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회장 첫 공식 행보··· APEC서 ‘글로벌 조선업 미래’ 제시
27일 경주서 ‘퓨처 테크 포럼: 조선’ 개최··· 미래 조선업 방향·기술혁신 논의 “글로벌 조선업 중심 기업으로서 산업 발전 위한 통찰·비전 제시할 것”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오는 27일 경북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공식 석상에 오른다. 지난 17일 회장으로 선임된 정 회장이 37년 만에 부활한 오너 경영 체제 아래 첫 공식 무대로 APEC을 택하면서 그룹의 대외 전략과 한미 조선 협력 구상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HD현대는 경주 APEC CEO 서밋 부대행사로 ‘퓨처 테크 포럼: 조선’을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포럼에서는 글로벌 조선·방산·인공지능(AI) 선도 기업 및 정부·학계 인사들이 참여해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Shaping the Future of Shipbuilding(조선업 미래의 형성)’을 주제로 HD현대의 AI 기반 기술과 탈탄소 솔루션, 제조 혁신 전략을 제시한다. 또한 방산 분야를 중심으로 한 한미 글로벌 조선협력 비전도 구체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행사에는 HD현대의 주요 파트너인 헌팅턴 잉걸스, 안두릴, 미국선급(ABS), 지멘스, 페르소나 AI 등 세계적 기업 인사들이 연사로 참여한다. ‘해양 방위의 새로운 시대’, ‘AI 기반 조선소 혁신’, ‘한·미 간 전략적 협력’ 등 주제를 중심으로 미래 조선산업 지배구조를 논의한다.
‘마스가’로 본격화하는 한·미 조선 협력
HD현대는 올해 들어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4월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협력 MOU를 체결한 이후, 이달 초 HD현대중공업 경영진이 미시시피 조선소를 방문해 공동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또 다른 협력사 안두릴과는 무인수상정(USV) 공동개발을 추진 중이며, 2027년 한·미 시장 동시 출시를 목표로 8월 MOA를 체결했다.
이번 포럼의 핵심 의제 중 하나는 HD현대가 주도하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다. 지난 8월 HD현대는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탈, 한국산업은행과 함께 수십억달러 규모의 조선산업 공동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마스가는 미국 내 노후 조선소 인수와 첨단화, 해양 기술 및 물류 인프라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마스가 프로젝트의 첫 결실도 이미 나오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미 해군 7함대 소속 4만1000t급 화물보급함 ‘앨런 셰퍼드’함의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국내 조선소가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처음 따낸 미 해군 정비(MRO) 계약으로, 연간 20조원 규모 미국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평가된다.
HD현대는 탈탄소 시대를 대비한 친환경 기술에서도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2023년 국내 조선업계 첫 탄소중립 선언 이후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인도했다. 2026년에는 세계 최초 암모니아 추진선 인도를 앞두고 있다. 소형모듈원전(SMR) 추진선과 수소 선박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AI 자율운항 기술 역시 HD현대의 미래 성장축이다. 자회사 아비커스(Avikus)는 2022년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 대형선박의 대양 횡단에 성공했다. 현재 현대글로비스와 에이치라인해운 등과 30여 척 규모의 자율운항 시스템 ‘하이나스 컨트롤’ 공급 계약을 진행 중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포럼은 조선업계가 직면한 과제에 대해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산업의 미래를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조선업의 중심 기업으로서 산업 발전을 위한 통찰과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HD현대는 APEC 기간 중 코트라(KOTRA)가 운영하는 ‘한류·첨단미래산업관’ 내 ‘조선해양관’에서도 첨단 기술을 선보인다. 자율운항 시연과 AI 용접로봇, 차세대 원자력 추진선 모형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첫 공식 무대를 APEC으로 정한 것은 대미 조선 협력을 최우선 전략으로 삼겠다는 뜻”이라며 “마스가 프로젝트와 함께 HD현대가 향후 글로벌 조선 패러다임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번 APEC CEO 서밋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글로벌 경제인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HD현대가 세계 조선산업의 리더십을 공고히 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