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레이드, 반년 만에 ‘괄목 성장’… KRX는 초긴장

거래량 비율 맞췄으나… 개별 종목 일부 초과

2025-09-30     김학형 기자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출범 6개월 만에 괄목할 만큼 성장했지만, 동시에 제도적 한계에 직면했다./인공지능생성이미지,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출범 6개월 만에 괄목할 만큼 성장했지만, 동시에 제도적 한계에 직면했다. 증시 활황 등에 힘입어 성장 잠재력을 입증했지만, 앞을 내다보지 못한 규제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일단 규제 완화를 예고했지만, 제도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6개월(4월 1일∼9월 29일)간 넥스트레이드의 일평균 거래량은 2억432만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거래소(약 14억338만주)의 약 14.6% 수준이다. 이날까지 경쟁매매 체결분만 따져도 규제 비율인 15%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ATS는 매월 말일 기준 직전 6개월간 일평균 경쟁매매 거래량이 거래소의 15%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했다(‘15% 룰’). 지난 3월 4일 정식 개장한 넥스트레이드의 6개월 평균이 처음 산출되는 시점은 이날 거래까지다.

문제는 개별 종목별 거래 비중이다. 같은 법 시행령은 ATS가 직전 6개월간 특정 종목의 일평균 경쟁매매 거래량이 거래소의 30%를 초과할 경우, 해당 종목의 거래를 정지하도록 규정했는데, 넥스트레이드 거래량이 빠르게 늘면서 ‘30% 룰’을 넘는 종목이 속출했다.

넥스트레이드의 성장 속도는 예상보다 가파르다. 넥스트레이드의 개별 종목 거래량이 거래소의 30%를 초과한 종목 수는 지난 8월 말 기준 523개로, 당시 넥스트레이드 전체 거래 종목(716개)의 약 73%에 달했다(3~8월 평균 거래대금 점유율 26.2%).

앞서 넥스트레이드는 8월 26개 종목과 이달 53개 종목을 거래에서 제외했다. 여기에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11개), 코스닥(55개)에서 거래 정지된 종목까지 총 145개 종목이 거래 정지됐다. 넥스트레이드는 규제 준수를 위해 거래 종목 수를 650개 안팎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시장 혼란을 우려해 지난 3일 종목별 ‘30% 룰’을 최대 1년 유예(거래량 100% 미만 유지 전제)하기로 했다. 시장 전체 ‘15% 룰’은 유지했다. 금융위원회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라며 “10월 중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상반기(1~6월) 실적은 14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프리마켓(개장 전)·애프터마켓(장 마감 후) 등 거래시간 확대로 투자자 편의성을 높인 점이 거래 활성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제도 미비가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일본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2018년 이후 시장 전체 점유율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했고, 현재는 개별 종목의 건전성 관리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 규제는 단계적 완화를 전제로 한 안전장치”라면서도 “글로벌 추세와 국내 시장 여건을 감안해 합리적 개선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가 늦어질 경우 투자자와 기업이 다 제도 불확실성에 따른 비용을 떠안을 수 있다”라며 “국내 ATS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미국·일본 등의 사례를 참고한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거래소 노동조합은 넥스트레이드를 겨냥해 “기존 거래소 시스템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넥스트레이드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본원적 수익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투자자단체는 “거래 플랫폼이 다양하면, 투자자 선택권을 넓힌다”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