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겹악재 딛고 ‘트리플 프로젝트’ 결실 초읽기

7조원 투자 시작, 60조 사업 우위 확보··· “글로벌 입지 강화” 한화오션, 1032% 영업이익 폭증··· 미·캐나다 프로젝트 눈앞 HD현대와 경쟁 속 유리한 고지 선점, KDDX 경쟁입찰 가능성

2025-11-20     신종모
한화오션이 지난 9월 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위기와 중국 제재라는 ‘이중 벼랑 끝’에 몰린지 불과 2개월 만에 극적 반전을 이뤄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한화오션이 지난 9월 초 발생한 안전사고와 중국 제재라는 ‘이중 벼랑 끝’에 몰린지 불과 2개월 만에 극적 반전을 이뤄냈다. 미국 마스가(MASGA) 프로젝트는 7조원 투자로 구체화됐고, 캐나다 60조원 잠수함 사업에선 최종 2파전 우위를 확보했다.

또한 2년간 표류하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은 경쟁입찰 가능성이 열렸다. 3분기 영업이익 1032% 급증이라는 실적 호조까지 더해지면서 한화오션은 ‘위기의 9월’에서 ‘기회의 12월’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향후 10년 한국 조선업의 방향을 결정할 3대 프로젝트가 모두 12월 전후로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이 한국 조선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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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스가, 상징 넘어 7조 실물 투자 돌입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의 미국 마스가 프로젝트가 구체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18일, 미 해군참모총장이 거제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함정 건조 현장을 점검했다. 같은 날 미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의 추가 유지·보수·정비(MRO) 사업도 재개됐다. 3월 첫 사업의 성공적 완료가 8개월 만에 재계약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의전이 아니다. 미 해군이 한화오션의 기술력을 검증하고 신뢰를 확대한다는 강력한 신호다. 실제로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약 7조원)를 투입해 연간 건조능력을 1.5척에서 20척 수준으로 확대하는 과감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한미 관세 협상 이후 마련된 1500억달러 규모 마스가 펀드의 핵심 프로젝트로, 한국 조선 기술이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자동화 설비, 스마트 야드, 첨단 안전 시스템 등 한화오션이 보유한 핵심 기술이 미국으로 이전되면서, 한국 조선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다시 한번 입증되고 있다. 펀드 조성 방식을 두고 한미 간 조율이 필요하지만, 이미 투자 규모와 방향성은 명확히 정해진 상태다.

캐나다 60조 잠수함, '최종 2파전' 우위 확보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서 한화오션이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업계는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이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와의 최종 경쟁에서 “경쟁력 있는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실상 한국 컨소시엄이 우위를 점했다는 의미다.

한화오션의 전략이 주효했다. 8월 이후 캐나다 파트너 35개사와 협력망을 구축하고, 최대 건설사 PCL건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현지화 전략을 완성했다. 캐나다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현지 일자리 창출 요구에 완벽히 부응한 것이다.

기술력도 압도적이다. 캐나다가 요구한 2035년 납기보다 앞선 시점에 4척을 인도할 수 있다는 파격 제안을 내놨다.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 23척 이상의 누적 건조 경험이 뒷받침하는 자신감이다. 여기에 영국 대사가 “영국 정부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한화를 지지한다”고 공개 언급하면서 정치적 모멘텀까지 확보했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상용 입찰에 이처럼 명확한 지지를 표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업계는 올 하반기에서 2026년 상반기 중 최종 결정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한화오션이 60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향후 10년 이상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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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경쟁입찰 가능성, 12월 4일 ‘분수령’

2년간 표류했던 KDDX 사업이 다음 달 4일 최종 판가름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14일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가 HD현대중공업의 수의계약 방식을 부결하고, 경쟁입찰과 상생안을 재상정하기로 결정했다.

한화오션에는 기회의 문이 열린 셈이다. 경쟁입찰로 진행될 경우 기술력 평가에서 한화오션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HD현대중공업이 2020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설계 자료를 빼돌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현재 보안 벌점(2025년 12월 만료) 처벌 중인 점도 한화오션에게 우호적이다.

상생안(1번함 HD현대, 2번함 한화오션)도 검토되고 있어 어떤 시나리오든 한화오션이 KDDX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 4일 회의는 단순한 한 차례 결정이 아니라, 한국 차세대 구축함 사업의 향방과 한화오션의 국내 방산 입지를 동시에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026년 영업이익률 10% 돌파 전망

한화오션의 재무 성과는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3분기 영업이익이 28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2% 폭증했다. 고선가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인도가 본격화된 결과다.

증권가는 한화오션의 미래를 더욱 밝게 전망한다. 2025년 영업이익을 7365억원(전년 대비 209% 증가)으로 예상하며, 2026년에는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목표주가도 15만~16만원대로 상향 조정됐다. 마스가, 캐나다, KDDX 등 주요 프로젝트가 가시화되면 실적 모멘텀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2월은 한화오션의 향후 10년을 결정하는 결정적 시점이 될 것이다. KDDX 최종 판정, 캐나다 프로젝트 진전, 마스가 펀드 조성 가속화가 모두 이 시기에 집중된다. 세 가지 프로젝트가 모두 긍정적으로 마무리되면 한화오션은 글로벌 톱티어 조선·방산 기업으로 도약하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게 된다.

증권가는 단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성장성은 확고하다고 평가한다. 실적 모멘텀, 해외 수주 경쟁력, 기술력이 모두 상승 궤도에 있다는 점에서다. 안전 관리 시스템 강화와 2조원 안전투자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된다면, 한화오션의 상승세는 2020년대 후반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겹악재를 이겨낸 한화오션이 이제 ‘트리플 프로젝트 대성공’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며 “12월은 그 결실을 확인하는 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