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사회적가치 제대로 측정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필요"

도쿄포럼 2025 참가, 기조연설서 '사회적 가치 측정' 강조 최 회장 “사회적가치 측정되면 기업이 변화할 것··· AI 등 활용해야"

2025-11-21     임호동 기자
21일 일본 도쿄대 야스다 강당에서 개최된 ‘도쿄포럼2025’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최태원 SK회장. /SK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다양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가치를 체계적으로 측정·관리하는 새로운 자본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 회장은 21일 일본 도쿄대 야스다 강당에서 열린 ‘도쿄포럼 2025’에 참석했다. 도쿄포럼은 최종현학술원과 일본 도쿄대가 2019년부터 매년 공동 개최해온 국제회의다. 급속한 기술 발전과 지정학적 불안,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석학과 기업인, 정책 전문가들이 모여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다.

21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올해 포럼의 주제는 ‘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하다: 다양성, 모순, 그리고 미래’로, 전 세계에서 초청된 경제·산업 전문가들이 심화되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최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현 자본주의는 재무적 성과에 몰두한 나머지 환경·양극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방치해 왔다”며 “사회적가치를 수치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원을 배분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 회장은 기존 자본주의가 “사회적가치에 대한 보상 구조가 부재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사회적가치는 단순한 이윤 창출에 그치지 않고 일자리·환경·지역사회 등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해 이해관계자를 폭넓게 이롭게 하는 가치를 말한다. 최 회장은 “사회적가치는 재무적 가치와 달리 측정이 어렵고, 이를 측정·관리하기 위한 거래 비용도 높아 그동안 기업 경영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회장은 기술 발전이 이런 제약을 허무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과 AI가 사회적가치를 계량화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다”며 “이제는 사회적가치를 숫자로 측정하고, 그 결과에 기반해 자원 배분과 의사결정을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기업은 행동을 바꾸고 사회문제 해결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할 인센티브를 갖게 된다”며 “이는 재무성과 중심의 기존 자본주의와는 다른 구조로, 우리가 말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새로운 자본주의의 사례로 SK가 실제 시행 중인 ‘사회적가치 측정’ 사례를 소개했다. SK는 계열사 단위에서 일자리 창출, 세금 납부, 환경 영향, 지역사회 기여 등 다양한 지표를 플러스·마이너스로 평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측정이 시작되면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이 달라지고, 재무성과뿐 아니라 사회적가치까지 함께 고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이제 기업의 핵심성과지표(KPI)는 재무적 가치 창출에만 머물지 않는다”며 “이런 변화는 기업의 자원 배분 기준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사회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의 이러한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 회장은 지난 6월에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산하 슈왑재단 총회에 참석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공헌한 척도를 측정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회적 가치 거래'(Tradeable Impact)를 제시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최 회장은 같은 날 진행된 ‘비즈니스 리더 세션’에도 패널로 참석해 후지이 데루오 도쿄대 총장, 이와이 무츠오 일본경제동우회 회장 대행 등과 함께 ‘새로운 시대의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모델’을 놓고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기업·정부·사회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적 자본주의(Collaborative Capitalism)’ 개념을 제시하며 “AI 기반 해결책을 통해 사회 문제 해결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주했다.

올해 포럼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 마리안 베르트랑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고지마 후히토 도쿄대 교수,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 등 국내외 석학과 경제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자본주의가 직면한 복합적 도전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