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HD현대중공업 출범··· 친환경 기술로 매출 37조 시대 연다

공정위 승인·주주 98% 찬성··· 그룹 차원 ‘조선 재편’ 공식화 친환경·스마트십 핵심 기술 통합으로 글로벌 대응력 강화 R&D 시너지 극대화해 ‘탄소중립 조선소 전환’ 가속화

2025-10-23     신종모
HD현대중공업(위)·HD현대미포(아래) 야드 전경./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오는 12월 1일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HD현대그룹이 추진해 온 ‘조선·방산 통합 전략’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 순간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HD현대는 방산, 친환경 선박, 특수목적선 등 고부가가치 영역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2035년 매출 37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압도적 주주 찬성··· “산업재편의 당위성 인정받았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는 23일 개최된 임시주총에서 ‘합병계약 체결 승인’ 안건이 국민연금 등을 포함해 각각 참석 주주의 98.54%, 87.56% 찬성으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 주주가 찬성표를 던지며 합병의 필요성과 전략적 효용성에 공감을 표시했다. 이번 합병은 HD현대중공업(존속회사)이 HD현대미포(소멸회사)를 흡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계열사 간 기업결합으로 지배구조에 변화가 없고, 국내 조선시장 경쟁에도 실질적 영향이 없다”고 결론짓고 결합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통합 법인은 다음 달 12월 1일부로 공식 출범해 법인등기, 사명 통합, 조직재편 등을 일괄 완료할 예정이다.

HD현대는 이번 합병을 단순한 생산 능력 증대가 아닌, 국가 방위산업의 주력 플랫폼 구축으로 정의한다.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함정 건조 기술과 HD현대미포의 생산 인프라·도크·숙련 인력을 결합하면 국내외 방산 시장에서의 설계 및 납기 경쟁력은 한층 강화된다. 이로써 통합 HD현대중공업은 ‘K방산의 전략 거점 조선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방산 매출은 현재 전체의 약 20% 수준이지만, 2035년에는 10조 원 이상 규모의 독립 사업군으로 성장시켜 민수·방산의 균형 잡힌 ‘이중 축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오는 12월 1일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새롭게 출범한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초격차 기술 확보’ 핵심 목표··· R&D·설계 통합 시너지 극대화

통합 HD현대중공업은 향후 핵심 전략을 ‘초격차 기술 확보’로 설정했다. 양사의 설계·연구·기술 인력을 통합해 중복투자를 줄이고, 공동기술개발 및 신기술 실증 단계를 신속하게 진행한다. 이를 통해 친환경 연료 대응, 스마트십 기술, 자동화 도장·용접 시스템 등 조선소 디지털 혁신의 속도를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앞으로 강화될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규제에도 선제 대응하기 위해 암모니아, 수소, 메탄올 추진선 기술을 집중 육성하고, 대형선부터 중형·특수선까지 ‘친환경 선박 풀라인업’을 완성할 예정이다.

합병 후 기대 시너지는 방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통합 법인은 쇄빙선·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선·군수지원함·구조선 등 특수목적선(SPV) 시장을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양사가 각각 보유한 쇄빙선, 해양경비함, 해상보급선 등 건조 실적을 통합함으로써 유럽·극지시장 진출 기반을 확대하고 새로운 고객군 확보에 나선다. 특히 북극항로 운항이 상용화되는 시기에 대비해 극지형 선박 기술과 친환경 추진 시스템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선종 개발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2035년 매출 37조 원 로드맵··· 양적·질적 성장 투트랙 추진

통합 HD현대중공업은 2035년 매출 37조 원을 달성한다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2024년 약 19조 원 대비 95%가량 증가한 수준으로, 방산 10조 원, 친환경·특수선 5조 원, 상선·해양플랜트 22조 원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 회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통합 생산관리체계 구축 ▲공동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글로벌 영업망 일원화 ▲스마트조선소 전환 가속 등을 중점 과제로 설정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울산·미포 두 조선소 간의 공동 생산 스케줄링 시스템을 가동해 납기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합병의 필요성과 전략적 효용성을 주주들 역시 인정한 것”이라며 “양사의 역량과 노하우를 총결집해 미래 조선 시장을 지속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통합이 삼성중공업·한화오션과의 ‘K조선 3강 체제’ 재편을 촉발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HD현대의 대형·중형·특수선 통합 체계가 완성되면, 글로벌 조선 시장 점유율 20% 돌파도 중장기적으로 가능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