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늘면 전기요금 오른다? ···기후부 "기술로 극복 가능" 정면 반박
김성환 기후부 장관 "기술·정책 뒷받침되면 재생에너지 전력 더 싸질 것" 미국·중국 등 주요 국가 그리드패리티 달성…한국은 여전히 가격 높아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도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가 보급이 많이되면 전기요금이 상승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정부의 육성정책과 기술발전이 뒷받침되면 재생에너지 전력도 충분히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 재생에너지 보급 늘어나도 전력요금 비싸지 않아질 수 있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에너지 분야 업무보고에서 '재생에너지가 많아지면 나중에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는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난다고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건 아니다"라고 반론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대통령실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다 보면 전기 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국민에게 적극 알려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보급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올라갈 가능성 있음을 시사했다.
김 장관은 이런 우려에 대해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서 이미 풍력과 태양광을 가장 저렴한 에너지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난다고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상황만 보면 풍력과 태양광은 실제 가격이 많이 낮아져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나는 게 곧 전력요금 인상으로 바로 작동하지 않는 단계까지 오고 있다"며 "오히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폭등할 때 전기요금이 올라간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단가가 비싼 이유에 대해 아직 그리드패리티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드패리티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 비용이 기존의 화석연료 발전 비용과 같아지는 시점을 의미한다.
실제로 주요 국가들의 그리드패리티 달성 사례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중서부 대부분 지역에서 태양광·풍력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석탄발전보다 낮아 신규 보조금 없이 시장 경쟁이 가능하다. 미국 역시 캘리포니아나 텍사스 주가 2020년 초부터 태양광·풍력 LCOE가 천연가스보다 낮아지며 곳곳에서 그리드패리티 달성했으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이후 대규모 비보조금 태양광 발전소가 활발히 건설되고 있다.
독일, 영국,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 역시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도매 전력가격과 유사하거나 더 낮아 시장 경쟁만으로도 공급이 가능한 구조로 전환됐으며, 인도도 2023년부터 태양광·풍력 신규 발전소의 LCOE가 석탄화력보다 낮아 경매 경쟁만으로 시장 진입 가능하다.
이들 국가의 그리드패리티 실현은 정책 일관성과 금융조달, 스마트그리드·저장장치 등 기술혁신이 맞물리며 재생에너지 단가를 화석연료보다 낮춘 것으로 평가된다.
◇ 그리드패리티 달성 못한 한국…구조적 과제 산적
김 장관의 발언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할수록 재생에너지 LCOE는 점점 낮아진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글로벌 평균 태양광 LCOE는 kWh당 0.03~0.07달러(40~90원), 풍력은 0.033~0.075달러로 석탄(최대 0.12달러), 천연가스(0.05~0.11달러)보다 저렴하다.
반면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kWh당 90~100원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전력단가가 최근 내림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석탄(약 80원) 등 화력발전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이는 한국의 전력도매시장 구조가 여전히 연료비 기반으로 SMP(계통한계가격)를 산정하고 있어, 변동비가 낮은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허가 지연, 송전망 부족, 토지 사용 규제 등 구조적 제약이 재생에너지 단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발전소 건설과 계통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비효율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조달 비용이 선진국보다 약 1.5배 이상 높은 것도 보급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
기후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현재 35GW에서 2030년 78GW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지난해 10.5%에서 2030년 33%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한계를 조속히 해소하지 않고 재생에너지의 보급만 늘리는 것이 아닌 정책과 기술발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빠르게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생에너지 관련 설비투자와 병행해 송전망 확대, 계통 운영 유연성 확보, 정책 일관성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