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작전세력 덜미… ‘주가조작 패가망신’ 1호 전망

2025-09-23     김학형 기자
작년 초부터 최근까지 1000억원 규모의 주가를 조작해 4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해 온 대형 작전세력이 적발됐다./한국거래소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작년 초부터 최근까지 1000억원 규모의 주가를 조작해 4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해 온 대형 작전세력이 적발됐다. 추후 재판에서 범죄가 확정되면,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주가조작 패가망신’ 1호 사건이 될 전망이다.

23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장기간 주가를 조작한 작전세력 7명의 자택·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 했다고 밝혔다.

이날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주가조작에 이용된 계좌 수십 개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했다. 이는 지난 4월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을 적용한 첫 지급정지 사례다.

합동대응단에 따르면, 이들 작전세력은 종합병원·한의원·대형 학원 등을 운영하는 사회에서 명망 있는 재력가들로, 친·인척이나 학교 선후배로 얽힌 사이였다. 이들은 금융회사 지점장, 자산운용사 임원, 전직 유명 사모펀드 임원 등 금융 전문가들과 공모해 지난해 초부터 약 1년 9개월 동안 일을 벌였다.

이들은 1000억원을 넘는 자금을 조달했고, 금융 전문가들은 ‘고가매수’, ‘허수매수’, ‘시가·종가 관여’ 등 수만 회에 걸친 가장·통정매매를 했다. 일별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유통 물량 대부분을 확보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우는 방식이었다.

이들의 시세조종으로 해당 종목은 거래가 꾸준히 늘었고, 주가가 오르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뛰어들어 해당 주가는 두 배까지 올랐다. 이들이 실제로 거둔 시세차익은 230억원, 미실현 차익을 포함하면 약 400억원에 이른다.

이날 합동대응단은 “아무런 경제적 이익 없이 그저 자금을 옮기는 거래를, 굳이 비용을 들여 수만 회에 걸쳐서 했다는 건 일부러 ‘거래량이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판단했다”며 “혐의자 중 과거 행동주의 펀드에 관여한 이력이 있어, 이번 주가조작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감시망을 피하고자 주문 IP를 조작하거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종목’이라고 공시된 점을 이용하기도 했다.

합동대응단은 이들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이용해 자금을 세탁하려 한 정황도 파악하고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들 중 일부는 주식 투자를 전문으로 했던 인원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주가조작 관련 범죄 전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시장 감시 과정에서 이들의 주가조작 정황을 처음 포착해 초동 조사에 나섰고, 대응단이 자료 분석을 한 뒤 금융위가 강제조사권을 발동했다. 당국은 확보한 증거로 조사를 마무리하고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합동대응단은 이번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포함해 총 5건을 살펴보고 있다. 대응단 관계자는 “다른 사건도 신속하게 조사해 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주가를 조작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불공정거래 척결을 강조했다. 취임 전 대선 기간에도 그는 주가조작 행위에 ‘원스타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고, 부당이득을 철저히 환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