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일렉트릭, 친환경 차단기 연속 수주…"글로벌 57조 시장 선점"
핀란드 EPC 기업과 145kV급 친환경 차단기 14대 공급 계약 체결 온난화지수 2만 3500배 SF6 없는 친환경 기술 독자 개발
HD현대 전력기기·에너지솔루션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이 친환경 고압차단기를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지수가 2만3500배나 되는 기존 가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차세대 제품으로 북유럽 시장에서 연이은 수주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탄소중립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핀란드 EPC(설계·조달·시공) 전문 기업과 '145kV SF6-Free 고압차단기'(가스절연개폐장치) 14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5월 스웨덴 수주에 이어 두 번째 유럽 실적이다.
이번에 공급하는 145kV SF6-Free 고압차단기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의 2만3500배에 달하는 SF6(육불화황)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차단기다. HD현대일렉트릭이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제품으로, 글로벌 전력업계의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주목받고 있다.
차단기는 전력 계통에서 이상 전류나 사고가 발생할 때 전류를 신속히 차단해 설비와 인명을 보호하는 핵심 전력기기다. SF6 가스는 공기보다 3~5배 높은 절연 내력과 100배 뛰어난 아크(전기 불꽃) 소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덕분에 차단 시 발생하는 아크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소멸시킬 수 있다. 이런 SF높은 절연 성능 덕분에 절연 거리를 짧게 설계할 수 있어 차단기를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이는 변전소의 설치 면적을 줄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어, 글로벌 전력회사들이 SF6를 사용하지 않는 고압차단기 개발 경쟁을 벌여왔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2021년 국내 최초로 독자 기술을 적용한 170kV급 친환경 가스절연개폐기(GIS) 개발에 성공한데 이어 SF6를 완전히 사용하지 않는 145kV급 'SF6 프리(free)' 고압차단기를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차단기에 대한 수요는 최근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AI) 전력 급증과 스마트그리드 확산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차단기 시장은 2024년 224억 달러(약 30조 원)에서 2032년 429억 달러(약 57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8.3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환경 고압차단기 시장도 성장세다. 유럽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국제 친환경 규제 강화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전력이 올해부터 신설 변전소에 170kV급 SF6-Free 차단기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시장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고압차단기 매출과 수주 잔고가 늘고 있다”며 “중동·미국 등 기존 시장에서 안정적인 사업을 이어가고,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 고압차단기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미국 대형 데이터센터에 납품되는 345kV급 고압차단기 대규모 계약을 따내 북미 초고압 시장 입지를 확대했다. 또한 2026년 상반기 인증시험 완료를 목표로 420kV급 친환경 고압차단기 성능 검증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동사의 친환경 차단기 라인업을 초고압 영역까지 확장하는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의 이번 성과가 단순한 수주를 넘어 글로벌 친환경 전력기기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는 의미 있는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까다로운 유럽 시장에서의 연이은 수주는 동사의 기술력과 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보여주는 성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