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삼립 또 사망사고…"6일 연속 야간근무 후 과로사 의혹"
이재명 대통령 현장 방문 두 달 만에 재발…노동부 긴급 점검 착수
SPC삼립에서 생산직 노동자가 지난달 6일 연속 야간근무를 마친 뒤 숨진 것으로 밝혀지며 과로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장시간 야간노동 문제를 지적하며 직접 현장을 찾은 지 불과 두 달여 만이다. 계열사에서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에 정부가 강도 높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류현철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이날 오전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와 긴급 면담을 갖고 교대제 개편 등 조치 사항과 향후 개선 계획을 점검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달 4일 SPC삼립에서 근무하던 60대 노동자 A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노조 측은 A씨가 6일 연속 야간근무를 마친 직후 사망한 점을 들어 과로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 방문 후에도 되풀이된 참사
이번 사건은 이 대통령이 지난 9월 SPC 계열사의 잇따른 산재사망을 문제 삼아 직접 현장을 찾은 지 두 달여 만에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시간 야간노동 등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고, SPC는 이후 8시간 초과 야간근무를 폐지하고 기존 12시간 맞교대에서 3조 3교대제로 전환했다.
2023년부터 2024년 사이 SPC삼립 등 계열사 공장에서 만성 과로로 인한 사망 사례가 최소 3건 확인돼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이들 노동자 모두 장시간 주야간 교대 근무자였으며, 한 주에 70시간 가까이 근무한 사례도 있었다.
기계 끼임 사망사고를 포함하면 SPC 빵공장의 산재 사망은 더욱 늘어난다. 살인적인 12시간 주야간 교대 근무가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전 투자 발표했지만 현장은 그대로"
잇따른 사망사고는 SPC그룹이 수년 전부터 거액의 안전 투자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사망 사고가 이어져 2인 1조 작업 원칙 미준수, 안전장치 미비, 무리한 작업 지시 등이 여전히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류현철 본부장은 이날 면담에서 "SPC에서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연속적 야간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부담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는 만큼, 교대제 개편 이후 노동강도 변화와 건강 영향에 대한 면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노동환경 조성이 최우선"이라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해 보고하고, 노동부도 이를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구조적 문제 해결 시급
과거 사례들을 바탕으로 볼 때, 이번 60대 노동자의 사망 역시 단순한 사고가 아닌 반복되는 위험 환경과 장시간 노동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원인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에서는 대기업 식품제조사의 생산 현장에서 이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은 안전보다 생산성을 우선시하는 기업 문화와 실효성 없는 개선 조치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의 강력한 감독과 함께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