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카타르 1조4600억 태양광 대어 낚았다
카타르 국가 비전 2030 핵심 사업…국내 건설사 신재생 리더십 강화
삼성물산이 중동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또 한번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며 글로벌 EPC(설계·조달·시공) 강자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삼성물산은 17일 카타르 국영에너지회사인 카타르에너지로부터 총 발전용량 2000MW(메가와트) 규모의 듀칸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낙찰 통지서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계약 규모는 약 1조4600억원으로 삼성물산 역사상 최대 규모다.
"여의도 9배 부지에 메가 솔라팜 조성"
사업지는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서쪽으로 80㎞ 떨어진 듀칸 지역이다. 부지 면적만 27㎢로 여의도(2.9㎢)의 9배에 달한다. 카타르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이 일대를 거대한 태양광 단지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삼성물산이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단독으로 맡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에서는 "중동 지역 특성상 다수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게 일반적인데, 삼성물산이 단독 수주한 것은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삼성물산은 중동 사막의 혹독한 환경에 최적화된 기술을 투입한다. 태양 추적식 트래커를 적용해 태양광 패널이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자동으로 각도를 조절하도록 해 발전량을 최대화한다. 또 50도가 넘는 고온과 잦은 모래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고효율 인버터를 설치해 안정적인 전력 생산을 보장할 방침이다.
듀칸 태양광 발전은 신재생을 중심으로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는 '카타르 국가 비전 2030'을 실현하는 핵심 프로젝트다. 삼성물산은 카타르 라스라판과 메사이드 지역에서 총 875MW 발전용량 태양광 발전을 수행하면서 이번 듀칸 프로젝트를 포함해 카타르 전체 태양광 발전 용량의 80% 가량을 단독으로 맡게 됐다.
김성준 삼성물산 부사장은 "태양광발전 프로젝트를 비롯해 카타르에서 다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EPC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글로벌 포트폴리오 다각화
삼성물산은 카타르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괌에서는 요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132MW)를 수주했다. 이 사업은 66MW 규모의 대용량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연계해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삼성물산은 한국전력, 동서발전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25만장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25년간 현지에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베트남에서는 KN홀딩스와 손잡고 수상 태양광 사업(864MW)을 추진 중이다. 또 CME와 합작으로 옥상형 태양광 사업도 검토하고 있어 베트남 넷제로 산업단지 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경쟁력을 EPC 일괄수행 역량과 환경 적응 기술력에서 찾고 있다. 설계·조달·시공을 모두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프로젝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동의 고온·건조한 환경이나 동남아의 습한 기후 등 지역별 특성에 맞춘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능력이 해외 경쟁사들과의 차별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삼성물산이 기술력과 사업 수행 능력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업체 중 하나"라며 "앞으로도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3년간 카타르·괌·베트남 등지에서 총 3870MW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