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 NDC 목표 50~60% 감축… '절충안'이 빚은 혼란

범위형 목표 설정…최종 토론회까지 최종안 못 추려 헌재 기준 충족 논란·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 지적도

2025-11-06     진경남 기자
오일영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에너지정책관이 2035 NDC 목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진경남 기자

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단일 수치가 아닌 '범위'로 제시하면서 산업계와 환경단체 양측의 반발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기후정책의 신뢰성에 의문부호가 찍히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새롭게 출범시키며 환경과 에너지 문제 해결에 힘을 싣겠다고 천명했지만, 정작 핵심 이해당사자인 산업계와 환경주의자 모두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은 향후 기후정책 추진 동력에 적신호가 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정부는 6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공청회를 열고 최종 후보 2가지를 공개했다. 최종 2035 NDC는 다음 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그 다음 주에 유엔에 제출된다.

기후부는 그동안 2035년 NDC를 2018년 대비 △48% △53% △61% △65% 각각 감축하는 4가지 후보를 제시했지만 최종 후보는 단위가 아닌 범위로 제시됐다. 첫 번째 후보는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0% 감축'을 하한으로, '60% 감축'을 상한으로 하며 두 번째 후보는 '53% 감축' 하한으로, '60% 감축'이다.

정부는 산업계의 현실과 국제사회의 요구 등을 감안해 절충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후부는 "하한선은 현실적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둔 목표이고, 상한선은 정부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혁신적 기술개발과 산업체질 개선 등을 전제로 한 도전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스탠다드, 한참 뒤처진 한국

가장 큰 문제는 주요국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목표치다. 지난달까지 66개국이 2035 NDC를 제출했고 미국(2005년 대비 61∼66% 감축)과 유럽연합(1990년 대비 66.25∼72.5% 감축), 캐나다(2005년 대비 45∼50% 감축), 호주(2005년 대비 62∼70% 감축) 등이 범위로 NDC를 설정했다.

한국이 내놓은 50~60% 수준은 이들 국가보다 낮거나 하단에 겨우 턱걸이한 수준이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기후위기 대응의 선도적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범위형 목표'라는 절충안을 택했지만, 이는 결국 최소 수준인 하한선에 맞춰 감축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시민사회는 61% 이상, 65%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고 했고 산업계는 48% 감축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했다"며 "정부는 상반된 입장 속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결과, 단일한 목표치가 아닌 범위 형태로 제시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2035 NDC 목표 배출량 및 감축 목표./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전력부문은 재생에너지 확대 및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을 통한 화석연료 축소를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이격거리 규제 완화·폐지, 공공기관 RE100 추진 및 영농형 태양광 확산을 위한 특별법 연내 제정 등을 제시했다.

산업 부문에선 강도높은 혁신 지원을 통해 탈탄소화 및 공정 전기화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수소환원제철, 전기NCC(납사분해시설) 등 혁신기술 상용화 및 산업 구조조정과 탄소중립산업법 제정 및 기후테크 전략 수립 등 국회와 협력할 것을 강조했다.

2030년까지 신차 기준 40%를 전기수소차로 보급하고, 2035년까지는 70%로 확대하는 등 전기수소차를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모빌리티 전동화 로드맵을 수립하고 보조금 등 금융체계 개편에 나선다.

건물 부문도 화학연료 기반 난방체계를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기화하고, 히트펌프 로드맵 신설 및 공공건축 그린리모델링 의무 시행 등 소비효율 증대에 나선다.

에너지 산업 구조 대전환 과정에서 연관 산업이 어려움 없이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해 갈 수 있도록 정의로운 전환 체계도 함께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절충안 발표한 정부 산업계·환경단체 만족 못시켜

2035 NDC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에서 시민단체가 2035 NDC 정부안에 반대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진경남 기자

2035 NDC가 당초 발표한 네가지 후보보다 넓은 범위로 발표되면서 산업계와 환경계 양측에 혼란이 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후보는 ‘48% 감축도 어렵다’라는 산업계의 불만을 잠재우기도 어렵고,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억제한다는 파리협정 목표에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그간 65%의 감축 목표를 요구해온 시민사회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최창민 플랜1.5 변호사는 "국회에는 2035년 감축 목표를 60~65%로 정한 법안들이 다수 발의돼있는데, 정부안은 이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 중대한 하자가 존재한다"며 "50 또는 53%의 하한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나타내는 수치라는 점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최저선으로 제시했던 '48% 감축안'도 정부의 지원 없이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우며, 산업계에 대한 정부 지원이 크게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연구원장은 "NDC 논의에 있어서 반드시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의 하나는 비용 부담"이라며 "각자의 안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사회적 비용, 재원 조달 파급 효과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성욱 한국철강협회 경영정책본부장도 "감축 여력을 초과한 목표를 설정할 경우 목표 달성을 위해 인위적으로 철강 생산량을 줄이는 상황이 발생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헌재 기준 충족 여부도 불투명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제시한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현준원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헌법재판소에서 요구한 합헌성 요건을 모두 갖추려면 최소한 선형 감축은 되어야 하는데, 50% 감축안은 사실 선형감축 선상에 있지 않다"며 "최소한의 기준은 53% 감축안 이상이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NDC를 범위로 설정했는데, 국제사회에 필요한 아이디어일 수 있으나 법적으로는 상한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얘기"라며 "오히려 혼란만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위성곤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국제사회 요구에 비하면 턱없이 기대에 못 미친다. 국회 기후특위는 65%를 제안했다"며 "이 대통령이 말한 책임감 있는 목표에 부합한다는 김 장관 말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산업계와 환경단체가 만족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기후위기 당사자 없이 부문별 전문가 의견을 들은 후 정부가 산업계를 충분히 설득하는 과정도 없었는데 범위로 상한을 정하면서 어설프게 봉합한 결과물이 나왔다"며 "소극적으로 범위를 정한 것이 자칫하면 업계에는 한계 범위로 NDC를 달성하겠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의견에 대해 안영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기후변화정책 분과위원장은 "산업계와 환경단체 간 의견차이가 있는 것이 기후위기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각자의 고민이 2035 NDC 확정에도 잘 전달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