 잠수함 ‘윤봉길함’의 시운전 모습./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가 캐나다 60조원 잠수함 대형 사업 입찰 앞두고 핵심 기술 성과를 공개했다. 

HD현대는 멜라니 졸리(Melanie Joly) 캐나다 산업부 장관과 필립 라포튠(Philippe Lafortune) 주한 캐나다 대사 일행이 경기도 판교에 있는 HD현대 글로벌R&D센터(이하 GRC)를 방문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날 졸리 장관은 미래형 선박과 잠수함, 무인수상정 등 다양한 함정 모형을 살펴본 뒤, 조석 HD현대 부회장, 주원호 HD현대중공업 사장 등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조 부회장은 “HD현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함정 건조 기술과 생산능력을 갖춘 글로벌 조선사로서, 캐나다의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조선·에너지·로봇·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형 잠수함, 속도·완성도로 승부

현재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한국 원팀과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캐나다 정부는 1998년 영국으로부터 도입한 빅토리아급 잠수함(2400t) 4척을 대체하기 위해, 3000t급 신형 잠수함 12척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국 측의 가장 큰 무기는 검증된 기술력과 빠른 납기다.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은 공기불요추진장치(AIP)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결합해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작전거리는 최대 7000해리로, 캐나다 해군의 태평양·대서양·북극 해역 작전에 모두 대응할 수 있다.

한화오션은 계약이 체결되면 2035년까지 4척을 인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TKMS의 납기 계획(2034년 1척, 2037년 2척)보다 빠르다. HD현대 역시 연간 200척 이상의 상선을 건조할 수 있는 세계 1위 조선사로, 이미 106척의 군함을 건조해 18척을 수출한 경험이 있다. 2024년 우리 해군에 인도한 3000t급 ‘신채호함’은 대형 잠수함 건조 능력을 입증하는 대표 사례다.

멜라니 졸리(Melanie Joly) 캐나다 산업부 장관과 필립 라포튠(Philippe Lafortune) 주한 캐나다 대사 등이 25일 HD현대 조석 부회장, HD현대중공업 주원호 사장과 함께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미래형 선박·잠수함·호위함 등 함정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사진=HD현대

‘원팀’ K조선,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서 반격 나서

원팀 구상은 호주 호위함 사업 실패에서 비롯됐는데 당시 HD현대와 한화오션은 각각 따로 경쟁에 나섰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후 방위사업청의 중재로 양사가 손을 잡았고, 올해 2월 한화오션이 주관하고 HD현대가 지원하는 방식의 협력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다만 독일이 나토 회원국으로서 캐나다와 오래전부터 안보 협력을 이어온 점은 TKMS에 분명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가 숏리스트 발표 당일 독일을 방문해 TKMS 조선소를 직접 둘러본 것은, 이번 사업이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정치·외교적 요인도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만약 수주가 현실화된다면 국내 방산 생태계 전체에 큰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장보고-Ⅲ 배치-Ⅱ의 국산화율이 80%에 달하는 만큼, 한화시스템(전투체계), LIG넥스원(소나·무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리튬전지) 등 주요 기업들이 함께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캐나다 프로젝트에서의 성과는 최대 8조원 규모의 폴란드 오르카 잠수함 사업 등 향후 해외 수주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동남아·남미 등으로 시장 확대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캐나다 정부가 내년 중 최종 사업자를 확정할 예정인 만큼,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모두 갖춘 K조선 원팀이 충분히 경쟁력 있는 후보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축적된 건조 경험과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고려하면 이번 사업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