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톺아보기] 매립서 자원순환으로··· SL공사의 전환과 과제

대체매립지 확보·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등 폐기물 정책 전환점 맞아 매립지 '혐오시설'은 옛말··· 연간 5만 가구 전기 밝히는 '친환경 인프라'로 SL공사, 매립가스 발전·폐기물 자원화 등 지속가능성 확보 총력

2025-09-26     신익훈 전문기자

공기업은 민간기업이 맡기 어려운 공익 목적의 사업을 전담하는 핵심 기관이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국민적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 실제로 다수의 공기업들이 사회 인프라 운영과 공공서비스 제공을 통해 국민 생활의 근간을 떠받치고 있지만 그 성과와 기여도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작은 불편이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집중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린포스트코리아는 '공기업 톺아보기' 시리즈를 통해 국민 생활과 직결된 공공기관들의 핵심 기능과 미래 비전을 심층 분석, 연재한다. 공기업에 대한 국민의 올바른 이해를 돕고, 공기업들의 서비스 품질을 높이려는 취지다. 공기업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재조명하고, 효율적인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한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편집자 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본사 전경.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가 30여 년간의 역사를 넘어 환경과 자원 순환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 있다. 1992년부터 2600만 수도권 시민의 폐기물을 처리해온 이곳은 ‘매립 종료’와 ‘직매립 금지’라는 전환점을 맞아, 환경부와 서울·인천·경기의 4자 협의체가 지속 가능한 폐기물 관리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는 폐기물 매립을 넘어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지역사회와 협력해 친환경 순환 경제 모델을 실현하는 등 미래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같은 혁신과 협력은 수도권의 녹색 미래와 자원 순환 체계 전환을 견인할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30년의 성과와 인식의 간극

수도권매립지 조감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26일 SL공사에 따르면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갈등의 기저에는 '매립지'에 대한 과거의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SL공사 관계자는 "많은 국민들이 난지도 시절의 환경오염과 악취를 떠올리며 매립시설을 대표적인 님비(NIMBY) 시설로 인식하는 것이 갈등의 핵심"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현대의 매립지는 과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공사는 △매립가스 전량 포집 및 발전 △침출수 완벽 처리 △체계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실제로 제1매립장은 성공적으로 복원돼 '드림파크' 골프장으로 재탄생했으며, 연탄재 야적장이던 부지는 '야생화 단지'로 탈바꿈했다. 또한 1992년부터 2024년까지 약 6600억 원의 주민지원기금을 조성하고, 체육시설 운영 및 주민 고용 창출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있다.

쟁점이 되는 매립지 사용 종료 시점에 대해, SL공사는 "2015년 4자 합의서에는 특정 연도가 아닌 '합의에 따른 매립지 사용 종료 시'로 명시돼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합의서에는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잔여 부지의 15% 내에서 추가 사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사용 종료'와 '대체매립지 확보'는 분리할 수 없는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현재 제3-1매립장의 매립률은 약 64% 수준이며, 공사는 4자 협의체로부터 위임받은 대체매립지 공모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림파크CC 전경.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전국적 과제로 떠오른 폐기물 처리 시설 확보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수도권만의 정책이 아니라, 2026년 수도권과 광역시를 시작으로 2030년부터 전국 모든 시·군에서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조치다. 이는 폐기물 처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요한 정책 변화로, 수도권은 1단계 시행을 앞두고 소각시설 부족 등 현실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환경부는 법 시행을 일정 기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책 변화에 대응해 SL공사는 선제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2020년부터 '반입총량제'를 실시해 폐기물 반입량을 단계적으로 제한한 결과, 반입량은 2020년 2995만 톤에서 2024년 1072만 톤으로 4년 만에 64%가 감소했다. '반입총량제'는 수도권매립지로 반입할 수 있는 폐기물의 총량에 상한선을 설정하고, 지자체별로 그 양을 할당하는 제도다.

SL공사는 "앞으로 직매립 금지 시행 시 발생할 소각재 등 불연성 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음식물 폐수 처리 등 공공처리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변화에 대응하는 SL공사의 미래 전략

SL공사는 매립 수수료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그간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원순환 전문기관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수도권매립지 통계연감 2024'에 따르면 지난해 반입 폐기물의 43%를 자원화했으며, 매립가스를 이용해 약 5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연간 188.7GWh의 전력을 생산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매립가스를 발전 및 건조 연료로 활용하고, 음식물폐수와 하수슬러지를 바이오가스나 고형연료로 생산하는 등 폐기물 자원순환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매립가스 발전사업을 통해서는 2024년까지 누적 691억 원의 수입을 창출했으며, 앞으로도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현재의 상황은 기존의 매립 중심 폐기물 처리 체계가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종량제 강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 확대, 민간 투자 유치 등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고 재활용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병행하여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 폐기물 처리 체계가 앞으로 '자원순환'이라는 목표를 향해 어떻게 나아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