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시골 교통 문제 해결한 현대차·기아 '셔클'

헝가리 소도시 괴될뢰서 시범운행 성공… 평균 대기시간 90% 단축 AI 기반 셔클(수요응답형 교통)으로 친환경·효율성 동시 확보 해외서 가능성 입증… 국내 지자체 이어 유럽 시장 공략 추진

2025-11-05     임호동 기자
헝가리 괴될뢰(Gödöllő)시에서 진행된 셔클의 ‘헝가리 수요응답교통 서비스 시범사업’을 지난달 31일 성료한 현대자동차·기아. /현대자동차·기아 제공

현대자동차·기아의 수요응답형 교통(Demand Responsive Transport, 이하 DRT) 서비스 ‘셔클(SHUCLE)’이 헝가리에서 시범운행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8월 18일부터 10월 31일까지 약 11주간 헝가리 북부 소도시 괴될뢰(Gödöllő)에서 DRT 서비스 시범사업을 진행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기획재정부와 KDI가 주관하는 경제혁신 파트너십 프로그램(EIPP)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 주민 대기시간 90% 단축…“이제 차 없어도 된다”

시범사업이 진행된 헝가리의 괴될뢰는 인구가 4만명이 채 안 되는 소도시로, 버스 5대가 12개 노선을 맡는 등 대중교통 효율이 낮은 지역이었다. 배차 간격이 길어 주민들은 불편을 겪었고, 이용률 저하로 공공교통 시스템이 악순환에 빠져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기아의 DRT 서비스 '셔클'이 시범 운행된 것이다. 셔클은 이용객이 호출하면 AI가 실시간으로 수요를 분석해 최적의 경로와 차량 배차를 자동 생성하는 시스템이다. 정해진 노선을 순환하는 기존 버스와 달리 ‘필요할 때,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이번 시범운행 기간 동안 2대의 셔클 차량이 3138건의 호출을 처리했고, 총 2950명의 주민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평균 대기시간은 기존 60분에서 6분으로 90% 감소했다.

현지 주민들은 “운전할 수 없어 외출이 어려웠는데, 셔클 덕분에 언제든 시내를 오갈 수 있게 됐다”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실제 현대차·기아가 공개한 영상에는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가 손녀의 호출로 셔클을 타고 함께 장을 보는 감동적인 사연도 담겼다.

◇ 교통 사각지대 해소 열쇠 된 AI 기반 DRT… 글로벌 시장 진출 청신호

현대자동차·기아의 수요응답형 교통 서비스 '셔클'. /현대자동차·기아 제공

셔클이 적용한 DRT 시스템은 인공지능(AI) 기술로 이동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차량을 효율적으로 운행한다. 차량이 빈 상태로 움직이는 구간이 줄어들어 운영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DRT는 버스와 택시의 중간 형태로,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공공교통의 효율성을 높이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부터 서울, 세종, 수원 등 여러 지자체에서 셔클이 운영 중이며, 교통 소외 지역의 이동권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헝가리 시범사업을 통해 기술력과 현지 수요 적합성을 동시에 입증했다는 평가다.

김수영 현대차·기아 모빌리티사업실 상무는 “괴될뢰 주민들의 만족도와 셔클의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확인했다”며 “현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이번 시범사업을 계기로 향후 헝가리 전역 또는 다른 국가에서도 본격적인 서비스 운영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업계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유럽 전역으로의 수요응답형 교통 확산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교통 인프라가 제한적인 유럽 중소도시에서 DRT의 도입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