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성과 말레이시아로”··· HD현대重, 동남아 함정 시장 패권 시동

필리핀 10척 수출 성과 기반… 말레이시아 해군 ‘15-to-5 개편’ 지원 나서 “한국 함정 수출 ‘가격·기술·중립성’ 삼박자로 중국 견제”

2025-09-24     신종모
HD현대중공업이 필리핀에서의 성공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말레이시아에서도 본격적인 함정 수주 활동에 나서며 동남아시아 함정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HD현대중공업이 필리핀에서의 성공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말레이시아에서도 본격적인 함정 수주 활동에 나서며 동남아시아 함정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연간 19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동남아 방산 시장에서 중국과 유럽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한국 조선업체가 기술력과 현지화 전략으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해양역량·협력 포럼(Maritime Capability & Collaboration Forum)을 개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주말레이시아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제3차 한-말레이시아 방산협력 세미나‘와 연계돼 진행됐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포럼에서 말레이시아 해군의 ’15-to-5 전력구조 개편 계획‘을 지원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향후 해군 전략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강조했다. 이 계획은 말레이시아가 기존 15종으로 분류된 함정을 5종으로 줄이고 신형 함정을 도입해 해군을 현대화하는 프로젝트다.

말레이시아 해군은 향후 5년간 연안임무함(LMS) Batch-III, 다목적지원함(MRSS) 획득을 추진하고 있다. 전력구조 개편에 따라 추가 함정 발주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은 포럼에서 연안임무함, 다목적지원함, 다목적지휘플랫폼(MPCP) 관련 포트폴리오를 소개하며 핵심 임무 수행 능력과 설계 적용 사례를 공유했다.

HD현대중공업의 동남아 진출은 필리핀에서의 10년간 축적된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 지난 2016년부터 필리핀에서 호위함 2척, 초계함 2척, 원해경비함 6척 등 총 10척의 함정을 수주해 건조했다. 2022년에는 수빅 해군기지에 군수지원센터를 개소해 유지·보수·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올해 9월 필리핀 수비크만에 HD현대필리핀조선소를 성공적으로 개소하며 현지 생산 기반을 구축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이를 '필리핀 조선업 재건의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HD현대중공업이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해양역량·협력 포럼(Maritime Capability & Collaboration Forum)을 개최했다./사진=HD현대중공업

중국 견제 나선 동남아, 한국산 무기 구입 확대

동남아시아 방산 시장은 인도네시아 5조원, 말레이시아 4조원, 필리핀 2조5000억원 등 총 1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오는 2029년까지 192억7000만달러(약 26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시장 확대의 배경에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의 긴장 고조가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의 약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 동남아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국가는 정치적 위험 요소가 큰 중국보다 한국산 무기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동남아 함정 시장에서는 한국, 중국, 유럽 업체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유럽 업체들은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의 틈새를 공략하여 동남아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이탈리아 핀칸티에리는 인도네시아에 6000t급 첨단 다목적 호위함 2척을 인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 업체들은 가격 대비 성능의 우수성과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방산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16.1%로 1위 미국(17.0%)을 바짝 뒤쫓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HD현대미포와의 합병을 통해 특수선 사업 역량을 강화해 동남아시아 함정 건조 사업 대응 능력을 크게 높일 계획이다. 또한 페루와 필리핀에서 검증된 글로벌 조선 기술력과 현지 참여를 결합한 사업 방식을 말레이시아에도 적용해 기술 이전, 산업 협력, 교육 훈련을 통한 현지 방위산업 성장 지원에 나서고 있다.

천정수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전무는 “말레이시아 해군과 국방부에 HD현대중공업의 첨단 해군 솔루션을 소개하게 되어 매우 자랑스럽다”며 “검증된 설계, 신뢰할 수 있는 성능, 그리고 글로벌 노하우와 실질적인 현지 협력을 결합한 장기적인 파트너십으로 말레시이아의 현대화 여정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가격·중립성 무기로 아세안 방산 장악

HD현대중공업의 동남아 시장 공략은 단순한 함정 수출을 넘어 장기적 파트너십 구축과 현지 산업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필리핀에서의 성공 모델을 바탕으로 말레이시아, 나아가 인도네시아 등 다른 동남아 국가로의 확산이 기대된다.

특히 미군 함정 정비(MRO) 시장 진출 성공과 연계해 동남아 지역에서 한미 협력 모델을 구축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동남아 국가들의 전략적 필요와도 부합하는 방향이다.

동남아시아 방산 시장에서 한국 조선업체들의 약진은 기술력, 가격 경쟁력,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삼박자를 갖춘 K방산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향후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