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화장품·식품 약진…1 0년새 수출 지형 대전환

전기차 70배 성장 '수출 효자'··· TV는 7위→77위 '몰락' 대미 수출 비중 39%로 확대…중앙아·동남아 신흥시장 '블루오션'

2025-09-30     신경훈 기자
지난 10년 사이 한국 수출 구도가 전기차와 화장품, 식품을 중심으로 재편됐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지난 10년 사이 한국 수출 구도가 전기차와 화장품, 식품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과거 '수출 효자'로 불렸던 디젤차와 TV가 주력 품목 자리를 내줬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의뢰해 분석한 '소비재 수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수출 상위 10위권 품목 중 전기차, 식품, 화장품류, 중고차(가솔린) 등 4개가 새롭게 진입했다.

전기차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2014년 1억4000만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액이 2024년 101억달러로 70배 가까이 폭증하며 46위에서 2위로 급부상했다. 글로벌 탈탄소 기조와 친환경 차량 수요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화장품류는 같은 기간 6억달러(16위)에서 32억달러(7위)로, 식품은 11억달러(11위)에서 33억달러(6위)로 각각 5배 이상 성장했다. 중고차 수출도 29억달러 어치나 수출해, 9위에 올랐다. 

반면 과거 수출을 견인했던 주력 품목들은 줄줄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디젤차는 2위에서 11위로, TV는 7위에서 77위로 추락했다. TV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 수출 가전제품 냉장고는 26억달러에서 22억 달러 수준으로 4위에서 10위로 내려갔다. 

TV의 경우, 중국 기업들의 저가 제품의 약진과, 해외 생산 증가로 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냉장고의 선방은 TV와 달리 프리미엄 제품의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고 있고 국내 업체들이 국가별 음식문화에 따른 맟춤형 설계 등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제·비누 등 기타 비내구소비재(8위→13위)와 패션 액세서리(9위→20위)도 순위가 하락했다.

대한상의는 "자동차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수출 소비재 1위 품목이지만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수요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한국 브랜드에 대한 높은 선호도로 중고차는 물론 화장품, 식품 수요도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 의존도 심화…신흥국 약진 눈길

국가별로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미 소비재 수출액은 387억달러로 전체의 39.1%를 차지했다. 10년 전(26.5%)보다 12.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2위인 중국의 비중은 8.3%에서 6.7%로 1.6%포인트 감소했고, 일본도 0.7%포인트 하락했다.

주목할 점은 수출국의 다변화다. 캐나다는 3.4%에서 5.4%로, 네덜란드는 0.5%에서 1.3%로 비중이 확대됐다.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0.6%→1.7%), 키르기스스탄(0.1%→1.5%)도 새로운 수출 거점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국가별 수출 품목의 차이도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수출 제품은 가솔린 자동차, 전기차, 냉장고, 화장품, 가전제품 순이었다. 캐나다 호주 등에 수출되는 상위권 제품들은 모두 자동차였다. 

반면 중국엔 화장품, 화장품류, 조제식품, 생활용품, 의류 등의 순이었다. 자동차, 가전제품 등 한국의 제조업 제품들이 중국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 제조업의 발전과 일반 국민의 '애국 소비'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에는 화장품, 담배, 가전제품, 화장품류, 조제식품 순이었다. 일본에 한국산 차량이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은 일본의 견고한 자동차 생산 능력과 일본 소비자들의 국산 선호 의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K컬처의 영향이 더 큰 아시아에서 화장품과  식품의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소비재 수출 연평균 2.6% 성장…"맞춤형 전략 시급"

소비재 수출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2.6%씩 성장하며 전체 수출 증가율(1.8%)을 웃돌았다. 자본재·원자재와 비교해 경기변동에 덜 민감해 수출의 안정 축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성장성이 높거나 성장 잠재성이 높은 전략 품목을 선별해 집중 육성한다면 안정적인 수출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희원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올해 상반기 소비재 수출은 미국 외 지역에서의 선전으로 비교적 견조했지만, 하반기에는 미국의 관세 부과 본격화와 소비 둔화 우려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아·동남아 등 유망 신흥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글로벌 소비 트렌드 기반 전략 품목을 선정해 K-콘텐츠와 연계하는 등 지역별·국가별 맞춤형 전략으로 수출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