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희망퇴직 도미노···구조조정 한파 몰아친다

식음료·편의점·면세점 가리지 않고 릴레이 단행 내수 침체·고정비 부담에 '인력 효율화' 고육책

2025-11-10     장은진 기자
유통업계가 올해 초부터 시작된 '희망퇴직 릴레이'를 연말까지 이어가고 있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지=픽사베이

유통업계가 올해 초부터 시작된 '희망퇴직 릴레이'를 연말까지 이어가고 있다. 식음료, 편의점, 면세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구조조정 칼바람이 몰아치면서 고용 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 중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이달 21일까지 전 직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창사 75년 만에 처음 단행하는 구조조정이다. 올해 만 45세가 넘는 1980년 이전 출생자와 근속 10년 이상 임직원이 대상이며, 근속 10년 이상~15년 미만 임직원에게는 기준 급여 20개월분을 지급한다. 재취업 지원금 1000만원과 대학생 학자금 1명당 최대 1000만원도 추가 지원된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8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감소했고, 순이익은 600억원으로 64% 급감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2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9% 줄었다. 2·3분기 반등세를 보였지만 중장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생활건강도 지난달 면세점과 백화점 판촉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만 35세 이상(1990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에게 기본급 20개월분과 생활안정지원금, 전직장려금, 학자금을 지원한다. 이달 21일 최종 퇴직 절차가 마무리된다.

LG생활건강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5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4% 급감했다. 특히 뷰티 사업부문에서 1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04년 4분기 이후 20년 6개월 만에 적자를 냈다. 최대 매출처인 중국 시장 회복이 더딘 가운데 면세점·백화점 등 전통 오프라인 매장의 점진적 철수가 예상되면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은 지난달 2년 연속 희망퇴직 공지를 냈다. 사원급은 만 40세 이상 또는 현직급 8년 차 이상, 간부사원은 만 45세 이상 또는 현직급 10년 차 이상이 대상이다. 퇴직 위로금은 사원급 기본급 20개월, 간부사원 24개월에 재취업 지원금과 대학생 자녀 학자금도 포함된다.

코리아세븐은 2020년 8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선 뒤 2023년 551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2조3866억원, 영업손실 427억원을 기록하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희망퇴직 행렬은 더 길다. 현대면세점은 지난 4월 서울 시내 면세점 폐점과 함께 2021년 12월 이전 입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근속 6년 이상 직원에게 성과 연봉 기준 17개월분을 지급했다. 신라면세점도 같은 시기 비공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호텔신라 면세점 부문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75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롯데웰푸드는 4월 45세 이상·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근속 10~15년 직원에게는 기준급여 18개월, 15년 이상은 24개월을 지급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0.5%, 11.3% 감소한 데 따른 조치다.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는 3월 수백명의 희망퇴직자를 받고 위로금 명목으로 100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이커머스 11번가는 9월 희망퇴직을 넘어 정리해고라는 극약처방까지 동원했다. 2023년부터 근 2년간 여섯 차례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생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026년 전망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낮은 경제성장세로 취업자 수 증가폭이 올해 15만명에서 내년 11만명 정도로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희망퇴직의 배경은 전반적인 소비 위축과 오프라인 침체, 온라인 주춤이 맞물린 것"이라며 "기업들이 미래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해 인건비 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고급 인력의 대량 퇴직이 소비 감소를 부추기고 이는 다시 기업 실적 악화와 추가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