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 NDC 논란] 무공해차 목표치에 車업계는 반발하지만 "힘들어도 돌파해야 미래 있다"

2035 NDC, 무공해차 840만~980만대 보급 목표 車 산업계·노동계 "“실현 불가능··· 내연차 중심 생태계 무너진다" 전문가들 "무공해차 전환은 필연… 적기 전환은 산업 경쟁력 높일 것"

2025-11-10     임호동 기자

정부가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향후 10년의 목표치 윤곽이 드러났다. 이번 계획을 실현하려면 에너지(전환), 산업 등의 다양한 부문에서 강도 높은 변화가 요구된다. 하지만 여러 이해관계자들은 2035 NDC를 두고 찬반으로 뚜렷하게 갈린다. 환경론자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정부의 확실한 실천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일부 업계는 "다 죽을 판"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2035 NDC 논란의 중심은 무엇인지 살피고, 문제 해법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에 담긴 무공해차 보급 확대에 대해 자동차 업계는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와 시민단체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정부가 2035년까지 무공해차 보급에 집중하겠다는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확정하면서 자동차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이번 203 “내연기관차 중심의 산업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주장하며 현실성 있는 목표로 하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전환이 산업 구조 재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많은 투자와 기술 개발 노력이 뒤따라야 하지만 피하는게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글로벌 경쟁자들은 이미 치고나가고 있기 때문에 어차피 겪어야할 과정이라면 업계와 정부가 손잡고 돌파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  2035 NDC, 무공해차 드라이브… 자동차업계 “내연기관 생태계 붕괴 불가피”

정부는 지난 9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2035년 NDC를 ‘53~61%’ 감축으로 결정했다. 이는 산업계가 제시한 48%보다 하한선이 5%포인트 높고, 상한선 역시 1%포인트 상향된 수치다.

특히 수송 부문에서는 무공해차(전기차·수소전기차) 840만~980만대 보급이라는 공격적 목표가 포함됐다. 이는 전체 등록 차량의 30~35%를 무공해차로 전환하는 수준으로, 2035년까지 전체 차량의 신차 판매 비중의 약 70%를 무공해차로 전환하는 수치다.  

정부는 무공해차 세제 혜택, 충전 인프라 확충, 기술 개발 지원 등을 확대해 산업 전환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정부의 2035 NDC 발표 직후 자동차 업계는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 목표에 대해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라고 입을 모으고 있이다.

실제 국내에 등록된 무공해차는 72만2000대(전기차 68만4000대·수소차 3만8000대)다. 단순히 계산해했을 때 정부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2035년까지 무공해차를 매년 80만대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지난해 연간 판매량(14만5000대) 대비 5배 급증한 수치다.

또한 자동차업계는 정부가 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간과한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주를 이루고 있다. 국내 1만여 부품사 중 45%가 엔진·변속기 등 내연기관 부품 생산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기차 매출 비중이 30%를 넘는 업체는 14%에 불과하다. 

이에 자동차업계는 “급격한 무공해차 전환은 중소 부품사의 도산과 대규모 실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동계도 같은 입장이다. 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NDC 수송부문 무공해차 보급 목표’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노동계가 정부의 NDC 계획에 공식적으로 반대한 첫 사례다.

KAICA는 "자동차 산업은 미국의 자동차부품 25% 고율 관세 부과와 대내외 복합적인 상황 속에서 이미 상당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러한 산업 현실을 무시한 급격한 무공해차 전환은 고용 불안과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와 수소차의 보급에 필수적인 인프라 구축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도 안전성 문제를 극복하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하는 상황에서 그 많은 무공해차를 커버할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또한 전기와 수소를 친환경적으로 생산하지 않는다면 무공해차도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글로벌 시장은 이미 ‘전동화가 대세’… 무공해차 전환 기회가 될 수 있다

업계의 반발과 달리 전문가들은 정부의 목표가 다소 과도한 부분이 있지만 전동화 전환 자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이미 빠르게 전동화로 전환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0년 350만 대 수준이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24년 1700만 대를 돌파했다. 전 세계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은 20%에 달하며, 중국은 이미 내연기관차 판매를 추월했다.

반면 내연기관차 판매는 정체 상태다. 2024년 전 세계 차량 판매량 중 내연기관차 비중은 80%로 떨어졌으며, 주요 시장에서는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IEA는 2025년 이후엔 글로벌 EV 보급률이 25%를 넘길 전망했다. 내연차 판매는 감소하고, 전기차 판매는 확대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도 더 이상 전환을 미룰 수 없다”며 “지금의 충격은 피할 수 없지만, 산업 재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무공해차로 전환은 불가피 한 상황에서 적기에 전환할 경우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내연기관차의 경우 유럽, 미국, 일본, 한국 순으로 개발이 시작돼 우리가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한다"며 "그러나 전기차, 수소차 등 무공해차는 격차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내 자동차 기업이 선도하는 분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시민단체들은 무공해차 확대에 대한 방안도 내놓고 있다. 

그린피스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10일 ‘전기차 전환, 역행하는 정부 정책’ 보고서를 발간했다. 양측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여전히 내연기관차 중심의 보조금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3년간 유류세 인하, 유가보조금, 하이브리드 개별소비세 감면 등 내연기관차 지원에 총 24조8000억 원을 투입했다. 그린피스는 “내연기관차 지원을 폐지하고 확보된 재원을 전기차 지원에 재투자하면, 2030년까지 수송 부문 온실가스 감축량의 25%를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점을 명확히 선언하고, 유류세 점진적 인상·전기차 보조금 확대 등 정책 믹스를 병행하면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를 368만 대까지 늘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홍혜란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세계 각국은 이미 내연기관차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도 국민 세금을 투입해 내연기관차를 유지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