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전장 시스템 리더’ 선언··· ADEX 2025서 글로벌 전략협력 속도

에어버스·크라토스·NLR 등과 잇단 MOU 50억원 규모 산학연 교육 플랫폼 구축··· 방산 인재 양성 시동 AI·무인기·글로벌 협력으로 ‘방산 4대 강국’ 청사진 구체화

2025-10-23     신종모
국산 다목적 전투기 FA-50./KAI.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를 통해 글로벌 항공우주·방산 강국으로의 도약 의지를 구체화했다. 단순 제조업체에서 '미래 전장 시스템 통합 선도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2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ADEX 2025에서 에어버스, 크라토스, 네덜란드 항공우주연구소(NLR),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과 연이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대폭 강화했다. 특히 창원대와 50억원 규모의 통합체계지원(IPS) 전문 교육 플랫폼 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산학연계 인재양성 체계까지 구축, 미래 방산산업의 전 주기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지난 20일 체결된 에어버스와의 포괄적 전략 협력 MOU가 주목된다. 지난 20여 년간 수리온 헬기, 소형무장헬기(LAH) 공동 개발 등으로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 협약은 특수임무 항공기, 고속중형기동헬기, KF-21·FA-50 공중급유 비행시험, 군 위성통신 역량 강화 등 미래 신기술 영역으로 파트너십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 특히 에어버스의 레이서(Racer) 실증기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고속헬기 개발 협력과 아나시스 3호 프로그램에 최첨단 유로스타 네오 시스템 적용 협력은 기술 격차를 좁히는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크라토스와의 협력은 더욱 파격적이다. 16일(현지시간) 체결된 유무인복합체계(MUM-T) 분야 업무협약은 KAI가 독자 개발 중인 AI 파일럿 ‘카일럿(KAILOT)’과 크라토스의 무인기 플랫폼을 통합, ‘자주적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XQ-58 발키리 무인협동전투기 등을 생산하며 약 25년간 미군과 협력해온 크라토스의 경험은 한국형 무인협동전투기(CCA) 개발의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KAI는 지난 21일 네덜란드 항공우주연구소(NLR)와 ‘차세대 공중전투체계(NACS) 개발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며 미래 공중전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유럽 최고 수준의 항공우주 연구 역량을 보유한 NLR과의 협력은 AI 파일럿 ‘카일럿’의 기술 고도화와 NACS 핵심 기술 확보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NLR은 F-35 개발 참여 등 첨단 전투기 연구개발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KAI의 차세대 공중전투체계 개발에 실질적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블랙이글 비행장면./사진=KAI

민관·산학 협력으로 기술 생태계 강화

국내 협력 또한 눈길을 끈다. KAI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과 감항인증·시험평가·항공안전 분야 협력 MOU를 체결했다. 감항인증은 민수 헬기·항공기의 국제 시장 진출을 위한 필수 관문으로, 미국 항공안전협정(BASA), 유럽연합(EU) 상호협정(BA) 등 국제 협정 체결과 직결되는 국가 전략 과제다. 이번 협력으로 국산 항공기술의 글로벌 인정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창원대학교와 체결한 50억원 규모, 3년간의 IPS 교육 플랫폼 개발 계약도 의미가 크다. 항공 무기체계의 운용·유지·보수 비용은 전체 수명주기 비용의 약 70%를 차지해 IPS 역량이 가동률 향상과 비용 관리의 핵심이다. 가상현실(VR)·AI 융합 교육 플랫폼을 2026년 시범 운영, 2028년 정규 과정으로 확대하면 방산 서비스 글로벌 진출 기반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ADEX 2025 KF-21 지상 전시./사진=KAI

AI 파일럿·무인기 기술, 미래 공중전 주도권 선점

KAI가 ADEX 2025에서 공개한 기술 성과는 미래 공중전의 판도를 가늠케 한다. AI 파일럿 ‘카일럿’ 시뮬레이터는 관람객이 AI와 직접 도그파이트를 체험하도록 해 큰 관심을 모았다. 2020년 미국 DARPA 알파도그파이트 대회에서 AI 파일럿이 인간 F-16 조종사를 5전 전승으로 제압한 이래, 전 세계 항공 선진국들이 AI 파일럿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KAI는 2023년부터 본격 개발에 착수해 2024년 2월 차세대 공중전투체계(NACS)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1025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실물로 최초 공개된 다목적 무인기 AAP(Adaptable Aerial Platform)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크다. 3m급 소형 무인기를 KF-21 파일런에 미사일처럼 장착해 임무 지역에서 분리·독립 작전을 수행하는 '에어런치' 개념은 드론과 미사일의 경계를 허문다. 시속 802km 고속 비행이 가능하며 정찰·표적획득·전자전·교란·타격 등 복합임무를 수행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46기 AAP 투입 시 적 공중망 돌파 성공률이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고 경제적인 특성으로 말레이시아·필리핀 등 중소 공군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으며, KF-21과 패키지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정부의 전폭적 지원도 산업 전망을 밝게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방 분야 특수반도체 등 독자 기술 확보, 방산 패스트트랙 확대, 중소기업·스타트업 진입장벽 완화 등 구체적 정책도 제시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ADEX 2025에서의 KAI 성과는 기업 개별 차원을 넘어 한국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체의 글로벌 주도권 확대를 상징한다”며 “AI·무인기·MUM-T 등 미래 핵심 플랫폼 확보, 에어버스·크라토스 등과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민관·산학연 협력 생태계 구축, 정부의 대규모 R&D 투자가 맞물리며 한국 항공우주산업은 '글로벌 4대 강국' 도약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