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규제로 中 태양광 탈 동남아 가속··· 한국에 기회의 문 열린다
OCI, 베트남 공장 65% 인수하며 비 중국산 밸류체인 강화 미국의 중국 대상 규제 강화에 한화·OCI 등 미국 시장 청신호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동남아 생산기지에서 잇따라 철수하면서 한국 태양광 업계에 중장기적 기회가 열리고 있다. 미국 정부의 반중 규제 강화 속에 한국 기업들이 '비(非)중국산' 공급망의 핵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 中 손 뗀 베트남 공장 인수하며 밸류체인 구축
OCI홀딩스는 자회사 OCI테라서스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OCI원을 통해 이달 말 완공되는 엘리트솔라파워의 베트남 웨이퍼 공장 지분 65%를 인수한다고 13일 밝혔다. 투자금은 약 7800만달러(한화 1112억원) 규모다.
이 공장은 연간 2.7GW 규모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번 인수로 OCI는 폴리실리콘에 이어 태양광 밸류체인의 두 번째 단계인 웨이퍼 생산 능력까지 확보했다. 회사 측은 자사 폴리실리콘을 100% 활용해 'Non-PFE(제한대상 외국기업 비해당)' 제품을 생산, 미국 세제 혜택을 노릴 계획이며 나아가 수직계열화를 바탕으로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제고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 공장은 엘리트솔라파워의 모태인 중국계 기업 ET솔라가 이달 말 가동할 계획이었지만, 미국이 본격적으로 동남아에 진출한 중국계 태양광 기업들을 견제하기 시작하면서 완공 직전 급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미국 정부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따라 Non-PFE 요건을 도입했다. Non-PFE는 중국 등 우려국 소속의 금지외국기관의 원재료·부품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뜻하며, 이 요건을 충족해야 미국 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최근 재생에너지투자세액공제(ITC) 대상에서 중국 자본이 25% 이상 포함된 기업을 배제했다. 엘리트솔라파워의 모회사인 중국 ET솔라가 이에 해당되면서 베트남 공장 지분이 매물로 나왔다. 이번 거래로 엘리트솔라파워의 지분율은 24% 미만으로 낮아졌다.
중국 태양광 업체들의 '탈(脫)동남아'는 이미 본격화 단계다. 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캄보디아 등지에 공장을 세워 미국 반덤핑 관세를 우회하던 중국 기업들은 미국 정부가 2022년부터 동남아 태양광 시설의 실소유주 조사 강화로 잇달아 철수하고 있다. 진코솔라·라이젠에너지·징아오과학기술 등이 공장을 폐쇄하거나 인력을 대폭 감축했고, 룽지·트리나솔라 등도 생산을 중단했다.
◇ 中 탈동남아 러시에 한국 기업 시장 공략 기대
업계는 미국 시장에서 빠진 중국의 빈자리를 한국 기업이 메울 가능성에 주목한다. 한국 기업이 동남아에 매물로 나온 중국 기업 공장을 사들이거나 아예 미국 현지에 태양광 생산시설을 짓는 식으로 공급망을 구축할 유인이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주요 태양광 기업인 한화솔루션 큐셀부문과 OCI홀딩스는 각각 미국 현지와 동남아를 통해 생산시설을 구축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화큐셀은 현재 말레이시아에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지만 미국 현지에 더 집중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조지아주 달튼 공장에 이어 올해 안에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에 잉곳·웨이퍼·셀 제조 라인을 완공할 예정이다. 두 공장을 합하면 연간 8.4GW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춰 미국 태양광 모듈 수요의 25%를 공급할 전망이다.
한화큐셀은 그동안 미국에서 모듈만 생산했지만 잉곳부터 셀까지 현지에서 밸류체인을 갖추게 될 경우 경쟁력이 한층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 IRA 세제 혜택을 활용해 비중국산 공급망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으며 북미 시장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OCI는 베트남 웨이퍼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한화큐셀과의 협력체계를 강화, 폴리실리콘부터 웨이퍼까지 비중국산 태양광 밸류체인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OCI는 이미 자회사 OCI테라서스의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생산기지를 통해 약 3만5000톤 규모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공장은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을 준수하며 완전한 비중국산 공급망의 출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미국 태양광사업 자회사인 미션솔라에너지의 텍사스 부지에 독자적인 태양광 셀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 OCI는 2억6500만달러(한화 3840억원)를 투자해 향후 2GW 이상의 태양광 셀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관세·세제 장벽을 높이면서 한국이 그 대체 공급망의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장기적으로 한화와 OCI가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적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