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석유화학 구조조정 본격화…韓 "고부가 경쟁 대비해야"

중국 정부 '석유화학공업 안정 성장 위한 방안' 발표 범용제품 공급과잉 완화…고부가가치 투자 이어가야

2025-10-01     진경남 기자
중국이 공급과잉이 심화된 석유화학 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가운데 업계 내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중국이 공급과잉이 심화된 석유화학 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나선다. 이에 따라 중국발 저가공세에 직격탄을 맞은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다만 중국이 첨단 분야 진출을 강화하면서 고부가가치(스페셜티) 분야 육성을 결정해 국내 기업들이 고부가가치·친환경 신제품 중심으로 사업 전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中 신규 증설 억제·노후 설비 퇴출 산업 고도화 추진

최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공업정보화부 등 7개 부처는 최근 '석유화학공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업무방안(2025-2026)'을 발표하고 주요 프로젝트 건설을 과학적으로 규제할 것을 제안했다.

해당 방안은 석유화학 산업의 안정적 운영과 구조 최적화 및 고도화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 정책이다. 이 정책은 2025~2026년 석유화학 산업 부가가치 연평균 5% 이상 성장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경제 효율성 개선부터 기술 혁신 역량 강화, 정밀화학 분야 확장, 디지털 전환 추진, 안전성 제고, 환경오염 저감, 탄소중립 달성 등을 주요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방안은 △에틸렌 등 범용제품의 신규 증설 통제 △노후 설비 개조 △신기술 산업화 실증 △정유사의 석유상품 감축·화학공업 상품 확대 프로젝트 지원 등이다.

이를 위해 주요 석유화학 및 현대 석탄 화학 프로젝트 계획·배치를 강화하고, 신규 석유 정제 생산 능력을 통제해 산업 병목현상을 해소할 방침이다. 관련 산업도 엄격한 관리로 과잉공급 위험을 합리적으로 통제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5대 핵심 영역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공급 확대 △ ‘AI+석유화학’ 등 기술 혁신 △내수 확대와 해외 시장 개척 △화학공단과 산업 클러스터의 고급화·품질 개선 △정책·금융 지원을 통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신에너지, 의료장비 등 중점 산업망 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전자화학품과 고성능 폴리올레핀 소재 등 핵심제품에 대한 연구도 지원한다. 신소재 생산 응용 검증 등을 통해 약점을 빠르게 보완하며 핵심 기술도 확보할 방침이다.

◇ 과잉공급 제재로 단기 호재 기대 상승

국내 업계는 이번 조치로 중국발 범용제품 과잉공급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2019년 2700만t에서 지난해 5700만t까지 증가했다. 또 당초 계획에 따르면 2028년까지 2200만t 규모의 추가 증설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중국의 신규 설비 축소, 노후 설비 퇴출 등 구조조정은 범용 석유화학제품의 공급과잉 완화에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공급 억제를 공식화했다는 것만으로도 단기적으로 에틸렌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며 "중국발 공급 과잉이 완화된다면 판가 개선과 업황 회복 기대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급 축소 폭은 아직 불확실하다. 중국 정부가 예고해왔던 노후 설비 폐쇄에 더해 신규 프로젝트를 얼마나 철수할지에 따라 실제 감축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석탄화학 설비의 석유화학 설비 전환을 장려해왔고 이같은 프로젝트가 대거 추진중인 상황이다.

◇ 문제는 '고부가제품'…선행투자로 기술격차 벌려야

변수는 중국의 고부가제품 추격 가능성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 업무방안에서 '전자화학품·고급 폴리올레핀 집중 육성'을 핵심으로 제시했다. 이는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특수 화학품, 고성능 플라스틱 원료 등으로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영역과 겹친다. 

현재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범용제품을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이번 정책 발표 이후로도 범용제품 위주에서 기능성·고부가가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이 한층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화학은 프리미엄 ABS·ASA, 배터리 양극재 등으로, 롯데케미칼은 열가소성 장섬유 복합재(LFT)로, 금호석유화학은 친환경 합성고무와 에폭시 수지로,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EVA·전력 케이블용 XLPE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업계 전반이 범용에서 벗어나 고부가 중심으로 재편 중인 상황이다.

여기에 연구개발 및 신기술 확보, 신시장 개척을 통한 경쟁력 유지가 기존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범용제품도 불과 10~20년 전에는 고부가 제품에 속했다"며 "스페셜티에서도 중국이 따라올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극적인 선행투자를 통해 기술격차를 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