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에 추락하는 주가··· HJ重 열흘 새 30% ↓
올해 건설사 잇단 사고로 투자심리 급속 냉각… DL·대우건설·포스코DX도 잇따라 하락 안전 리스크, 실적보다 무겁다… “중대재해 반복 기업은 장기 투자서 배제”
울산 화력발전소 해체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로 HJ중공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사고 이후 열흘 만에 주가가 30% 가까이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이탈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건설업계 전반에 안전 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시장의 신뢰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J중공업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77% 하락한 2만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9일 3만300원대에서 형성되던 주가는 불과 열흘 사이 9350원이 증발했다. 사고 발생 직후인 7일과 8일엔 이틀 연속 6%대 급락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공포 매도가 이어졌다.
이번 사고는 지난 6일 울산 남구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해체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되며 발생했다. 5호기 보일러 철거 작업 중 구조물이 붕괴해 7명의 노동자가 매몰됐다. 11일 현재 사망자 3명, 사망 추정 2명, 실종 2명으로 집계됐다. 사고 직후 HJ중공업은 전국 모든 현장의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회사는 안전점검과 원인 조사에 착수했지만, 주요 프로젝트 일정이 연기되면서 단기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들어 건설업계는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으며 '안전 대란'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DL건설에서 경기 의정부의 한 신축 현장에서 근로자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DL 지주사의 주가가 하루 만에 13% 넘게 폭락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건설사로 지목되며 연초 대비 주가가 15% 이상 하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코DX도 최근 포항제철소에서 협력사 직원 사망 사고가 발생한 이후 주가가 6%대 하락했다. 잇따른 사고와 규제 리스크가 중첩되면서 시장의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형국이다.
건설사들에게 중대재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사고 한 번에 수천억원대 직·간접 손실과 공사 지연이라는 이중고를 떠안게 된다. 사고 발생 즉시 해당 현장은 물론 유사 공종의 전국 현장이 장기간 멈춰 서고, 금융권은 신규 대출 심사를 강화하며 고삐를 죈다. 기업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미쳐 자금조달 비용이 치솟는다. 실제로 올해 주요 건설사 3곳은 안전관리 미흡으로 총 240곳의 현장이 일시 중단 명령을 받았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재무적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주가 회복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시장에서는 울산 사고를 일회성 해프닝으로 치부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형 건설사들이 줄줄이 안전 문제로 도마에 오르면서, 사고 리스크가 기업가치 평가의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강화하는 추세 속에서 안전관리 투자를 확대하지 않으면 향후 대형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실적보다 신뢰가 먼저 무너진다"며 "안전사고가 잦은 기업은 단기적 주가 하락을 넘어 장기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아예 배제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은 이제 안전관리 역량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보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안전 투자를 비용이 아닌 필수 전략으로 인식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HJ중공업의 주가 반등 시점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공사 재개 일정 등이 명확히 제시돼야 투자 심리 회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