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숨 고르기에… 투자자들, 금·채권·현금으로 눈 돌린다
셧다운 우려·연휴 경계 심리에 지수 제동 국제 금값 3800달러 돌파…국내 금값도 연일 신고가
코스피가 숨 고르기에 접어들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쏠리고 있다.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던 코스피는 장기 연휴를 앞둔 경계 심리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에 제동이 걸렸다.
30일 오후 2시 16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8포인트 내린 3428.73에 머물고 있다. 지난주 23일 세운 사상 최고치 3486.19와 비교하면 60포인트 가까이 밀린 수치다. 26일에는 하루 만에 2.45% 급락하기도 했고, 사흘 동안 누적 하락률은 3%에 달했다. 반등을 시도한 29일에도 외국인 매수세는 힘을 받지 못했고, 기관 자금 유입도 미미했다. 덕분에 지수는 큰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종목별로는 희비가 갈렸다. 방산과 조선, 자동차, 기계 업종이 반등에 나섰지만, 증시를 이끌던 반도체와 금융, 지주 부문은 힘을 잃었다. 이른바 ‘금·반·지’라 불리던 주도주에서 차익 실현이 나오자, 그동안 부진했던 산업재로 수급이 옮겨가는 순환매 흐름이 나타났다.
반대로 금은 뜨겁다 못해 과열에 가깝다. 이날 KRX 금시장에서 순금(1kg)은 1g당 19만2510원에 거래되며 전일보다 7120원(3.95%) 뛰었다. 미니금(100g) 역시 19만7950원으로 8900원(4.79%) 급등했다. 불과 일주일 전인 22일과 비교하면 순금은 17만1500원에서 19만2510원으로 12% 넘게 올랐고, 미니금도 같은 기간 11.8% 상승했다.
국제 시장에서도 흐름은 비슷하다. 29일(현지시간)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3833달러를 돌파했고, 선물 가격도 3855달러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올 들어서만 40% 이상 오른 수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가 살아있고, 미 의회의 예산안 협상 지연으로 셧다운 우려가 커진 영향이 컸다. 여기에 주요국 경기 둔화와 통상 갈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 대신 금을 택하고 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금 보유를 늘리고 있는 점도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증권가는 코스피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와 장기 연휴를 앞둔 경계 심리에 막히며 상승세가 제한된 것을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찾는 움직임과 연결 지었다. 주식 부담이 커지자 눈길이 금으로 쏠렸고, 국제 금값의 오름세가 국내 금값까지 밀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와 장기 연휴를 앞둔 경계 심리에 상승폭이 제한됐다”며 “국제 금 가격이 6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현·선물 가격이 3800달러를 돌파했고, 관련 ETF도 신고가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코스피가 셧다운 우려와 장기 연휴를 앞둔 위험회피 심리에 상승폭이 제한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방산·조선·자동차·기계 업종이 오르는 반면, 그동안 신고가 랠리를 이끌었던 금·반·지 섹터가 조정을 받는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