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식·조각투자 거래소, 제도권 정식 편입
16일 국무회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 23~25일 중 공포·시행… 거래 투명·활성화 기대
그간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운영돼 온 비상장주식과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유통플랫폼)가 이르면 다음 주부터 제도권에 오른다. 성장 가능성 있는 비상장주식과 여러 기초자산을 쪼개 투자할 수 있는 조각투자의 거래가 투명·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16일 금융위원회는 관련 제도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다음 주23~25일 중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해당 시행령에서 위임한 구체적 사안에 관한 ‘금융투자업규정’, ‘증권 발행·공시 규정’ 개정안도 함께 고시·시행할 계획이다.
개정 시행령에 따라 비상장주식과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영업을 위한 ‘전용 투자중개업 인가 단위’가 각각 신설된다. 자본시장법은 투자중개업자가 장외 중개 시, 1대1 중개가 원칙이어서 다수의 매수·매도자를 동시에 중개하는 장외거래소 영업을 위해서는 전용 인가 단위가 필요하다.
장외거래소 인가를 받기 위해선 최소 자기자본 60억원(전문투자자 대상 30억원), 사업계획의 타당성, 인력·물적 설비, 대주주 적격성, 사회적 신용 등 인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다른 투자중개업과 달리 매매체결전문(1명), 전산전문(8명) 인력을 갖춰야 한다.
샌드박스 운영 과정에서 거래 편의성과 투자자 보호의 균형을 위해 부가 조건으로 부과된 사항들이 시행령과 감독규정에 반영됐다. 거래소는 매수·매도 호가를 공개하고, 가격이 일치하는 주문 간 거래를 체결해야 한다. 비상장주식은 투자자에게 기업의 감사보고서 등 재무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조각투자는 기초자산의 운용 현황과 수익, 수수료 등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본인 및 특수관계인과 이해관계가 있는 증권은 거래지원을 제한한다(이해상충 방지). 또 공매도 운영, 특정 증권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분석 자료 제공, 투자 게시판 등에 게재된 의견의 임의 삭제·수정 등은 금지한다(불건전 영업행위). 장외거래소는 거래대상 지정·해제 요건, 공시 기준, 불공정거래 예방·감시·조치 방법 등 세부적인 시장 운영 기준을 마련해 금융위에 보고해야 한다.
투자자의 거래 편의성은 높아진다. 한시적 규제 유예(샌드박스)로 운영될 때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같은 증권사에 결제용 연계계좌를 개설해야만 매매 체결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증권사 간 결제’도 가능해진다. 단, 장외거래소와 증권사가 예탁결제원과 연계해 안정적인 결제체계를 구축해야 증권사 간 결제가 허용된다.
조각투자 장외거래소가 등장하면, 투자자는 여러 사업자가 발행한 다양한 조각투자 증권을 한 곳에서 비교·투자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규제 특례로 허용된 조각투자 사업자가 발행한 조각투자 증권만 제한된 유통플랫폼에서만 거래할 수 있었다.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유통 시장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이 비상장주식 발행, 보유 자산 유동화(조각투자를 이용한 매각) 등을 통해 사업 자금을 더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컨대, 상장까지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투자금 회수 시점 불확실성으로 투자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었으나 비상장주식 유통플랫폼이 이러한 현상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시행(23~25일 중 예정)된 직후, 관련 인가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비상장주식의 경우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 비상장’의 인가를 우선 심사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샌드박스 사업자에 2년 내 특정 기한까지 배타적 운영권을 부여한다.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의 경우 지난 4일 발표된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신규 인가 운영 방안’에 따라 인가 신청과 심사를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조각투자 업체 중 펀블과 루센트블록은 각각 지난 6월과 7월 금융위에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의 제도권 편입에 앞서 시장 선점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앞서 금융당국은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의 난립을 막고 유동성을 집중시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대 2곳에만 인가를 내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펀블·루센트블록 외에도 여러 조각투자 업체와 대형 증권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가로 인가를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