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美 함정 정비 착수··· “20조원 MRO 시장 공략”
울산서 4만t급 군수지원함 정비··· 노후 함정 80%가 승부처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 앞둬··· 해외 함정사업 역량 확대 “앞선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MRO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해군 함정 정비·보수·정비(MRO)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연간 20조원 규모의 미국 MRO 시장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 해군 7함대 소속의 4만1000t급 화물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함’이 정기 정비를 위해 울산 HD현대미포 인근 염포부두에 입항했다고 30일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초 길이 210m, 너비 32m, 높이 9.4m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으며, 이날부터 본격적인 정비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정비는 안전 장비와 설비 점검, 각종 탱크류 보수, 장비 검사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올해 말 미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정비 계약을 넘어 한국 조선업계의 기술력을 미 해군에 직접 입증하는 기회다. 업계에서는 성공적인 수행 시 향후 미 해군의 대규모 함정 정비 물량을 수주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2월 미포 합병으로 대형 함정 정비 인프라 확보
HD현대중공업의 MRO 사업 본격화는 오는 12월 HD현대미포와의 합병과 맞물려 있다. 글로벌 함정 건조 1위 기업과 중형선 점유율 1위 기업의 결합으로 대형 함정 정비에 필수적인 도크와 안벽 시설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다 함정 건조·수출 실적과 HD현대미포의 함정 건조 적합 설비를 결합해 해외 함정 정비사업 수행역량을 대폭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방산 분야에서 2035년까지 연 매출 10조원을 목표로 설정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2022년 필리핀 수빅 해군기지에 한국 방산업계 최초의 해외 군수지원센터를 설립하고 필리핀에 인도한 함정 2척을 정비해 온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12월 싱가포르 투자법인 설립을 통해 베트남, 필리핀 등 해외 생산거점을 통합 관리하며 글로벌 MRO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노후 함정 80% 넘는 美시장, 마스가로 공략
HD현대중공업이 조준한 미국 MRO 시장은 매력적인 성장시장이다. 시장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함정 MRO 시장은 2023년 216억달러(30조2800억원)에서 2030년 296억달러로 연평균 4.6% 성장할 전망이다. 이 중 미국 시장은 2023년 58억달러로 전체의 27%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특히 미 해군 함정의 80%가 2010년 이전에 건조돼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해군력 강화 투자가 확대되면서 MRO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글로벌 함정 신규 계약 규모도 2100여 척, 약 36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HD현대중공업의 미국 MRO 진출은 한·미 조선협력의 핵심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와도 연결돼 있다. 1500억달러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한국의 기술력으로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는 전략적 협력사업이다. 미국이 중국 조선업 견제와 자국 산업 재건을 동시에 추진하는 상황에서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미국 최대 방산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와 기술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미국 시장 진출 기반을 다져왔다. MRO 실적 확보는 마스가 프로젝트에서 더 큰 역할을 확보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AI 예지보전 등 첨단 기술로 차별화
HD현대중공업의 경쟁력은 축적된 기술력에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정비 솔루션을 활용한 예지보전 시스템을 구축해 기존 정비업체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비 효율성을 높이고 가동 중지 시간을 최소화하는 이 기술은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다.
대형 도크 자원과 결합된 기술적 역량은 대형 함정의 종합적인 정비를 가능하게 한다. HD현대중공업은 선택적 진출과 수익성 극대화 전략으로 미국 MRO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는 “앞선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 MRO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미 해군을 만족시킬 것”이라며 “글로벌 함정 정비 허브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방산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의 미국 해군 MRO 착수가 한국 조선업계가 상선 건조 중심에서 방산과 MRO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검증된 기술력과 HD현대미포 합병을 통한 인프라 확충,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한 전략적 협력이 결합되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