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회장 “美 해양 패권 부흥 핵심 파트너 될 것”

정 회장, APEC 포럼 기조연설로 취임 후 첫 공식 행보 차세대 방위 기술, AI·디지털 전환, 로보틱스, 한미 조선업 협력 등

2025-10-27     신종모
37년간 이어진 전문경영인 체제를 마무리하고 오너 3세 경영을 연 정기선 HD현대 회장 이 27일 경주엑스포대공원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퓨처 테크 포럼: 조선’에서 글로벌 조선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역사적 무대에 올랐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37년간 이어진 전문경영인 체제를 마무리하고 오너 3세 경영을 연 정기선 HD현대 회장 이 27일 경주엑스포대공원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퓨처 테크 포럼: 조선’에서 글로벌 조선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역사적 무대에 올랐다.

600여 명의 글로벌 조선업계 관계자, 학계 전문가, 정부·군 관계자가 참석한 이번 포럼은 정 회장에게 HD현대의 새로운 리더십을 세계에 알리는 첫 관문이자, 글로벌 1위 조선 강국으로서의 비전을 천명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글로벌 혁신 동맹이 조선업의 미래“

정 회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을 중심으로 한 조선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AI는 선박의 지속가능성 및 디지털 제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산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긴밀한 글로벌 혁신 동맹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정 회장은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에 대해 “HD현대는 첨단 역량을 기반으로 미국의 해양 르네상스를 위한 든든한 파트너로 여정에 함께할 준비가 돼있다”고 선언했다. 이는 HD현대가 단순한 선박 건조를 넘어 미국의 해군력 강화와 해양 산업 부흥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적 의지의 표명이다.

정 회장의 비전은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HD현대는 이날 헌팅턴 잉걸스, 안두릴, 지멘스, 페르소나 AI 등 글로벌 최정상급 파트너사들을 무대에 세워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공개했다.

안두릴 존 킴 한국 대표는 차세대 방위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HD현대와 함께 무인수상정(USV) 공동 개발을 추진 중 이라고 밝혔다. 특히 HD현대의 자율운항 기술과 안두릴의 임무자율화 기술을 결합해 무인함정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페르소나 AI의 니콜라스 래드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인구 감소와 숙련 노동자 부족 문제의 해결책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안하고, HD현대와 공동 개발 중인 조선 산업용 휴머노이드의 현황을 공개 했다. 조선업이 단순 제조업을 넘어 첨단 로보틱스와 AI 기술의 실험장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PEC 첫 포럼 주자로 나선 전략적 선택

HD현대가 27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퓨처 테크 포럼의 첫 번째 기업으로 나서며 APEC CEO 서밋의 공식 후원사로도 참여한 것은 정 회장의 전략적 판단을 보여준다. 조선·방산·유통·AI·디지털자산·미래에너지 등 6개 주제 중 ‘조선’으로 포문을 연 것은 HD현대가 대한민국 산업의 대표 주자임을 천명하는 상징적 행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내 조선소 방문 가능성과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에 상징성을 부여하는 시점에서 정 회장의 이번 포럼 기조연설은 한국 조선업의 위상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결정타가 됐다.

정 회장은 AI 혁신 기술, 생산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 조선,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등 조선업의 미래 비전과 혁신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강조해 온 탈탄소·무인자동화 기조를 한층 강화하며, 글로벌 협력을 통해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의 첫 공식 행보가 국내가 아닌 글로벌 무대였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며 “HD현대가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조선업의 게임체인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