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미래를 묻다②] 영풍, 석포제련소 ESG 경영으로 재도약 나서
세계 4위 규모 석포제련소, 환경 리스크로 경영 약점으로 지적 영풍, 연 1000억 투자로 '친환경 제련소' 변신… Re Start 선언 환경·안전·상생 내세운 영풍, ESG 강화로 반전 노린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고금리, 공급망 불안, 탈세계화가 겹쳐 국내 기업들은 전례 없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비용 절감과 단기 실적 방어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생존을 위한 ‘방패’가 아닌 성장의 ‘창’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ESG는 더 이상 사회공헌의 확장판이 아니라, 탄소중립 압력 속 친환경 선박·저탄소 철강·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에서부터 글로벌 인재 확보와 투자자 신뢰를 이끄는 지배구조 투명성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ESG를 비용으로 볼 것인지, 성장의 무기로 삼을 것인지는 기업 가치와 산업 판도를 가를 분수령이 되고 있다. 이에 본보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ESG를 전략적으로 내재화해 혁신과 성장의 동력으로 전환하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심층 조명한다. [편집자주]
75년간 이어온 영풍-고려아연 동맹에 금이 가면서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영풍그룹이 최대 약점으로 지적받던 석포제련소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영풍그룹은 석포제련소의 환경 투자를 강화하고, 지역상생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면서 석포제련소를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 경영권 분쟁 속 약점으로 꼽힌 영풍그룹의 주력 사업장 '석포제련소'
최근 영풍그룹하면 생각나는 것은 '경영권 분쟁'이다. 75년간 이어온 영풍과 고려아연의 동맹이 조금씩 금이 가는 모습을 보이더니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영풍과 고려아연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최근 영풍의 최대 약점을 꼬집었다. 고려아연은 최근 입장문에서 "3년째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며 온갖 환경오염 논란에 시달리는 영풍은 석포제련소 정상화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며 영풍의 아픈 곳을 직격했다.
실제 경상북도 봉화군에 위치한 석포제련소는 영풍그룹의 주력 사업장이자 최대 리스크로 꼽힌다. 연간 32만5000톤의 아연을 생산하는 세계 4위 규모의 제련소지만, 낙동강 최상류에 자리해 지역 주민들과 오랜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10여 년간 약 120건의 환경법령 위반으로 90건이 넘는 행정처분을 받은 석포제련소는 2019년 경상북도로부터 1개월 30일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후 올해 2월 26일부터 4월 24일까지 약 2개월간 조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 영풍 석포제련소 "연 1000억원의 환경투자, 지역 상생 노력으로 Re-Start"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영풍그룹은 노력하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올해 조업정지 기간을 마무리하며 'Re-Start' 선포식을 개최했다. '환경·안전·사람·지역'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친환경 조업과 지역 상생을 실천하는 제련소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투자와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풍은 2019년 이후 매년 1000억원 이상을 환경경영에 투자해 환경정화와 추가 오염 방지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폐수무방류시스템(ZLD) 구축이다. 해당 시설은 제련 공정에서 발생한 폐수를 정수 처리 후 100℃ 이상 고온으로 끓여 수증기를 포집하는 방식으로 깨끗한 물을 100% 회수해 재사용한다. 하루 최대 4000㎥를 처리할 수 있으며, 현재 일평균 2000~2500㎥의 공정 사용수를 전량 재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영풍 석포제련소는 오염수 차단은 물론 낙동강 수자원 절약까지 도모하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 투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장 내 오염지하수 차단시설을 설치해 오염원이 낙동강으로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고 있으며, 제련소 내 산소공장을 건설을 통해 오존 발생 설비에 산소를 공급해 질소산화물 등 오염 물질을 오존산화해 대기 오염을 예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4월부터는 고성능 산업용 드론을 투입해 제련소 전 구역의 환경과 안전을 실시간 관제하고 있다.
지역 상생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올해 봉화군 석포면에 '석포주민생활체육센터'를 개소했으며, 자체 예산 20억원을 투입해 인조잔디 축구장, 테니스장, 풋살장, 족구장 등 지역 주민을 위한 체육시설을 조성했다.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석포제련소는 석포면 청소년들을 위한 '단편영화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현직 영화인의 멘토링을 통해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실제 지난해 8명이 참가해 단편영화 '민낯의 미소'를 제작했으며, 올해는 10명이 참가해 단편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석포제련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우려가 있음을 알고 있고, 이를 해소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며 "친환경 제련소로 거듭나기 위한 환경·안전경영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지역과 함께 상생하며 지속가능한 경영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