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결정 앞두고 금값 사상 최고치…국내 골드뱅킹 잔액 1조2천억 돌파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안전자산 선호현상 확산, KB·신한·우리은행 골드뱅킹 잔액 1년새 85.5% 급증

2025-09-16     신경훈·김학형·황혜빈 기자
국내외 금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그린포스트코리아, 픽사베이 이미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을 불과 이틀 앞둔 가운데 국제 금값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37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당 3682.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32.8달러(0.9%) 상승한 수치로, 연일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 현물 가격은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장중 한때 온스당 3695.39달러까지 치솟으며 종전 최고치를 다시 한번 갈아치웠다.

국내 금 시장도 '들썩'…KRX 금현물 1년새 194.5% ↑

국내 금 시장도 뜨겁다. 한국거래소(KRX) 금현물은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거래량도 폭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말 2196.6kg에 불과했던 월간 거래량은 올해 8월 말 6469.6kg으로 194.5% 급증했다. 1년새 거의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16일 오후 1시 현재 한국거래소 순금(99.99%) 1g 시세는 16만9200원을 기록했다. 전일 대비 2600원(1.56%) 오른 가격으로, 국내 금값 역시 연일 신고가 경신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골드뱅킹 잔액 사상 첫 1조2천억 돌파 ··· 골드바 판매도 2배 늘어

금값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관련 투자상품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1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골드뱅킹을 취급하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3곳의 골드뱅킹 잔액이 11일 기준 1조2367억원을 기록했다. 골드뱅킹 잔액이 1조2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출시 이후 처음이다.

특히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지난 8월 말 1조1393억원에서 10여일 만에 974억원(8.6%) 늘어났고, 1년 전인 작년 8월 말(6667억원)과 비교하면 5700억원(85.5%)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만 약 4545억원이 신규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골드뱅킹은 금 실물을 직접 보관할 필요 없이 은행 계좌를 통해 국제 금시세 연동 거래가 가능한 상품이다. 최소 0.01g부터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자동이체를 통한 적립식 투자도 지원해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물리적 금 투자 상품인 골드바 판매실적도 눈에 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판매한 골드바 규모는 3500억원을 넘어섰다. 4분기 진입 전에 벌써 지난해 연간 판매액(1654억원)의 2배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국내 골드뱅킹 시장 점유율을 보면 신한은행이 약 70%(약 17만 계좌)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KB국민은행 20%(8만5000계좌), 우리은행 10%(3만 계좌) 순이다.

금융권, 금투자 상품 다양화

이 같은 금 투자 열풍 속에 금융권은 상품 다양화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달 하나은행은 국내 최초로 금 신탁상품을 선보였다. 기존 골드뱅킹과 달리 고객이 금 실물을 은행에 맡기면(신탁) 은행이 이를 운용해 만기 시 운용수익과 함께 금 실물을 돌려주는 구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 증가 및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어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고, 특히 금은 전통적으로 위기 상황에서 가치가 보존되는 대표 자산으로 인식돼, 예금이나 펀드와 병행해 분산 투자 차원에서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모바일·인터넷뱅킹을 통한 소액 투자도 가능해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점도 골드 관련 금융상품의 인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값이 이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은 중동발 오일 쇼크로 인플레이션이 전세계를 강타했던 1979년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WSJ은  "최근 (금값) 상승은 부분적으로 백악관에 기인한다"며 "소액 투자자건 대규모 투자자건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과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불확실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금으로 달려들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산업과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중앙은행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 등 독립성을 위협도 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돈이 쏠리게 했다는 분석이다.

신경훈·김학형·황혜빈 기자