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인허가 지연에, 정부 육상풍력 우선 육성 '선회'

해상풍력처럼 안보 점수 신설하며 국산 사용 유인책 마련 업계, 낮은 입찰 상한가 사업성 부족 우려…"상한가 높여야"

2025-11-25     진경남 기자
정부가 하반기 풍력 경쟁입찰을 육상 중심 우선 추진하며 육상풍력부터 보급 속도를 높인다. 다만 업계는 입찰상한가를 높이는 등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정부가 그동안 해상풍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육상풍력을 보완하기 위해 하반기 풍력 경쟁입찰을 육상 중심으로 추진한다. 각종 변수로 해상풍력 인허가가 잇따라 지연되자, 비교적 사업 추진이 용이한 육상풍력부터 보급 속도를 내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는 국산 장려 정책이 나오는만큼 입찰상한가를 높이는 등 사업자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육상풍력 우선 육성"…국산 장려 위한 안보 점수 도입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하반기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접수를 다음달까지 받는다고 공고했다. 이번 입찰은 육상풍력 230MW 규모로, 상한가는 국제 균등화발전비용(LCOE)과 국내 가격 흐름을 반영해 메가와트시(MWh) 당 16만3846원으로 책정됐다.

해상풍력은 최근 군 작전성, 주민수용성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허가가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해상풍력 입찰에 앞서 육상풍력을 우선적으로 입찰을 하기로 결정했다.

기후부는 최근 업계 및 지자체와 간담회를 갖고 육상풍력 보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의견 교류를 가졌으며, 육상풍력을 대상으로 입지 선정, 공급망 육성, 이격거리 해소, 인허가 간소화 등 제도 보완에 나섰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이번 육상풍력 입찰에 해상풍력에서만 적용되던 '안보 지표'가 처음 도입된 점이다. 지난 상반기 해상풍력 입찰에서 국산 터빈을 사용하지 않은 사업들이 전량 탈락했던 사례를 감안하면, 정부가 육상에서도 국산 공급망을 확실히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안보 점수는 국가 자원안보 특별법에 근거해 공급망 안정성·유지보수 능력·국산 조달 비중(LCR) 등을 평가하는 지표다. 그간 육상풍력 시장은 지멘스가메사·베스타스 등 외산 터빈 선호가 뚜렷해 국산 제품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부는 이번 안보 점수 도입으로 육상풍력 시장에서 국산 제품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 업계 "상한가 너무 낮다"…입찰 미달 가능성도 제기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산 사용을 유도하려면 입찰 상한가부터 현실화해야 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금융비용 상승, 시공비 증가 등으로 인해 사업성이 확보되려면 상한가가 최소 MWh당 17만7000원 수준은 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현 상한가와 비교하면 MWh당 1만원 이상 손해가 발생해 수익이 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한가는 첫 입찰인 지난 2022년 16만9500원을 시작으로 △2023년 16만7780원 △2024년 16만5140원 △2025년 16만3846원으로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유럽처럼 전력구매단가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구조를 정착시키려는 의도라는 평가가 있지만, 업계는 보급률이 충분치 않은 국내 육상풍력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국내 민간 육상풍력기업들이 상한가격을 지난해 수준에 머문다면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시장 현실을 반영한 가격 책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현재 30MW(메가와트) 규모의 육상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하려면 약 30억원의 초기 투자가 필요하지만, 입찰 상한가가 점차 낮아지면서 손익분기점조차 맞추기 어려워 사업성이 떨어지 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여기에 해상풍력과 다르게 육상풍력에서 국산 제품에 대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어 안보 점수를 올려도 큰 변별력이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해상풍력에 비해 여전히 낮은 육상풍력의 국산 제품 시장 장악력을 고려하면 국산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안보 점수를 올린만큼 국산 터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상한가도 같이 올리는 등 사업자가 국산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육상풍력 업계 관계자는 "입찰 상한가를 올리고 기준을 조정해 국산을 쓰도록 유도한다면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지만 현재는 제약사항이 많다"며 "입찰 상한가를 계속 낮추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해상풍력에 비해 육상풍력의 경우 국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현 구조에서는 사업 포기 가능성도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