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전이 자원으로 돌아온다··· ‘환경성보장제’로 재활용 혁신 가속

2026년부터 소형·복합가전 포함, 모든 전자제품 재활용 대상 확대 폐가전 재자원화로 철·알루미늄·리튬 등 핵심 광물 확보 추진 국내 회수 체계 구축으로 해외 희소광물 의존도 낮추고 산업 경쟁력 강화

2025-11-12     신익훈 전문기자
환경성 보장제 확대 안내 이미지. /한국환경공단

책상 서랍 속에 방치된 보조배터리, 블루투스 이어폰, 스마트워치 등 일상적인 전자기기들이 폐기물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들 속에는 리튬·니켈·희토류 등 핵심 광물이 들어 있어 ‘잠자는 자원 창고’로 주목받고 있다.

2026년부터 정부는 환경성보장제 전면포괄 방식(오픈스코프, Open Scope)을 도입해 이러한 소형·복합가전까지 생산자 책임 재활용 대상에 포함시킨다. 이에 따라 국민은 모든 전자제품을 무료로 배출할 수 있으며, 생산업체는 전 품목에 대해 재활용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모든 전자제품 대상, 무상 수거 체계 확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50종에 불과한 환경성보장제 적용 품목이 내년부터 전 전기·전자제품으로 확대된다. 그동안 대부분의 전자 및 가전제품 등은 일반 쓰레기나 거주지 신고 후 유료 배출해야 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폐가전 수거함을 통한 무상 수거가 가능해진다.

자원순환 기관 관계자는 “화재 가능성이 큰 폐배터리와 소형가전의 수거를 늘리면 안전사고를 줄이고, 이용자의 편리성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환경공단은 올해 말까지 전국 폐가전 수거함을 2만 개 이상으로 늘리고, 2028년까지 10만 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재자원화 통한 경제·자원 안보 효과

폐가전 회수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전기전자제품 제품군별 연도별 재활용량' 통계에 따르면 △2022년 43만1698톤  △2023년 46만2425톤 △2024년 49만4338톤으로 집계되며,  향후 환경성보장제 전면 확대 시행으로 연간 약 7만6000톤의 폐가전이 재활용 시장으로 추가 유입될 전망이다.

재활용 과정에서 회수되는 철, 알루미늄, 구리, 리튬, 니켈, 희토류 등 유가금속은 연간 약 1.1천억 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으며, 철·플라스틱 등 재자원화를 통해 연간 2천억 원 이상의 환경적·경제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재활용 조합 관계자는 “노트북 하드디스크, 컴프레서용 모터 등 희토자석 내장 부품이 늘면서 국내 재자원화 원료 확보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공급망 안정화는 환경정책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 자원 안보 전략과 맞닿아 있다. 희소광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국내 회수 체계를 통한 재자원화는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해외 사례와 한국의 모델

유럽연합(EU)은 WEEE(Waste Electrical and Electronic Equipment) 지침에 의해 오픈스코프를 먼저 도입했지만, 2023년 평균 수거율은 37.5%로 목표치 65%에 미달했다. 일본은 자발적 촉진형 제도를 통해 민간 기업이 독자 기술로 레어메탈을 회수한 사례가 있다.

한국은 EU식 의무화와 일본식 기술 집중형 접근을 결합해, 폐가전 공급망을 확보하고 재자원화 효율을 높이는 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소형·복합가전에서 발생하는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회수하고, 국내 재자원화 기반을 강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