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 올라탄 반도체… 삼성전자 시총 550조·하이닉스 300조 돌파
연휴 이후 글로벌 반도체 호재 한꺼번에 반영… 코스피 3600선 돌파 외국인 5천억 순매수·AI 반도체 기대감 확산… 슈퍼사이클 진입 신호
국내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휴 이후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나란히 시가총액 ‘빅 클럽’에 입성했다. 글로벌 반도체 호재가 몰아친 가운데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코스피 지수는 장중 3600선을 돌파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면서 반도체 업종이 증시를 이끄는 ‘쌍두마차’로 부상하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6.07% 오른 9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새 5400원이 뛰었고, 거래대금은 3조3109억 원, 시가총액은 558조8138억 원으로 불어났다. 불과 보름 전인 9월 26일 8만3300원까지 밀렸던 주가가 불과 2주 만에 1만1000원 넘게 반등한 셈이다.
SK하이닉스도 이날 8.22% 급등한 42만8000원에 마감하며 사상 첫 시총 300조 원대를 돌파했다. 거래대금은 2조9115억 원, 시가총액은 311조 원을 기록했다. 10월 들어서만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누적 상승률이 22%에 달한다. 지난 2일(9.86%), 10일(8.22%) 연속 급등하며 상승 탄력을 이어갔다.
이 같은 급등세는 연휴 기간 글로벌 반도체 업종 전반이 호조를 보인 영향이 크다. 미국과 일본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줄줄이 상승한 흐름이 국내 장에 한꺼번에 반영된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엔비디아와 AMD,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며 ‘AI 반도체 기대감’을 재점화했다. 일본 도쿄증시에서도 도쿄일렉트론 등 장비주가 강세를 보이며 글로벌 반도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과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상승세를 견인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퀄컴에 2나노 기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샘플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과의 협력 복원 가능성, 추가 수주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 ‘GB300’에 자사 HBM3E가 탑재된다는 보도가 전해지며, 시장에서는 이를 주가 상승을 이끌 결정적인 계기로 받아들였다. 그간 기술 검증 과정(qualifying test) 통과 여부가 불확실했지만, 이번 소식으로 실적 반영 기대감이 커졌다. 실제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하이닉스가 엔비디아 HBM3E 공급망에 공식 편입됐다”는 분석이 확산됐다.
외국인 자금도 반도체주로 몰렸다. 코스피 현물 기준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이날 하루 5,000억 원 이상에 달했고, 이 중 4000억 원 이상이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됐다. 지난주부터 5거래일 연속 이어진 순매수세가 코스피 지수를 밀어 올리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덕분에 코스피는 장중 3600선을 돌파하며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AI 인프라 확장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데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서버 수요 회복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3분기 잠정 실적 시즌을 앞두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폭이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휴 기간 글로벌 반도체 호재가 한꺼번에 반영되며 코스피가 3600선을 돌파했다”며 “외국인 자금 5000억 원 이상이 유입됐고, 이 중 4000억 원 이상이 반도체 업종으로 쏠렸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퀄컴에 2나노 기반 차세대 AP 샘플을 공급하고, 엔비디아 GB300에 HBM3E가 탑재됐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며 “메모리 슈퍼사이클 기대감이 지속되면서 삼성전자는 시총 550조 원, SK하이닉스는 300조 원을 돌파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