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시장에 ‘골드바 열풍’… 굴비세트·삼팔광땡 이색 상품 등장

굴비부터 삼팔광땡까지… 전통과 놀이 담은 이색 골드바 금값 강세 속 명절 선물 트렌드, 관례로 자리잡을까

2025-10-02     황혜빈 기자

올 추석을 앞두고 금이 소비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핫한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히 금괴를 건네던 과거와 달리, 굴비세트나 화투패를 본뜬 골드바, 카드형 행운 열쇠 등 이색적인 디자인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 속에서 실물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며 금은 실속과 상징을 동시에 갖춘 고급 선물로 떠올랐다.

한국금거래소가 다양한 추석 선물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금거래소 홈페이지 갈무리

올해 한국금거래소는 다양한 추석 선물 패키지를 선보였다. 순금 성공행 골드바 0.5g(14만 원대)와 순금 길상무늬 골드바 1g(24만 원대)를 비롯해 카드 패키지 형태의 행운 열쇠 시리즈는 국화, 매화, 난 같은 전통 소재를 디자인에 담아냈다. 1g부터 3.75g까지 무게를 세분화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는 점도 특징이다. 80만 원대 가격대에서는 십장생 메달, 화투 삼팔광땡 골드바, 굴비세트 골드바가 주목을 받고 있으며, 명태를 형상화한 액막이 골드바 역시 독특한 아이디어로 수요층을 겨냥했다. 기존의 단조로운 금괴에서 벗어나 문화적 코드와 놀이적 상징을 접목한 점이 올해 명절 골드바 시장의 가장 큰 변화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금값 강세와 맞물려 있다. 2일 기준 국내 금 시세는 그램(g)당 약 17만 원대 중반을 기록하며 연중 고점을 향하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과 비교해도 수천 원 이상 오른 수준으로, 국제 금값 역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달러 약세,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의 영향을 받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자산 보존 가치가 부각되자 금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이 금을 명절 선물로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히 값비싼 선물이라는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가치가 보존된다는 점, 즉 시간이 지나도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받는 이 입장에서는 소비상품보다 실물자산을 손에 쥐게 된다는 만족감이 크고, 주는 이에게는 정성과 상징성을 담을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여기에 굴비나 화투, 열쇠 같은 모티프가 결합되면서 ‘정성 있는 선물’이라는 메시지를 덧붙이는 효과가 있다. 전통적인 햄이나 과일 세트와는 확연히 다른 차별화 포인트가 마련되면서, 선물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오히려 강화됐다.

다만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실속형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접근이 쉽지 않고, 고가 제품 중심의 시장이라는 한계는 존재한다. 이에 업계는 소용량 골드바나 다양한 패키징으로 접근성을 넓히려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온라인과 백화점, 귀금속점 등 유통 채널을 다변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업계에서는 이번 추석 골드바 열풍이 단발적 유행에 그칠지, 아니면 앞으로 명절 선물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값 강세가 이어지는 한 금 선물은 트렌드를 넘어 명절 관례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소비심리가 완화되면 다시 고가 선물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어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