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아누가 2025' 총출동…유럽 시장 공략 본격화

업체ㆍ카테고리 별 차별화된 전략…글로벌 시장 진출에 집중 라면 3파전부터 김치 공장 건설까지…일회성 넘어 장기 투자 단계 돌입

2025-10-05     장은진 기자
팔도·삼양·동원·풀무원·농심·빙그레·대상 등 국내 주요 식품기업 7곳이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 '아누가 2025'를 통해 유럽 시장 본격 공략에 나선다./아누가 홈페이지,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팔도·삼양·동원·풀무원·농심·빙그레·대상 등 국내 주요 식품기업 7곳이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 '아누가 2025'를 통해 유럽 시장 본격 공략에 나선다. 이들은 일회성 수출을 넘어 현지 유통망 확보부터 생산 공장 건설까지 장기 투자 단계에 돌입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아누가(ANUGA) 2025'에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총출동한다. 올해로 38회를 맞는 아누가는 118개국 8,000여 개 기업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되며, 특히 한국이 박람회 역사상 처음으로 주빈국(Partner Country)으로 선정돼 K-푸드의 위상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라면 3파전, '매운맛' 정의부터 달라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분야는 라면이다. 팔도·삼양·농심 3사가 각기 다른 전략으로 유럽 소비자를 공략한다.

삼양식품은 이번 박람회에 처음 참가하며 김정수 부회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의지를 드러낸다. 'Buldak Spicy Club' 콘셉트의 부스에서 불닭브랜드의 핵심인 '극강의 매운맛'을 전면에 내세우고, 불닭소스 드리즐 너겟과 단백질 강화 파스타 '탱글'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농심은 글로벌 브랜드 슬로건 'Spicy Happiness In Noodles'를 내세우며 '행복한 매운맛'을 강조한다. 페루·일본·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신라면 분식' 체험공간을 부스에 재현하고, 글로벌 시장 타깃 신제품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이 제품은 외국인들이 매운맛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스와이시(Swicy; Sweet & Spicy) 트렌드를 반영해 개발됐으며, 10월 말 호주·대만 등에 출시될 예정이다.

팔도는 매운맛 경쟁에서 벗어나 '콜드 누들(Cold Noodle)'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제시한다. 팔도비빔면을 '차갑게 비벼 먹는 면'으로 포지셔닝하고 K-푸드관 내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운영한다.

종합식품·디저트·발효식품…카테고리별 차별화 전략

동원그룹은 '필요에 답하다'는 브랜드 슬로건 아래 동원(건강), 양반(한식), 비비드키친(소스)으로 브랜드를 세분화했다. 동원참치·말차, 양반 떡볶이·김, 비비드키친 김치 살사·치폴레 마요 등 다양한 제품군을 전시하고, BTS 진을 활용한 조형물로 글로벌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는 계획이다.

풀무원은 'Authentic K-Food, Crafted to Taste Good Feel Good' 콘셉트로 70㎡ 규모 부스에 45개 제품을 전시한다. 두부·만두·냉면·김치 등 정통 K-푸드와 식물성 지향 혁신 제품을 동시에 소개하며, 박람회 기간 독일 최대 유통업체 에데카(Edeka) 쾰른 플래그십 매장에 '풀무원 K-푸드존'을 개설한다. 연내 에데카 주요 지점 정식 입점과 유럽 법인 설립도 추진 중이다.

빙그레는 유일한 아이스크림 기업으로 참가해 식물성 메로나와 식물성 붕어싸만코를 유럽에 처음 선보인다. 2023년부터 독일·영국·프랑스·네덜란드 등에 식물성 메로나를 수출해온 결과, 지난해 유럽 매출이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네덜란드 알버트 하인 등 메인스트림 유통 채널 입점에 성공했으며 올해는 독일 네토, 폴란드 까르푸까지 판매망을 확대했다.

대상은 '세계 3대 발효 전문기업' 정체성을 앞세워 김치와 발효식품으로 승부한다. 미슐랭 스타 셰프 파브리치오 페라리를 초빙해 '김치 차르보나라', '김치 샌드위치', '김치 치즈케이크' 등 유럽 일상식에 김치를 접목한 퓨전 요리를 선보이는 쿠킹쇼를 진행한다.

대상은 이미 유럽 법인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더 나아가 국내 최초로 유럽 현지에 대규모 김치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2030년까지 연간 3천 톤 이상의 김치를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회성 넘어 '장기 투자' 본격화

주목할 점은 7개 기업 모두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구체적인 시장 정착 계획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대상은 현지 공장 건설, 풀무원은 법인 설립, 빙그레는 메인스트림 유통망 확보, 농심은 3개국 체험공간 운영 등 장기 투자 단계에 돌입했다.

특히 라면 3사가 각각 '극강 매운맛'(삼양), '행복한 매운맛'(농심), '차가운 비빔면'(팔도)으로 완전히 다른 소비자층을 타깃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김치 카테고리에서도 동원(김치 소스), 풀무원(정통 김치), 대상(김치 퓨전 요리)이 각기 다른 접근법을 보인다.

업계에서는 유럽이 자국 식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시장인 만큼, 현지화 전략이 성공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상의 김치 퓨전 요리처럼 현지 식문화와 결합하거나, 빙그레의 식물성 제품처럼 건강·환경 트렌드와 연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된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5년 내 유럽이 북미·동남아에 이은 제3의 수출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7개 기업이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각자의 강점을 살려 K-푸드 생태계 전체를 확장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과거 K-푸드 해외 진출이 단발성 수출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현지 생산·법인 설립·유통망 구축 등 본격적인 시장 정착 단계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