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미래를 묻다➂] 한국앤컴퍼니그룹, ESG기업으로 재도약 총력

경영 환경 악화에 오너 리스크 겹친 한국앤컴퍼니, ESG에 미래 건다 글로벌 기준의 지속가능 전략·순환경제·사회공헌 확대… 신뢰 회복 박차

2025-09-26     임호동 기자

글로벌 경기둔화와 고금리, 공급망 불안, 탈세계화가 겹쳐 국내 기업들은 전례 없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비용 절감과 단기 실적 방어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생존을 위한 ‘방패’가 아닌 성장의 ‘창’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ESG는 더 이상 사회공헌의 확장판이 아니라, 탄소중립 압력 속 친환경 선박·저탄소 철강·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에서부터 글로벌 인재 확보와 투자자 신뢰를 이끄는 지배구조 투명성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ESG를 비용으로 볼 것인지, 성장의 무기로 삼을 것인지는 기업 가치와 산업 판도를 가를 분수령이 되고 있다. 이에 본보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ESG를 전략적으로 내재화해 혁신과 성장의 동력으로 전환하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심층 조명한다. [편집자주]

한국앤컴퍼니그룹은 ESG 경영 강화로 위기 돌파에 나섰다.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지=픽사베이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실적 부진과 오너 리스크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며 경영 안정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룹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통해 기업 신뢰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 2분기 어닝쇼크급 성적표 받은 한국앤컴퍼니그룹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사업형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는 올해 2분기 매출 3438억 원, 영업이익 739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4%, 영업이익은 40.8% 줄어든 수치다. 한국앤컴퍼니는 지분법 손익 축소가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앤컴퍼니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룹의 타이어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는 같은 기간 매출 5조3696억 원으로 131.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536억 원으로 15.8% 줄었다. 

특히 한국타이어가 지난해 인수한 한온시스템의 부진이 뼈아프다. 2분기 매출은 2조8582억 원으로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643억 원에 그치며 10% 넘게 감소했다. 미국 시장 관세 부담이 수익성을 갉아먹으면서 영업이익률은 1.3%대에 머물렀다.

◇ 경영환경 악화에 ‘총수 리스크’까지 

한국타이어컴퍼니그룹의 주요 계열사의 저조한 실적은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완성차 시장의 신차 판매 둔화와 함께 글로벌 고무·합성고무 등 원자재 가격 및 해상운임 상승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미국의 자동차 관련 수입품에 대한 품목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숨은 원인도 있다. 바로 조현범 회장의 사법 리스크다. 조 회장은 한국프리시전웍스(MKT)와의 거래에서 타이어 몰드 가격을 부풀려 계열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2017~2022년 회삿돈 75억 원 횡령, 특정업체 특혜 의혹도 받고 있다.

1심에서 법원은 일부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 나머지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며 총 3년 실형을 확정했다. 

이러한 총수 부재는 그룹 전반의 투자와 의사결정을 늦추고 있다. 신사업 추진, 구조조정, 대규모 프로젝트 진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투자자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주가는 52주 최저가 부근에서 맴돌고, 외국인 투자자도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한국ESG기준원은 한국앤컴퍼니 ESG 등급을 B+에서 B로 낮췄다. 환경(E)·사회(S)는 그대로였지만, 지배구조(G)는 B에서 C로 한 단계 하락했다. 오너 리스크가 지배구조 취약성으로 연결된 결과다.

◇ ESG로 돌파구 찾는다 

기업의 ESG 경영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인 한국앤컴퍼니그룹. 사진은 지난 23일 강원도 고성 해안 일대에서 플로깅 활동에 참여한 한국앤컴퍼니그룹 임직원들. /한국앤컴퍼니그룹

한국앤컴퍼니그룹은 ESG 경영 강화로 위기 돌파에 나섰다. 

2024/25 ESG 보고서를 발간하며 유럽 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 TNFD(자연관련재무정보공시)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전략을 공개했다.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효율, 자원순환, 인권·공급망 리스크 관리 등 8대 과제를 설정했고, 천연고무 공급망 관리위원회를 출범해 유럽산림전용방지규정(EUDR)에 선제 대응 중이다. ESG 위원회도 신설해 이사회 독립성을 높였다.

‘2025 그린 굿 디자인 지속가능성 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한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 GT(iON GT)’와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리무브(re:move)'의 성과물 ‘업사이클 롱보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제공

한국타이어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 등 다양한 제품에 친환경 분야 국제인증 ‘ISCC PLUS’를 받은 지속가능 원료를 77%까지 적용, 양산 확대에 성공하며, 친환경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2050년까지 전체 타이어에 지속가능 원료 100% 사용 목표로 중장기 R&D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성과 고부가 가치를 높여가겠다는 방침이다. 

한온시스템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국제기구 SBTi의 승인을 받아 2030년까지 Scope1·2 50%, Scope3 55% 감축을 선언했다. 2040년 90% 감축, 2050년 넷제로 목표도 세웠다.

환경·사회 분야 실천도 눈에 띈다. 그룹은 강원도 고성 해안에서 ‘클린 오션 프로젝트’를 실시하며 환경정화에 나섰고, 폐타이어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리무브(re:move)’를 통해 자원순환에 일조하고 있다. 또 재해 지역 지원, 교통약자 차량 지원, 전동보조기기 배터리 지원, 사회복지시설 차량 기증, 성금 기탁 등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지역사회와 환경에 기여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전개할 것”이라며 “ESG 경영을 통해 신뢰 회복과 경영의 지속가능성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