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脫엔비디아’ 행보… AI 가속기 판도 흔든다

오픈AI, AMD·브로드컴과 협력 체계 구축… 엔비디아 의존도↓ AMD와 긴밀한 협력 유지한 삼성전자, 탈엔비디아 흐름 수혜자 부상 AI 가속기 시장 다극화 가속… 엔비디아 중심 구조 균열 본격화

2025-10-17     임호동 기자
최근 AMD, 브로드컴과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며 AI 가속기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는 오픈 AI.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엔비디아 중심의 AI 반도체 생태계에 균열을 내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AMD, 브로드컴 등과 잇따라 대규모 협력 계약을 체결하며 AI 가속기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는 한편, AI 가속기(Accelerator)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자체 설계·운영하는 체제를 구축 중이다.

이 과정에서 AMD의 오랜 협력사인 삼성전자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맡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 AMD·브로드컴과 손잡은 오픈AI, 독자 칩 설계 본격화

지난 6일 AMD와 AI GPU 공급 계약을 체결한 오픈AI. /오픈AI 제공

오픈AI는 이달 들어 AMD, 브로드컴과 각각 대규모 전략적 파트너십을 잇달아 체결했다.

우선 지난 6일 오픈 AI는 AMD와 최대 6기가와트(GW) 규모의 AI GPU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오픈AI는 AMD의 GPU를 모델 학습부터 추론(실행)까지 전 과정에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오픈AI는 AMD로부터 1억6천만 주 규모의 신주인수권을 부여받아 최대 AMD 지분 10%까지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반도체 시장에서는 이번 계약을 두고 “AMD가 엔비디아의 독점 구조를 흔들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AI 데이터센터용 GPU 시장의 90% 이상을 엔비디아가 차지하고 있지만, 이번 계약으로 AMD가 향후 시장 점유율 15~20% 수준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도 “AMD의 선택은 매우 영리하다”며 “오픈AI에 더 투자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어 오픈AI는 브로드컴과도 10GW 규모의 맞춤형 AI 칩 및 컴퓨팅 시스템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오픈AI가 AI 가속기와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설계하면, 브로드컴이 실제 개발과 제조, 시스템 통합을 맡는 구조다.

2026년 하반기부터 브로드컴은 랙 단위의 AI 서버를 공급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고속 이더넷·광통신 등 브로드컴의 핵심 네트워크 솔루션이 투입된다.

◇ 엔비디아 의존 탈피 전략… ‘AI 인프라 자립’ 시동

오픈 AI의 이러한 행보의 핵심은 ‘탈(脫)엔비디아’다. AI 서비스 폭증으로 엔비디아 GPU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급등하자, 자체 설계 칩과 대체 공급망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 조달 문제가 아니라, AI 모델 학습과 운영 전반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AI 인프라 주권 확보’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AMD, 브로드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의 협력은 오픈AI가 AI 반도체 생태계를 다극화(multipolar) 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AMD 칩은 엔비디아 구매 물량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이라며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오픈AI는 최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과 함께 AMD 주도의 ‘UA링크(Universal Accelerator Link)’ 연합에도 참여했다.

이는 엔비디아의 독점 기술인 ‘NV링크’를 대체하기 위한 개방형 표준으로, AI 인프라 상호 호환성을 높이는 시도다.

업계에서는 “NV링크 중심의 엔비디아 생태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삼성전자, AMD-오픈AI 협력의 최대 수혜자 될까

지난 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샘 올트먼 OpenAI 대표와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 LOI(의향서)를 체결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좌). /삼성전자 제공

이처럼 오픈AI의 탈엔비디아 행보에 삼성전자가 ‘숨은 승자’로는 대두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AMD, 브로드컴과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맺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그동안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HBM을 납품하지 못했지만, AMD와는 꾸준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실제 삼성전자는 AMD의 GPU 라인업에 HBM 전량을 공급하며 차세대 제품 공동개발에도 참여해 왔다.

때문에 AMD가 오픈AI에 공급할 차세대 AI GPU(코드명 MI450)에 탑재될 HBM4 메모리의 주 공급사는 삼성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계약에서도 AMD가 자사 GPU와 함께 삼성 HBM을 사용할 경우, 삼성은 HBM 매출 확대와 기술 신뢰도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오픈AI-AMD 거래로 발생하는 HBM 수요 규모는 최대 15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이번에 적용될 HBM4는 현 세대보다 속도와 용량이 1.5배 이상 향상된 고성능 제품으로, 삼성전자가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경우 SK하이닉스를 추격할 결정적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다만, HBM4 양산 체제를 이미 구축한 SK하이닉스가 AMD의 공급 후보군에 여전히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양사 간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수요 증가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오픈AI의 잇단 행보는 AI 산업의 공급망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지금까지 AI 칩 시장은 엔비디아가 기술력과 생태계로 독점해 왔지만, 오픈AI가 AMD·브로드컴·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과 협력하며 ‘탈엔비디아-다극화’ 구도가 가시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시장은 이제 엔비디아의 독주가 아닌 복수의 기술 축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오픈AI의 선택이 향후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 구도를 바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