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암모니아 기반 유조선 설계 인증··· “친환경 전환 분수령 넘어”
프랑스 선급(BV), 암모니아 기반 수소연료전지 AIP 인증 말레이시아 MISC 참여… 韓 파나시아, 빈센 핵심 장비 국산화 “기술 자립·상용화 가능성 동시 확보”
해운업계 탈탄소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연료전지 추진 원유운반선 기본설계 인증을 획득하며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에 나섰다. 핵심 장비 국산화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 이번 성과는 한국 조선업이 차세대 해운 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삼성중공업은 프랑스 선급(BV)으로부터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연료전지 추진 원유운반선’의 기본설계 인증(AP)을 받았다고 24일 밝혔다.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연료전지는 크래킹(Cracking) 기술을 이용해 암모니아를 수소와 질소로 분리하고, 분리된 수소를 연료전지에 공급한 후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11만5000t급 원유운반선에 적용된 시스템은 암모니아를 수소로 전환하는 크래킹 기술과 고분자 전해질 연료전지(PEMFC)를 결합해 친환경 추진력을 구현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핵심 장비의 완전한 국산화 달성이다. 부산 파나시아의 암모니아 크래킹 장비(5MW×2)와 경남 빈센의 수소 연료전지(2MW×6)를 통합한 시스템은 기술 종속 위험을 해소하고 경쟁력 있는 가격 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혁신적 설계가 돋보인다. 대용량 장비를 갑판과 엔진룸에 분산 배치해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고, 소음과 진동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 기술적 차별화다.
급성장하는 글로벌 수소 해운 시장 선점 경쟁
전 세계 해상용 수소 연료전지 시장은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2025년 29억달러(약 4조원)에서 2032년 57억달러로 연평균 10.1% 성장하며, 일부 전망에서는 2025년 12억달러에서 2033년 56억달러까지 연평균 18.5% 급성장한다는 예측도 나온다.
유럽연합의 적극적인 투자도 시장 성장을 뒷받침한다. 유럽연합(EU)은 올해 5월 재생 수소 프로젝트에 9억9200만유로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9670만 유로가 해상 수소 연료 공급 프로젝트에 배정됐다. 특히 노르웨이 3개 프로젝트가 모두 선정된 것은 해상 수소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준다.
아시아 지역의 경쟁도 치열하다. 한국은 수소 충전소 290개소로 글로벌 2위를 기록하며 인프라 경쟁력을 확보했고, 일본은 2028년 8만t급 암모니아 연료 벌크선 실증 운항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 역시 390개의 수소 충전소로 1위를 차지하며 기술 패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2030년 상용화 목표, 생태계 구축 관건
삼성중공업의 이번 성과는 한국 조선업계의 친환경 전환 가속화 신호로 해석된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50% 감축 목표를 설정한 가운데 수소 연료전지 기술은 해운업계 탈탄소화의 핵심 솔루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영 선사 MISC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기술의 글로벌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 MISC는 선박 운용 정보 제공과 경제성 평가를 통해 상용화 실현에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젠타리 하이드로젠과의 협력을 통해 청정 암모니아 해상 운송 솔루션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전 세계 수소 수요는 2050년 6억6000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최종 에너지 수요의 22%를 차지하는 규모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이탈리아 가스텍 2025에서 MSR 추진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과 80K급 액화 수소 운반선의 AIP 인증을 추가로 획득하며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장하고 있다.
장해기 삼성중공업 기술개발본부장(부사장)은 “연료전지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의 중요한 추진 장치”라며 “삼성중공업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수소 모빌리티 기술과 제품 개발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