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오너 3·4세, 신사업 앞세워 고속 승진··· 성과 입증 과제

내수 침체 속 CJ·롯데·삼양 등 미래 먹거리 발굴 총괄 삼양 불닭 1조 성공··· 방이오·탈라면 등 신사업은 성과 주목

2025-11-20     장은진 기자
(왼쪽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신유열 롯데 미래성장실장 부사장,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그룹장, 허진수 SPC그룹 부회장, 전병우 삼양식품 전무,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 전무, 담서원 오리온 경영지원팀 전무./ 각사취합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유통업계 오너 3·4세들이 미래 먹거리 발굴 조직의 수장으로 잇달아 발탁되고 있다. 과거 실패 부담이 적은 '안전한 승계 경로'로 여겨지던 신사업 부문이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실적 기반 평가를 받는 핵심 전략 부서로 격상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매시장은 2021년 7.5% 성장한 이후 2022년 3.7%, 2023년 3.1%, 2024년 1%대로 성장률이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2025년 상반기에는 성장률이 0%를 기록하며 소비시장 축소가 현실화됐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유통기업들은 젊은 오너 세대를 신사업 부문 핵심 보직에 배치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CJ그룹은 최근 조직개편에서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미래기획실장을 신설 '미래기획그룹' 그룹장으로 선임했다. 미래기획그룹은 기존 미래기획실과 디지털전환 추진실을 통합한 조직으로, 그룹 차원의 신사업 발굴과 장기 전략을 총괄한다. 이 그룹장은 CJ제일제당 글로벌사업 담당 시절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운 해외 매출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은 올해 연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 실장은 2022년 이후 매년 승진하며 바이오와 글로벌 등 신성장 사업을 직접 챙겨왔다. 롯데는 2030년까지 4조600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SPC그룹은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차남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허진수 부회장은 파리바게뜨 해외 사업을, 허희수 사장은 배스킨라빈스·던킨 리뉴얼과 디지털 전환을 각각 맡는다.

삼양식품은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 전병우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전 전무는 2019년 입사 후 불닭볶음면 글로벌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삼양식품의 2024년 매출은 1조728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급증했고, 이 중 해외 매출이 1조3359억원(77%)을 차지했다. 불닭 브랜드만으로 2024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농심에서는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 전무가 반려동물 식품, 건강기능식품 등 '탈라면' 신사업을 총괄한다. 신 전무는 2019년 입사 후 2022년 상무, 2024년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장녀 신수정 상무는 글로벌 협업과 음료 신제품 전략을 맡고 있다. 담서원 오리온 전무는 2021년 입사 후 3년여 만에 전무로 승진해 바이오 등 신사업을 챙기며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사내이사를 겸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K푸드 열풍으로 글로벌 시장이 확대되고 빠른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려면 젊은 리더십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신사업은 투자 회수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시장에서는 앞으로 2-3년간 이들이 이끄는 사업의 성과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