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터 설계까지”··· 한화오션·포스코, 함정용 초고강도 강재 공동개발
미래함정을 위한 기가급 특수강 공동개발 나서 “K방산 수출전 전략 무기, ‘기가급 특수강’ 국산화”
한화오션과 포스코가 차세대 함정용 기가급 특수강 개발에 나섰다. 양사의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한국 방위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강재·용접재료·용접기술·선체 적용기술 등 6개 분야를 망라한 이번 협력은 2~3년 내 실용화를 목표로 하며, 차세대 전투함정과 무인수상정에 적용될 초고강도 강재 개발에 혁신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오션은 1일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사무소에서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와 차세대 함정에 적용할 기가급 특수강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번 MOU를 기반으로 강재 및 이용기술, 용접재료, 용접기술 및 이를 적용한 선체 적용 기술을 개발하는 등 총 6개 분야에서 협력한다.
함정의 생존성은 소재 경쟁력에서 시작된다. 이번에 개발되는 기가급 특수강은 일반 강재 대비 약 4배 높은 강도를 자랑한다. 이는 함정 설계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핵심 요소다. 동일한 방호 성능을 훨씬 가벼운 무게로 구현할 수 있어 수상함 상부구조의 경량화와 방호력 강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량화는 곧 기동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가벼워진 함정은 더 빠르게 움직이고, 연료 효율성도 개선된다. 동시에 강화된 방호력은 승조원의 생존성을 높여 전투 지속 능력을 극대화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동일한 무게에서 더 강한 방탄 성능을 확보하면 첨단 함정의 설계 자유도가 획기적으로 넓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고강도 특수강이 적용되면 함정 설계자들은 무게 제약에서 벗어나 더 많은 무장과 센서를 탑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차세대 전투 환경에서 요구되는 스텔스 성능과 전자전 능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부구조의 최적화가 필수적이다. 기가급 특수강은 이러한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면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핵심 솔루션이 될 전망이다.
김일홍 한화오션 특수선설계담당 상무는 “이번 협력을 통해 한화오션은 포스코와 함께 글로벌 첨단 함정 시장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며 “양사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함정을 제공하는 특수선 종합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되겠다”고 말했다.
밸류체인 통합으로 열리는 글로벌 시장
이번 협력의 진정한 의미는 한국 방위산업이 구조적으로 취약했던 핵심 소재 내재화 문제를 정면 돌파하는 데 있다. 그동안 한국 조선·방산 기업들은 뛰어난 선체 설계와 시스템 통합 역량을 보유했지만, 핵심 소재 기술에서는 해외 의존도가 높았다. 철강사와 조선사의 전략적 결합은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고 완전한 토털 솔루션 제공 체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된다.
송연균 포스코 철강솔루션연구소장은 “이번 MOU를 통해 양사가 긴밀하게 협력함으로써 차세대 함정용 기가급 강재 개발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며 “K해양방산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가는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해양 방산시장은 차세대 구축함, 호위함, 무인화 플랫폼 수요 증가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함정용 신소재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는 가운데 한국이 철강-조선-방산을 아우르는 통합 모델을 확립한다면 기술 격차를 좁히고 시장 선점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특히 한국 정부가 K방산 수출 확대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상황에서 이번 개발 프로젝트는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 고강도 특수강 내재화는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한화오션의 차세대 함정 수주전에 결정적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폴란드와 호주 등 주요 국가들은 한국형 함정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번 소재 기술 개발은 수출 협상에서 강력한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한화오션과 포스코의 맞손은 소재-설계-시스템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의 강화이자, 한국 방위산업의 질적 전환을 알리는 분기점”이라며 “수십 년간 조선강재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축적한 포스코와 해군 첨단 플랫폼 설계·건조를 주도하는 한화오션의 시너지는 ‘K해양방산’이라는 새로운 브랜드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