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고도화 평가 기준에 울고 웃다··· KCGS 등급 희비 갈린 이유
KCGS ESG 등급, 양극화 뚜렷··· "하위 기업은 늘고 반등은 적고" 금융권·현대백화점그룹·SK케미칼 등 꾸준히 A+ 유지 눈길 등락 가른 건 지배구조(G)··· 중소·중견기업 “예산·인력 부족도 원인" 일양약품·교촌에프엔비·모나미 ESG 등급 D··· 기업 지속가능성 경고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성적표가 공개됐다. 한국ESG기준원(KCGS)은 19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805곳을 대상으로 평가한 ‘2025년 ESG 등급’을 발표했다.
올해도 기업 간 희비는 극명했다. ESG 체계를 일찌감치 갖춘 기업들은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대응이 더딘 기업들은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ESG 등급 우수기업은 어떤 곳일까?
KCGS ESG 등급은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금융사 지배구조(FG), 통합 등급으로 나뉘며 S(탁월)부터 D(매우 취약)까지 7단계로 평가된다. 올해 상위권(S·A+·A 등급) 기업은 216곳으로 전체의 26.9%에 불과했다. 최고 등급인 S는 올해도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A+ 등급은 19곳, A 등급은 197곳이었다.
올해 A+ 등급을 받은 기업은 BGF리테일·GS리테일·HD현대일렉트릭·KB금융·POSCO홀딩스·SK가스·SK케미칼·삼성물산·삼양식품·신세계·신한지주·이마트·풀무원·하나금융지주·현대로템·현대백화점·현대엘리베이터·현대위아·현대바이오랜드(코스닥) 등이다. 업종은 유통·제조·석유화학·금융까지 고르게 분포됐다.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은 금융이었다. A+ 등급 19곳 중 신한·하나·KB금융지주 등 금융사 3곳이 포함됐다. 신한금융지주는 2015년 이후 11년 연속 A+를 유지했다. KB금융은 E·S·G 전 부문에서 A+를 받았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A에서 올해 A+로 상승했다.
금융권에서는 “타 업종 대비 환경 영향이 적고, 지배구조·사회적 책임 이행에 적극적이어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위기 대응 전략, 지역사회 상생, 개인정보 보호 강화 등의 노력이 등급 상승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유통 부문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두드러졌다. 13개 상장 계열사 중 12곳이 A등급 이상을 받았고, 현대백화점은 유통 업계 최초로 3년 연속 A+를 획득했다. 계열사 현대바이오랜드도 올해 처음으로 A+ 등급을 받았다. 신세계와 이마트 역시 에너지 효율 개선, 친환경 건물 인증, 협력사 상생 등 ESG 활동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제조·화학업종에서도 꾸준한 강자가 나왔다. SK케미칼은 4년 연속 A+를 유지했고, SK가스는 지난해 A로 내려갔다가 올해 다시 A+로 복귀했다
SK그룹 관계자는 “ESG 경영체계 고도화는 기업 경영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라며 "그룹은 기후 대응, 사회적 책임, 투명한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D등급 확대 현상, 지배구조 리스크와 ESG 대응 역량 취약 기업 ‘직격탄’
하위권 성적표는 더 어두워졌다. C·D등급을 받은 기업은 397곳(49.3%)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특히 D등급은 236곳으로 지난해보다 더 늘었다.
KCGS는 “평가 모델이 강화되면서 준비가 부족한 기업들이 하위등급으로 이동했다”며 “특히 지배구조(G) 부문이 보수적으로 조정되며 상위 등급이 줄고 하위 등급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사례는 일양약품이다. 이 회사는 금융위원회 제재로 지배구조 등급이 전년 B에서 D로 추락했다. 비연결 대상 법인을 연결 재무제표에 포함해 순이익과 자기자본을 과대 계상한 사실이 적발된 영향이다. 통합 등급도 C에서 D로 떨어졌다.
또 KCGS는 이번 ESG 등급 평가에 대해 “상위 기업군의 개선 속도 대비 하위 기업군의 정체 및 약화가 두드러지며, ESG 경영 선도 기업과 후발 기업 간 격차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재계 관계자는 “ESG 대응은 재원과 인력, 노하우 등을 갖춘 대기업의 경우 충분히 대응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경우 매우 힘들 수 밖에 없다”며 “ESG 상위 기업과 하위기업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고 전했다.
교촌에프엔비와 모나미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교촌에프엔비는 지난 2022년 창업주 권원강 교촌그룹 회장이 공식 경영에 복귀하며 ESG경영 고도화에 나섰지만, D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가맹점 불공정 거래 의혹, 원재료 공급 부족, 제품 중량 비공개 감축(슈링크플레이션) 등이 겹치며 ESG경영을 반등시키지 못하고 있다.
모나미 역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C등급을 유지했으나, 2022년 D등급으로 하락한 뒤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모나미의 경우 과거 승계과정에서 불투명한 관계사 활용 가능성, 오너일가 지분율 취약 등으로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문구회사라는 특성을 살려 친환경 소재 활용, 퍠제품 재활용 등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지만 그 성과가 등급 상승을 가져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